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대학에 재직하면서, 참 많은 존경하는 선배 그리고 동료 교수님들을 뵐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 중에서 아마도 저에게 가장 큰 가르침을 주신 분은 이제 머지않아 정년퇴임을 하시는 국어국문학과 이찬욱 교수님이십니다. 제가 언제 교수님을 처음 뵙게 됐는지 기억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직접 가까이에서 교수님을 뵙게 된 것은 교내 축구대회에 참여하게 된 15 ~ 16년 전쯤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우리 중앙대에는 매년 가을 개교기념일 행사로서 이사장배 교내 축구대회가 열려 왔습니다. 교수팀, 의대팀, 직원팀 그리고 부속학교팀 등이 참여하는 자존심을 건 결전의 대회입니다. 풀리그로 진행되는 경기에서 팀 성적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저의 기억으로는 교수팀도 몇 차례 우승해 선수로 출전한 교수님들과 우승컵으로 승리의 술잔을 나누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찬욱 교수님은 우리 교수축구단의 구단주이십니다. 정기 훈련에는 누구보다도 운동장에 먼저 나와 계셨고, 젊은 교수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달리기와 기본 트레이닝에 솔선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선수생활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물론, 전성기 때에 비해 슈팅 강도는 조금 저하되셨겠지만, 기본기만큼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십니다. 중앙대 교수축구단은 비록 대회 당일 겨우 부랴부랴 출전 선수 명단을 제출하기도 하고, 또 때때로 수업 중인 교수님들을 선수로 호출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유쾌하고 또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낙천주의로 무장할 수 있는 건, 바로 언제나 든든한 구단주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훈련과 시합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승패에 무관하게 학교 근처에서 구단주님의 막걸리와 특별 주문의 만찬이 마련됩니다. 늘 다니시는 단출한 후문 근처 식당의 나이 지긋한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이미 이찬욱 교수님의 식단을 다 꿰고 있으신 듯, 풍성한 식탁을 차려놓으십니다. ‘술 한잔 하소’하고 건네시는 교수님의 한 잔 가득 한 막걸리는 언제나 제겐 오랜 세월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 사람들을 살펴주신 형님 같은 교수님의 인생 가르침을 엿들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초대장입니다.
  
  이제 머지않아 교수님께서는 우리 곁을 떠나시겠지만, 그동안 언제나 한결같이 너그러움으로 베풀어 주신 교수님의 인자하신 미소와 해학을 우리 모두는 그리워할 겁니다. 그리고 ‘인생은 이렇게 사는 거야’라는 교수님의 무언의 가르침은 그 그리움 속에서 저희와 늘 함께 하리라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참다운 스승을 찾으려는 마음가짐조차 못한 체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교수님의 넉넉한 품이 더욱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가을, 다시 교내 축구대회가 열리게 된다면, 우리 선수들은 퇴임하신 교수님을 떠올리며 더욱 힘차게 그라운드를 뛰고 있을 겁니다. 이찬욱 교수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교수님은 저희의 영원한 리베로이십니다. 

백훈 교수

정치국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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