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서예 동아리 ‘중앙서예연구회’(서울캠 중앙동아리)를 만납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멋진 글씨를 써 내려가는 동아리였죠. 아리아리한 중앙서예연구회 현장 속으로 기자와 함께 떠나봅시다! 소지현 기자 jihyeon86@cauon.net 사진 소지현 기자

제86회 중앙서예연구회 임서전의 모습이다.
제86회 중앙서예연구회 임서전의 모습이다. 사진 소지현 기자

둥글둥글하게 때론 절도있게 또 때로는 흩날리는 꽃잎과 닮아 보였습니다. 붓으로 글씨를 쓰는 예술이란 정의에 걸맞게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새하얀 복도 벽면을 도화지 삼아 수 놓인 검은 글자들이 유독 도드라져 보여서였을까요? 기자의 눈앞에 그 서체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보이는 듯합니다. 서울캠 중앙동아리 ‘중앙서예연구회’의 올해 첫 전시회인 ‘임서전’에 다녀오고 나서부터였죠. 

  310관(100주년기념관) B603호 앞에서 열린 전시회는 복도를 빼곡히 채울 만큼 많은 작품이 전시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백 뒤 열린 대면 전시회인 만큼 동아리원의 참여율이 돋보였죠. 이번 전시회에선 서예가 낯설 수 있는 관람객들을 위해 동아리원의 안내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서예에 조예가 깊지 않았던 기자도 그 덕에 임서전을 온전히 관람할 수 있었는데요. 안내를 따라 전시회를 둘러보다 보니 중앙서예연구회와 함께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습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일필휘지(글씨를 단숨에 죽 내리 쓰다). 기자는 중앙서예연구회의 문을 두드리며 이럴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1음절을 쓰는 것은 둘째치고 기본 획을 긋는 것조차 쉽지 않았죠.  

  서예는 기본 획을 긋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중앙서예연구회의 기본 획 연습은 가로획과 세로획 순서로 이뤄지는데요. 둘은 획을 긋는 방향만 다를 뿐 붓을 종이에 대고 옮기고 떼는 용필법은 같습니다. 기자가 배운 용필법의 기본은 붓을 누르거나 드는 힘의 조절이었죠. 이때 수직으로 들고 있는 붓이 흔들리지 않게끔 단단히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온 힘을 다해 획을 긋기는 힘들죠. 기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기자에게 여덕수 선배(경영학과 89학번)가 다가왔습니다. 함께 붓을 잡고 감이 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죠. “붓끝을 종이에 살짝 댄 후에 획이 나아갈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붓을 옮기는 역입을 해야 해요. 그 과정에서 붓에 받은 힘을 바탕으로 획을 긋습니다. 이때 1번의 힘만으론 끝까지 도달할 수 없어요. 도중에 힘이 떨어지면 가던 방향의 반대로 붓을 세워 정돈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손목이 아닌 팔 전체에 힘을 줘 획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죠. 

  이기정 학생(국어국문학과 3)은 서예를 배워나가면서 기본 획 연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전했습니다. “처음엔 기본 획 연습이 재미도 없고 귀찮아서 제대로 연습하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서체가 멋있지 않더라고요. 이에 기본 획이 중요하단 걸 체감하고 지금은 기본 획 연습을 먼저 한 후에 글씨를 씁니다.”

서실에 들어오면 빈자리에 각자 자리를 잡고 서예 연습을 하거나 선배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서실에 들어오면 빈자리에 각자 자리를 잡고 서예 연습을 하거나 선배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사진 소지현 기자

  함께하는 서체유형검사
  
서예에선 글 쓰는 사람의 기백과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여덕수 선배의 말처럼 다양한 서체가 존재합니다. 그중 중앙서예연구회에서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궁서체, 판본체를 다룹니다. 전서, 예서, 해서, 행서는 한자고 궁서체와 판본체는 한글이죠. 

  전서란 가장 원시적인 서체로 글씨가 아닌 그림으로 느껴질 만큼 자유분방합니다. 예서는 비석에 새긴 글에서 유래된 경우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투박한 느낌의 사신비와 화려하고 정교한 예기비가 있죠. 해서는 글씨를 정자로 바르게 쓰는 서체를 의미하는데 대표적으로 동글동글하고 조금의 자유가 허락되는 정희하비와 반대로 힘 있고 시원시원한 필력이 특징인 장맹룡비가 있습니다. 궁서체는 오늘날 한글 서체의 표준으로 여겨지는 서체이며 판본체는 훈민정음 창제 직후 판본에 쓰인 서체를 의미해 한글고체라고도 부르죠. 

  그렇다면 어떻게 스스로와 잘 맞는 서체를 선택할 수 있을까요? 중앙서예연구회에서는 서체 선택에 앞서 선배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여덕수 선배는 후배들의 성격이나 개성에 맞춰 제언을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서예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개인의 성격과 개성을 고려해 조언을 건네는 편이죠. 활달하고 자유로운 성격이라면 전서나 예서를, 꼼꼼하고 우직한 성격이라면 해서를 추천합니다. 다양한 성격의 동아리원이 있는 만큼 더욱 세밀한 추천을 위해 서체를 늘리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이 외에도 동아리원끼리 서로에게 알맞은 서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위기였는데요. 류준석 학생(일본어문학전공 3)은 장맹룡비를 추천해준 선배와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처음 동아리에 들어왔을 때 따뜻하게 맞이해줬던 선배를 따라 장맹룡비를 시작했어요. 제게 소질이 있다고 하셨죠. 선배가 줬던 따뜻함을 후배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계속해서 장맹룡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끝은 또 다른 시작
  
임서전을 앞두고 기자는 다시 중앙서예연구회 서실을 찾았습니다.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제 몫을 다하는 동아리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여덕수 선배는 모범 서체를 직접 써주며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미 모범 서체를 받은 동아리원은 도구를 정리하거나 옆에 남아 연습을 하고, 순서를 기다리는 동아리원들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죠. 확실히 학기 초에 느껴졌던 첫 만남의 설렘보단 친밀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손에 먹물이 묻는 것을 개의치 않고 정성을 담아 여덕수 선배(경영학과 89학번)는 후배들에게 모범 서체를 보여주고 있다.
손에 먹물이 묻는 것을 개의치 않고 정성을 담아 여덕수 선배(경영학과 89학번)는 후배들에게 모범 서체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소지현 기자

  한편으론 긴장감도 맴돌았는데요. 아무래도 전시회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죠. 박진현 학생(화학신소재공학부 3)은 이번 전시회를 기점으로 뒤이어 계속될 전시회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성장하는 드라마를 쓰겠습니다. 동아리 체장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그날까지, 박진현 파이팅!” 

  ‘시선이 있기에 유의미한 이 전시회에 친히 방문해주신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란 말로 관람객을 맞이했던 이번 전시회를 떠나보내며 강다은 회장(공공인재학부 3)은 기분이 오묘한 듯 소감을 전했습니다. “임서전은 준비 기간이 길어요. 그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해 전시회를 무사히 열었다는 것이 뿌듯하면서도 아쉽네요. 전시회가 끝나면 북적였던 서실이 조용해질 생각에 아쉬운 것 같아요.”  

  기자 역시 몇 번의 참여만으로 중앙서예연구회에 정이 들었는지 아쉬운 마음에 전시회를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는데요. 2학기에 있을 ‘작품전’은 동아리원이 직접 글귀를 정해 서체를 쓰는 만큼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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