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Do Dream)은 ‘꿈꾸고(Dream) 도전하라(Do)’, ‘꿈꾸고(Dream) 두(Do)드려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 여론부는 다양한 도전과 경험 끝에 중앙대 강단의 문을 두드린 이들을 만납니다. 강단에서 중앙대 학생들을 만나기까지 그들의 여정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 주는 모두를 위한 경제학을 꿈꾸는 김배근 교수(경제학부)를 만나봤습니다. 김배근 교수의 이야기를 함께 두드려 볼까요? 소지현 기자 jihyeon86@cauon.net 사진 김수현 기자

사진 김수현 기자

“이제는 지성인이 돼야 해요. 사회를 이해하고 사색하면서 책도 읽어야 하죠. 자칫 전공 지식에만 빠져들면 기계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어요. 단순히 지식만을 추구하지 않고 주도적인 사람으로 거듭나야 해요.”

경제는 우리의 삶 그 자체다. 무한한 인간의 욕망 앞에서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관한 난제를 풀어나가는 경제학은 사회의 다방면에 영향을 끼친다. 경제학을 향한 열정으로 통화정책 최전선에서 청춘을 다 바친 김배근 교수(경제학부)는 중앙대 강단에서 그만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빼곡히 책으로 가득 찬 그의 연구실에서 김배근 교수의 삶으로 잠시 다녀와 봤다.

  -이번 학기 대면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 소감은 어떤지. 
  “확실히 최근 2년간의 비대면 수업보다 더 만족스럽죠. 제게는 강의실에서 수업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수식이 많은 경제학부의 특성상 판서가 중요하기 때문에 실시간 줌(Zoom) 수업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분반을 둘로 나눠 번갈아 대면 수업을 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수업 전 마이크를 살균하는 등 방역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긴 하지만 지금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오랜 시간 경제학 분야에 종사했다. 언제부터 경제학에 관심을 가졌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사실 중학교 때는 과학자를 꿈꿨는데요. 과학자의 필수 역량인 수학에 큰 흥미를 못 느끼면서 결국 문과를 선택했죠. 그런데 고등학교에 가서 수학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학적 요소가 녹아있는 경제학 역시 즐겁게 다가오더라고요.”

  -학부 시절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2학년 때 배웠던 <거시경제학>이 제게 딱 맞는 과목이라고 느꼈습니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거시경제학이 가장 재미있어요. 현실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면서 복합적인 사고를 요구하잖아요. 한 가지만 깊게 고민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학부 시절 힘들어했던 과목도 있었는가. 
  “공부한 만큼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 과목이 조금 힘들었죠. 이를테면 역사적 사실이나 사상적인 근거로 자본주의에 관해 논쟁하는 과목들이요. 그런 과목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잘 와닿지 않아 다른 과목에 비해 쉽지 않았어요.”

  -졸업 후 바로 한국은행에 입사했는데. 
  “처음에는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4학년 때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준비를 시작했죠. 그러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취직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원을 가면 결국 유학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거든요. 그래서 경제학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어딘지 살펴보다가 한국은행 시험을 준비해 입사하게 됐죠.”

  -한국은행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본다면. 
  “정말 일만 했던 것 같아요. 4학년을 마치고 1월부터 바로 연수를 받았어요. 졸업식 때만 잠깐 나올 수 있었네요. 3월 부서 배치 이후로는 퇴근을 거의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입행 후에 군 복무를 수행했는데 입대 직전까지도 계속 야근을 했어요. 제대 후에도 일주일 만에 복귀해야 했죠. 일하는 건 힘들었지만 그만큼 배울 게 많아 괜찮았어요. 그렇게 제 청춘 시절을 다 보냈습니다.”

  -한국은행 재직 중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한국은행에는 2년간 연수비용을 지원해 주는 해외학술연수 제도가 있어요. 그 기회로 다녀오게 됐습니다. 보통 박사 학위를 마치려면 평균 5년~6년 정도 소요되는데 그중 2년은 한국은행에서 지원을 받았어요. 나머지 기간은 휴직계를 낸 뒤 자비로 마치고 왔는데요. 어쨌든 4학년 때 펼치지 못했던 꿈에 도전할 기회가 있다는 게 참 좋은 거였죠.”

  -유학 중 어려움은 없었나. 
  “제가 30대 중반에 다녀왔으니 상대적으로 늦게 공부한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정규 학기가 시작하기 전 경제학에 필요한 수학을 하면서 준비하는 기간이 있어요. 초저녁까지 온종일 프로그램이 이뤄지는데 오랫동안 학업을 중단한 채 직장에서 일만 하다가 다시 강의를 들으려니 지치더라고요.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뻗어버렸죠. 또 20대 때와 달리 계산이 잘 안 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서두르면 부호가 반대로 돼 있고 신중히 풀면 또 속도가 안 나왔죠. 그래도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했어요.”

  -미국에서 남은 추억이 있다면. 
  “가족들과 공원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시간을 보냈던 게 떠오릅니다. 제가 결혼 이후에 가족들과 함께 유학을 떠났거든요.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 중소도시로 이뤄져 있는데 도시 외곽에 공원이 많아요. 그런 공원에는 고기를 익힐 수 있는 장비들이 다 갖춰져 있죠. 숯과 고기만 따로 준비하면 됐는데요. 구워 먹으면 육즙도 가득 차 있고 아주 맛있어요. 그렇게 가족들과 즐겁게 보냈던 기억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2011년 한국은행에서 퇴사한 뒤 지금까지 중앙대와 함께하고 있다. 강단에 서게 된 이유는.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어요. 이론에 집중된 대학과 달리 한국은행은 실무를 익히면서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만들길 원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제가 그런 경우였죠. 직장에서는 아무래도 자신만의 작품보단 조직 전체를 위한 업무를 할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제 작품, 즉 제 논문을 향한 애착이 조금씩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으로 일터를 옮기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마침 한국은행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제 박사 학위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투고하는 등 연구 활동에 신경을 써둔 덕분에 실적이 어느 정도 쌓여있었죠. 그렇게 제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작품을 남기고자 강단에 오게 됐습니다.”

  -강단에서 기억에 남은 경험은. 
  “대학은 어떻게 보면 단조롭잖아요. 학기 중에는 강의를 하고 또 방학이 되면 논문을 쓰죠. 생활 방식이 일정하기 때문에 기억에 남았던 큰 일화는 없는데요. 학생들이 제게 만족해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면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코로나19 이전에 한국은행에서 주최하는 통화정책 경시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을 지도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비록 본선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예선에서 상을 받았죠. 그 학생들이 제게 고맙다고 했는데 제자들이 잘되면 저도 좋더라고요.”

따뜻한 미소를 가진 김배근 교수는 차분한 말투 속에 겸손함과 경제학에 관한 깊은 고찰이 담겨 있었다.
따뜻한 미소를 가진 김배근 교수는 차분한 말투 속에 겸손함과 경제학에 관한 깊은 고찰이 담겨 있었다. 사진 김수현 기자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하는가. 
  “가치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한 것 같아요. 그냥 본인만의 생각을 만들어가라고 합니다. 저는 경제학이 항상 불완전하고 아직 허점이 많다고 이야기해요. 제가 모든 걸 다 알고 있어서 가르쳐주는 게 아니고 지금까지 경제학자들이 쌓아놓은 지식과 지혜를 소개하는 것에 불과한 거죠.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으니 제가 하는 말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말고 스스로 사고해보면서 개발하며 보완해보라고 말합니다.”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현실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이 핵심적이죠. 가끔은 경제학이 학문적인 측면에만 집중돼 학문을 위한 학문이 돼가는 경향도 있어요. 그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그런 방향으로 치우치면 결국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을 거예요. 그게 어느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질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길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경제학을 배울 때 지나치게 시장의 효율성에만 매몰되지 않았으면 해요. 효율적인 게 완벽한 건 아니에요.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서도 효율성은 달성할 수 있죠. 하지만 그게 과연 우리가 바라는 사회인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따라서 효율성의 관점을 학습하되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 목표 등이 있다면.
“저는 현재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욕심을 부려  더 성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제가 누렸던 것만큼 조금씩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제는 체력적인 한계가 있으니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강의도 하면서 연구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경제학부장을 역임한 지난 2년간 연구를 거의 못 했거든요. 이제 다시 따라가면서 묵혀뒀던 연구를 되살려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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