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동전은 사실 앞면, 뒷면이라는 양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양면성을 띠는 것이 많습니다. 동과 서, 흑과 백, 위와 아래. 문화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문화예술을 보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기 마련이죠. 이번 주 문화부는 ‘AI 예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간의 전유물일 것만 같던 예술에 AI가 스며들며 문화예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데요. 무섭게 속도를 내는 AI 예술, 그러나 아직 정립되지 않은 문제와 논쟁거리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나와 같은, 또는 나와 다른 생각이 담긴 ‘AI 예술’ 이야기. 한 번 읽어보실까요. 
권지현 기자 rnjswlgus1103@cauon.net

단조로운 일상 속 우리는 예술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갈망한다. 감미로운 음악과 슬픈 이야기, 아름다운 그림. 일반적으로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아닌 또 다른 예술가가 나타났다. 새로운 감동과 즐거움, 경이로움을 선사할 예술가의 이름은 AI다. 

  지금 여기, AI 예술의 출발점 
  
2018년 10월, 새로운 예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예술가 그룹 ‘오비어스’가 그린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Belamy)>의 등장은 예술품으로서 인정받는 AI 예술의 첫걸음이었다. 해당 작품은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43만2500달러, 한화로 약 4억940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AI 예술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AI 작곡 스타트업 ‘포자랩스’의 이준환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AI가 예술을 시작한 이유로 인간의 창작 욕구를 언급했다. “인간은 누구나 창작 욕구를 가지고 있죠. AI 개발자도 AI를 활용해 예술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을 거예요. 단순한 반복이 아닌 무언가를 창작하는 영역에서도 AI가 인간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예술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겁니다.”
 
  『예술과 인공지능』(이재박 씀)의 저자 이재박 작가는 AI 예술이 가지는 의의에 관해 이야기했다. “예술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영역으로 여겨졌어요. 그러나 AI는 그 천재성을 학습하죠. 예술에 소질이 없는 사람도 AI를 이용해 전문가 수준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AI가 재능의 민주화를 가져다주는 거죠.” 

DREAM by wombo에 반려동물 사진과 판타지 테마를 선택해 만든 기자만의 그림이다. 이미지 엄정희 기자
DREAM by wombo에 반려동물 사진과 판타지 테마를 선택해 만든 기자만의 그림이다. 이미지 엄정희 기자

  컴퓨터 속 예술가 
  
국내 첫 AI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비람풍 씀), AI 작곡가 이봄(EvoM), AI 화가 구글의 딥드림(Deep Dream)까지. AI는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자가 체험한 ‘DREAM by wombo’에서는 베이스 사진을 한 장 업로드하고 DREAM by wombo에서 제공하는 테마를 선택하면 새로운 그림이 만들어진다. 반려동물 사진과 판타지 테마를 선택하자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림이 탄생했다. 입체적인 대상과 재배치된 눈과 코, 입이 특유의 일그러짐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준환 매니저는 감상자로서 느낄 수 있는 AI 예술의 매력을 강조했다. “인간의 예술과 달리 AI 예술은 창작자에게 의도를 물어볼 수 없어요. 그래서 각자가 작품을 보고 해석한 그 자체가 창작 의도가 되죠. 감상자의 관점에 따라 작품의 의도와 가치가 정해진다는 점이 매력 아닐까요?”
 
  이지항 교수(상명대 휴먼지능정보공학과)는 과거의 예술을 현실에서 재현할 수 있는 AI의 능력을 설명했다. “피카소가 살아있다면 현대의 풍경, 현대인들, 첨단 기기들의 홍수 속 현시대를 어떻게 표현할까요? 매우 정교하게 예술가의 기법을 모방하는 AI는 이러한 공상을 현실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있다고 생각해요.” 

두민 작가와 AI가 함께 만든 'Commune With...수원화성'. 윗부분은 두민 작가의 유화 기법으로, 아랫부분은 AI가 학습한 반 고흐 화풍으로 수원화성을 그려냈다. 서로의 매력이 이질감 없이 한데 어우러져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사진출처 NFT 마켓플레이스 메타파이 홈페이지 캡쳐
두민 작가와 AI가 함께 만든 'Commune With...수원화성'. 윗부분은 두민 작가의 유화 기법으로, 아랫부분은 AI가 학습한 반 고흐 화풍으로 수원화성을 그려냈다. 서로의 매력이 이질감 없이 한데 어우러져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사진출처 NFT 마켓플레이스 메타파이 홈페이지 캡쳐

  불을 지피는 두 개의 부싯돌 
  AI가 혼자 하는 예술이 있는가 하면, AI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내는 예술도 있다. NFT 아티스트 두민 작가는 최초로 AI와 함께 <Commune With... 수원화성>이라는 그림을 완성했다. 작품의 윗부분은 유화 기법을 사용한 두민 작가가, 아랫부분은 반 고흐의 화풍을 학습한 AI가 새로운 수원화성을 그려냈다.
 
  이재박 작가는 AI와의 작업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설명했다. “AI는 인간보다 더 빠른 시간과 더 적은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해요. 효율이 높아진 만큼 가능성을 무한으로 시험하게 됩니다.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AI가 만든 창작물에서 발견할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이지항 교수는 AI 예술이 만들어낼 맞춤형 예술의 미래를 제시했다. “AI는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를 예측할 뿐만 아니라 선호할 만한 작품을 제공해요. 단순 창작물을 넘어 예술적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줄 겁니다. 궁극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이를 뛰어넘는 인간의 예술성을 계발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인간을 더 위대한 존재로 만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AI 예술의 시작은 일상의 변화에 새로운 종을 울렸다. 앞으로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AI 작가의 소설을 읽고, AI 화가의 그림이 걸린 전시회를 방문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는 노래가 AI의 멜로디일 날이 곧 도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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