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삶뿐만 아니라 우리의 시선까지 뒤흔들었습니다. 이젠 우리가 팬데믹을 직시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시선을 끌다, 시야를 끌다-시끌시끌’은 사진을 통해 팬데믹에 시선을 끌어와 독자의 시야를 확장합니다. 팬데믹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화두를 사진기획 6부작으로 전합니다. 시끌시끌 다섯 번째 주제, 코로나19와 자아입니다. 어느새 우리 주위에 스며들어 가는 엔데믹 블루와 정신적 회복에 관해 시끌시끌하게 이야기해봅시다. 김수현 기자 ping_bi@cauon.net

코로나19 스친 자리엔
꾹꾹 눌러놓은 감정의 잔흔이

성찰과 긍정과 유대를 통한
세상과의 재연결, 생각의 환기

코로나19의 고비가 지나간 자리에 일상이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던 일상 회복 속 오히려 우울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정신건강전문의 이병철 교수(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황현찬 교수(중앙대병원)와 인문학을 연구하는 최현철 교수(다빈치교양대학), 김은진 교수(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이기흥 교수(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의 자문을 통해 코로나19 해소 속 우울의 원인과 회복을 짚어봤다.

  ※해당 기사는 개별적으로 취재한 인터뷰를 좌담회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코로나19 하락세에도 우울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병철 교수
: 코로나19 공포 등으로 인한 우울감을 일컫는 코로나 블루와 달리 엔데믹 블루는 코로나19 위험기가 지나갈 때 나타나는 우울감을 의미합니다. 긴장이 풀리며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우울증처럼 나타나는 거죠. 코로나19 동안 한국의 자살률은 감소했어요. 재난 상황에서 자살률이 줄고, 재난이 끝나며 무기력감으로 자살률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볼 때, 포스트 코로나 우울 관리에 있어 엔데믹 블루는 중요한 개념이죠.

  황현찬 교수: 사람들은 환경이 바뀔 때 변화에 취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안 하던 일을 재개하다 보니 과한 업무로 인식됐을 수 있어요. 다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고 회식 등의 모임도 큰 스트레스 중 하나죠.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마스크 착용과 동시에 여행, 술자리, 축제 등 대면 활동이 제약받기 시작했다. 일상의 상실은 뉴노멀이 그 자리를 채웠다. 사진 김수현 기자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마스크 착용과 동시에 여행, 술자리, 축제 등 대면 활동이 제약받기 시작했다. 일상의 상실은 뉴노멀이 그 자리를 채웠다. 사진 김수현 기자

  -10·20세대가 엔데믹 블루에 특히 취약하다는데.
  황현찬 교수
: 코로나19로 생긴 가장 큰 문제는 생활 리듬이 망가지는 것입니다. 어릴수록 생활 리듬이 깨지기 쉽죠.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학교에 가지 않아 생활 리듬이 많이 깨진 것 같아요.

  김은진 교수: 10·20세대는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죠. 코로나19가 심각할 땐 모두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SNS 속 과시하는 사진 등을 접하며 ‘나만 힘들어하고 있나’라는 상대적 불안을 느낄 수 있어요. 취업준비생의 경우 갑작스런 일상 회복에 적응하기 어려울뿐더러 제대로 취업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스트레스가 불안과 우울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팬데믹 속 생활의 관성으로 인해 생활 패턴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에 적응하지 못하는 불안정함이 존재한다. 사진 김수현 기자
팬데믹 속 생활의 관성으로 인해 생활 패턴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에 적응하지 못하는 불안정함이 존재한다. 사진 김수현 기자

  -팬데믹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 ‘연결’을 되찾는 것이 제시되고 있다.
  김은진 교수
: 연결을 추구하는 그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그것이 기계적으로 이뤄진다면 결코 온전한 연결을 경험할 수 없죠. 접촉이 형식적이고 습관적일 때는 단절감, 좌절감 및 고뇌감으로 증폭될 수 있어요. 활동의 유형보다는 연결되는 그 순간 사랑과 유대감으로 온전히 자리하며 상대와 함께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기흥 교수: 외적 교류가 아닌 내적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중시하며 ‘나’를 보호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죠. 그런데 그런 ‘나’는 오로지 개념적 차원에 존재할 뿐입니다. ‘나’라는 개념을 내려놓은 사람은 자신의 존재나 삶이 세상 모든 것과 연결돼 있음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에 따라 세상과의 연결이 촉진될 수 있죠.

팬데믹에서 엔데믹을 향해가는 지금, 관계의 회복이 주목받고 있다. 배려와 수용이 필요한 현 상황에 맞는 형식적 연결이 아닌 진정한 연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을 향해가는 지금, 관계의 회복이 주목받고 있다. 배려와 수용이 필요한 현 상황에 맞는 형식적 연결이 아닌 진정한 연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속 좌절과 자존감 상실 등이 우울을 심화하는 것 같다. 자아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최현철 교수
: 팬데믹 속 개인 시간이 많아짐에도 우울함이 심화하는 이유는 여유 시간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써야겠다는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주어진 시간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여기며 잘 활용하려고 생각하다 보면 분명히 자기 긍정이나 자신감을 주는 요소를 충분히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기흥 교수: 인간에게 생각은 필요악입니다.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불필요한 생각은 고통과 번뇌를 가져오니까요. 자아가 흔들린다 싶으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삶이 불안정하다면 추구하는 목표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하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해도 도무지 실적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도 필요하죠. 자신의 생각에 집착하지 말고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상 회복이라는 변화 속 중심을 잃고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잠시 생각을 멈추고 주변 존재와 나의 관계를 성찰해봐야 한다. 사진 김수현 기자
일상 회복이라는 변화 속 중심을 잃고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잠시 생각을 멈추고 주변 존재와 나의 관계를 성찰해봐야 한다. 사진 김수현 기자

  -엔데믹 블루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가 있다면.
  최현철 교수
: 우울을 인지하는 순간이 극복할 수 있는 시작점이라 봐요. 우울 자체는 문제가 아닌 감정입니다. 우울함이 의식화되는 게 문제죠. 우울이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여유 시간이 많은 현시점에 타인의 마음에 드는 행복을 추구하기보단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형성해 우울을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은진 교수: 자신의 심신 작용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인은 자기중심적 이해가 습관화돼있죠. 경쟁과 비교의 현대사회 혹은 팬데믹 비대면 시대에서 기인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자기애적 사고방식을 돌아보지 않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되기도 했습니다. 그 어느 시대를 맞이하더라도 마음의 중심을 잡기 위해 자신을 성찰하는 습관을 길러야 해요.

  이기흥 교수: 코로나19로부터 교훈을 얻어 발전된 미래를 지향해야 합니다. 팬데믹을 통해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것을 환기할 수 있었습니다. 삶의 연약함, 삶의 제한적인 방식의 한계 그리고 대안적 삶에 관해 고민할 수 있었죠. 각자가 처한 상황에 긍정적이고 밝은 시선을 가져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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