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의료급여 수급권자 중 노숙인은 지정된 병원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제약 사항이 있다. 몸이 아플 때 흔한 동네 병원에 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급 상황에서도 지정된 병원에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차별의 제도화이자, 의도적인 의료접근권 배제다.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전국에 333명. 이중 서울특별시 외 지역 노숙인은 11명뿐이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정한 시설에서만 의료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구조에서, 해당 시설이 없는 지자체도 있다. 의료급여 신청권이 제한됐기에 비서울권 노숙인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건 당연한 결과이다. 이러한 구조는 홈리스를 치료할 수 있는 병으로 사망하게 만든다.

  의료급여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노숙인 복지는 시설 주체로 이뤄진다. 즉, 노숙인의 자활과 지역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반면 노숙인 시설이 건립되려고 하면 주민들이 반발하는 경우가 잦다. 2011년 신길역에 ‘노숙인 쉼터’가 신축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타 지역 노숙인까지 유입될 거라는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올해 3월 부산광역시 영도구에서도 노숙인 시설 건립에 주민 반대가 이어졌다.

  노숙은 누구에게나 발생 가능한 위기 상태다. 노숙에서 벗어나려면 빈곤에서 탈피해야 한다. 시설에서 제공하는 취업 상담이나 보호가 그 열쇠가 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노숙인의 존재를 꺼리는 이들이 노숙인들의 지역사회 복귀를 막는 상황이다. 사회 전반의 인식 제고가 없다면 노숙인은 계속해서 아파하고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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