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소지현·오진실 기자

106관(제2의학관)과 204관(중앙도서관) 사이 작은 샛길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그 샛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큼지막한 건물 가운데 자리한 아기자기한 텃밭들이 눈에 보입니다. 모두 서울캠 중앙동아리 ‘(중)앙상추(중앙상추)’의 텃밭인데요. 서로 이름 뒤에 ‘상추’란 호칭을 사용하던 중앙상추는 마치 한 가족처럼 느껴졌습니다. 중앙대의 리틀 포레스트 중앙상추와 함께했던 기자의 텃밭일지, 지금 시작합니다. 

  3월, 흙내음 사이로 시작을 심다
  
보슬비가 내리던 3월 어느 토요일 아침 양재동화훼공판장에서 중앙상추와 처음 만났습니다. 본격적으로 텃밭을 일구기 전 한 학기 동안 키울 작물의 모종을 직접 구매하기 위해서였죠. 초등학교 방학 숙제로 강낭콩을 키워본 적 말고는 관련 경험이 없던 기자였기에 모종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식으로 구매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서영 상추(국제물류학과 3)의 말은 그런 기자에게 위안이 됐습니다. “저도 중앙상추 가입 전에 상추를 재배해 본 경험이 없었어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작물에 관해 잘 아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관련 경험이 없더라도 동아리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혹시 동아리 이름이 중앙상추라서 상추만을 재배하는 동아리라고 생각한 분 있으실까요? 부끄럽지만 기자는 그러했는데요. 섣부른 예단이었죠. 중앙상추는 모종을 구매하기 전 조별로 어떤 작물을 재배하고 싶은지 결정하고 상추 외에도 다양한 작물을 키웁니다. 물론 작물을 선택함에 있어 고려할 부분이 있다고 최지운 상추(물리학과 2)는 조언했습니다. “비교적 키우기 쉽고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추천해요. 아무래도 전문 농업인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작물은 피하는 게 좋죠.” 이 외에도 파종 시기, 수확률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모종을 구매했습니다. 

  상추, 미니토마토, 딸기 등 다양한 모종을 구매한 후 다시 찾은 동아리실에는 삽, 갈퀴와 같이 모종을 심기 위한 도구들이 준비돼 있었습니다. 기자는 동아리원들과 함께 장비와 모종들을 나눠 들고 중앙상추의 텃밭으로 향했는데요. 흙내음이 가득한 텃밭에는 군데군데 돌이나 잡초가 보였습니다. 모종을 심기 위해 흙이 묻는 것을 개의치 않고 모두 돌을 골라내며 밭을 갈았죠. 미리 뿌려둔 퇴비가 골고루 섞이도록 고랑도 팠습니다. 

  텃밭이 준비되면 드디어 모종을 심을 차례입니다. 모종의 뿌리 부분이 흙에 전부 잠길 만큼 밭이랑에 구멍을 파 모종을 넣고 흙으로 덮어줍니다. 이때 민승현 상추(전자전기공학부 3)가 다른 작물과 달리 딸기는 특별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딸기는 고랑 위에 비닐을 덮는 멀칭(mulching) 작업이 필요해요. 딸기가 자라면서 흙에 닿아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이후 비닐 위에 구멍을 뚫어 같은 방식으로 모종을 심습니다. 열심히 모종을 심은 후 텃밭을 떠나면서 기자는 속삭였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렴!” 

  5월, 노력의 열매를 맺다
 
식탁에 오르는 농작물은 절대 홀로 자라지 못하죠. 중앙상추의 텃밭도 동아리원들의 땀과 정성이 가득합니다. 홍성재 상추(경제학부 1)는 작물 재배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며 주기적인 활동이 부담보단 힐링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주일에 2~3회 정도 조원들과 물을 주러 텃밭으로 향해요. 원래 성격대로라면 수업 시간을 제외하곤 학교에 오래 머물지 않았을 텐데 중앙상추 덕분에 힐링하며 알찬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유지원 상추(심리학과 3)도 자주 있는 모임 덕분에 동아리원과 더욱 친밀해졌다며 기뻐했습니다. “텃밭을 가꾸면서 혼자 밥 먹는 날보다 동아리원과 같이 먹는 날이 많아졌어요. 소심한 성격 때문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중앙상추 덕분에 사람들과 학교를 자주 오가면서 비로소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하는 기분이에요.” 

  그로부터 약 2달 뒤 수확을 위해 오랜만에 텃밭을 찾은 기자의 눈에도 그 모든 노력이 여실히 보였는데요. 어느새 봄의 풋풋함을 벗어내고 서서히 여름의 정취를 보여주고 있던 중앙상추의 텃밭에는 탐스러운 작물로 가득했습니다. 이수민 상추(간호학과 3)는 물 주기 외에도 텃밭을 가꾸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밝혔습니다. “텃밭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다가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듯하면 동아리실에 있는 비료도 뿌려주고 직접 농약을 만들어 진드기도 없애줬죠. 또 잡초를 뽑거나 열매가 위로 뻗어나는 것을 방해하는 순을 적절히 잘라주기도 했어요.” 일교차가 심해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가 지금은 철거했다고 이민주 중앙상추 회장(생명과학과 2)은 덧붙였죠. 

  아쉽게도 기자는 상추를 직접 수확해보진 못했습니다. 혹여나 상추에 상처가 날까 걱정이 돼서였죠. 대신 전규미 상추(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가 활동 내내 기자를 도왔습니다. 능숙하게 상추를 수확하고 텃밭 이곳저곳도 설명했는데요. 처음 만났던 자그마한 잎사귀가 아닌 넓적한 상추에 놀라며 왠지 모를 뿌듯함이 마음에 퍼졌습니다. 

  중앙상추와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기자는 동아리원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에게 중앙상추란 어떤 의미인가요?” 답을 준 모든 동아리원이 입 모아 대학 시절 행복한 기억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 같다고 전했는데요. 여러분도 중앙상추에서 추억 한 페이지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이수민 상추의 한 마디처럼요. “저희랑 같이 상추쌈 먹어요!”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