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ROOM FOR RACISM’과 ‘RESPECT’, 근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중계를 보면 자주 눈에 보이는 단어다. 예전부터 큰 사회 문제였던 인종차별 및 혐오 범죄를 바로 잡고자 하는 축구계의 캠페인이다. 이 두 문구는 경기 중계 배너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유니폼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기자가 가진 한 해외 축구팀 유니폼의 소매에도 ‘NO ROOM FOR RACISM’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이는 반대쪽에 적힌 상업광고 문구보다 더 빛나고 무거워 보인다. 이외에도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고자 미식축구계를 필두로 전 세계로 확산했던 ‘Black Lives Matter’ 캠페인 또한 EPL 경기 시작 전 계속되고 있다. 

  위와 같은 인종차별 반대 운동은 SNS를 통해 빠르고 강력한 사회적 연대를 이뤄내며 스포츠뿐만 아니라 일상에도 영향을 줬다. 그러나 인종차별 문제를 향한 진보된 인식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지 않는 차별은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8일 FA 여자 슈퍼 리그에서 첼시 FC 위민은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 지소연은 8년 동안 팀의 우승에 많은 공을 세웠다. 그러나 우승 시상식에서 지소연을 위한 ‘RESPECT’는 없었다. 

  우승의 순간 매번 동양인들을 괴롭히던 ‘아시안 패싱’이 어김없이 지소연을 향한 것이다. 흔히 축구 시상식에서 말하는 ‘아시안 패싱’이란 계속 트로피를 중심으로 시상식 장면을 비춰주던 카메라가 동양인 선수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 관중석으로 카메라를 돌리거나 다른 선수들을 노골적으로 비추는 인종차별적 행동을 지칭한다. 박지성, 오카자키 신지, 기성용, 미나미노 타쿠미 등 유럽 축구 무대에서 활약하며 소속팀의 우승에 공헌한 동양인 선수들 모두가 ‘아시안 패싱’을 당했다. 

  인종차별에 대한 스포츠계의 비판적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아시안 패싱’은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세상에는 이처럼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권력의 ‘프레이밍’에 포함되지 못한 차별들이 많다. 이런 문제는 비단 외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 사회 내에서도 비주류·소수자 차별, 연령 차별 등 여전히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차별들이 많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사실은 차별의 경중조차 무게를 달리 짜고 있지만 별거 아닌 차별, 더 무거운 차별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별 앞에는 어떠한 가벼운 수식어도 붙을 수 없다. 차별은 그 자체로 우리 안에 존재한다. 차별들 속에서도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존재하는 모든 차별에 동일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에겐 일상 속 숨은 차별을 찾으려는 노력과 이를 외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무심코 지나친 차별은 당연시 여겨지고 결국 더욱 커지기에. 

배효열 대학보도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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