에드거 앨런 포우의 단편 중에 『소용돌이』는 자연재해에서도 살아남는 인간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노르웨이의 거대한 바닷가 소용돌이에 휘말린 어느 어부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 정신을 차리고 요동치는 사물들을 바라봅니다. 어떤 물건들이 소용돌이를 따라 돌지만 휩쓸려가지 않는지 말이지요. 그 순간 그 어부는 배에 있던 물통에 몸을 동여매고 바닷속으로 뛰어듭니다. 결국 죽음을 앞둔 순간에 원과 구 모양의 사물들이 부력이 크다는 것을 감지하고 혼자서 살아난 것입니다. 3년 전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는 칠흑 같은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고 탄식하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위기의 상황에서도 두 눈 부릅뜨고 문제 해결법을 찾았기 때문이겠지요.
 
  중대신문의 기자들을 만나면서 그 어부의 지혜를 연상하곤 합니다. 1980년대 정치적 격변기에 기자들은 날카로운 펜과 실천으로 독재에 항거하였고, 1990년대에는 탈근대 사회의 변화 속에서 취약계층의 삶과 목소리를 대변하였다면,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디지털 환경의 변화와 소통의 문제들, 그리고 청년들의 고민과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의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와 대안들을 글과 인포그래픽으로 전해 왔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기자 행동들은 잠수함의 토끼처럼 위기 상황을 가장 먼저 감지할뿐 아니라 나아가 문제 해결법을 찾는 지혜의 발로입니다. 기자들은 사회적 위기 상황을 지혜의 촉으로 민감하게 대응하여 사회적 공존의 방법을 추구해온 것입니다.
  
  이제 75세가 된 중대신문의 역사는 위기를 극복하려던 원숙한 지혜로 두텁지만,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관찰하고 진단하는 기자들의 발걸음으로 가볍고 역동적입니다. 거대 서사의 시대가 가고 이제 일상의 미시적 사건과 이슈들이 도처에 산재한 시대입니다. 우리 중대신문 기자들은 오늘도 ‘칠흑같은 머리가 하얗게 샐 정도로’ 사회적 이슈들을 고민하며 모두가 함께 살 방법들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포우의 ‘소용돌이’ 어부처럼 어떠한 위기의 상황에서도 가능한 방법을 명민하게 관찰하길 바랍니다. 75세의 원숙함과 청년 기자들의 도전 정신이 있는 한 해결점은 바로 눈앞에 있으니까요. 축하드립니다! 

강진숙 미디어센터장(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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