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들어 우리가 높이 있을 때는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고 우리가 쓰러졌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서곡>에 있는 구절입니다. 시간의 점은 인생의 순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삶의 원동력을 찾는 그런 ‘순간’을 말합니다. 

  기자는 바야흐로 지난해 수습기자 시절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수습기자 시절, 선배 기자가 내준 인터뷰 과제 덕분에 판사인 외숙모를 취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지인 인터뷰, 명함도 나오지 않은 수습기자라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그녀는 자신에게 시간의 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워즈워스는 자신이 보았던 어떤 아름다운 풍경은 평생 기억 속에 남아있다가 힘든 순간마다 떠오르며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되어준다고 했습니다. 자연풍경만 아니라 가장 행복했던 어떤 순간 같은 것이 점처럼 응축돼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아직 어린 두 아이에게 그런 시간의 점들을 되도록 많이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여행 중에 시간의 점을 주로 만나는 것 같아요.” 

  이날 이후로 호기심이 많은 기자에겐 신기한 습관 하나가 추가됐습니다. 그것은 바로 의식적으로 시간의 점을 인지하려는 습관이었죠. 그래서 오늘은 기자의 수많은 시간의 점 중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기자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의 점은 거무튀튀한 하늘에 수백 개의 별이 함께한 밤, 2020년 1월 4일 오전 1시 43분입니다. 2년 전 고등학교 졸업 후 20살 향기에 취해있던 소녀들은 무작정 거제도를 갔었습니다. 술 한잔에 알딸딸한 친구들은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바다 위에 뜬 수많은 별을 쳐다보며 서로 끌어안고 펑펑 울었죠. 한 명은 수시를 광속 탈락해 재수해야 한다는 충격에, 다른 한 명은 지방에 살았던 친구들이 다른 대학에 진학해 떨어져야 하는 현실에 눈물을 훔치곤 했죠. 또 다른 친구는 술에 취한 건지 주변의 울음이 전해진 건지 그렁그렁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죠. 그 오합지졸 같았던 그 순간이 기자에겐 지금까지도 생각납니다. 그 새벽이 기자에겐 하나의 소중한 시간의 점입니다. 가끔 그때 느낀 귀중하고 복잡한 감정을 떠올리면 이유 없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용기를 얻게 됩니다. 

  여러분의 시간의 점은 무엇인가요? 기억이 작은 추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많은 경험과 감정들이 모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토록 어렵게 만들어진 시간의 점이 때론 우리가 삶이 지칠 때 다시 무언가를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죠.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속에 오늘도 예쁜 시간이 서서히 옮아지길 바랍니다.

이정서 대학보도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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