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컨트롤 타워는 없었다 
탁상공론 아닌 현실적 대책 마련하길

비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하룻밤 새 약 7명이 숨졌다. 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였다. 8일 서울특별시(서울시)에는 시간당 최대 141.5mm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이수역, 대치역 등이 물에 잠겼고 강남 일대 도로에는 수십 대의 침수 차량이 즐비했다. 10개가 넘는 자치구에서 산사태 경보·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으며 도림천 등은 범람했다.

  재난은 예견돼있지 않았나. 전날 기상청은 최대 300mm 이상의 예상 강수량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사저로 정시퇴근했다. 퇴근 당시 아파트 침수 시작을 목격했음에도 집무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비가 온다고 대통령은 퇴근하지 않는 것이냐 해명했다. 국가 원수의 태도라곤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느긋한 모습이다. 『대한민국헌법』 제76조에서는 내우·외환·천재·지변 시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한 대통령의 긴급 조치권을 언급한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 앞 대통령의 막중한 책임 및 막대한 권한을 보여주는 조항이다. 결국 폭우 속 국민이 의지할 컨트롤 타워는 부재했던 격이다.
 
  어디 대통령만 문제인가. 여권의 수준도 극명히 드러났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수해 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사진 잘 나오게 비가 좀 왔으면 좋겠다며 망언했다. 대통령실은 폭우로 참변을 당한 신림동 반지하 주택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국정 홍보용 카드뉴스로 제작했다. 해당 카드뉴스에는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재난 현장을 콘텐츠로 이용하고 본인의 홍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얼마나 기괴하고 가당찮은 일인가.  재난과 다름없었던 폭우로 인해 ‘반지하 주거 문제’도 다시 떠올랐다. 신림동, 상도동 등에서 반지하 가구 거주자가 숨지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신림동 피해 일가족의 구조 작업은 신고 접수된 지 약 3시간 후에야 시작될 수 있었다. 서울시 반지하 가구는 약 20만이다. 전국 반지하 가구 중 절반 이상이 서울시에 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지하 공간에 대해 주거용으로써의 건축 허가를 전면 불허하겠다 밝혔다. 기존 반지하 주택도 사람이 살지 않는 창고 등으로 용도 변경해 없애겠다는 말이다. 반지하 주택을 금지하는 것이 재난으로부터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곳곳에 놓인 안전 사각지대에 관한 뜬구름 대책이 아니라 현실적인 방안을 고안해야 할 때다.

  신고 전화가 폭주하는 등 혼란스러웠다고 해도 대처 시간이 너무 늦었다. 재난 상황에 대비한 인력 및 명확한 출동 우선 순위 등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이 동일하게 열악한 환경으로 수평 이동하지 않도록 깊게 고심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 재난 앞 약점이 되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국가는 취약 계층을 더욱 주도면밀히 살필 의무가 있다.

  어느덧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이 넘었다. 17일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안전이 국가의 무한 책임이라 말했다. 여권은 이번 폭우 대처에 무참히 실패했다. 후속 조치 또한 부실했다. 재난의 심각성은 물론 자리의 무게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에 발전이 없다면 국민은 안심할 수 없다. 국민 안전 앞에서는 여유로운 것보다 과한 게 낫다. 정부는 이번 폭우가 남긴 질문에 대한 답을 조속히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 안전 앞 무능력한 정부라면 무정부 상태와 다를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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