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여론부 꼭지 중 하나인 ‘보통의 이야기’, 저는 참 좋아합니다. 한 번쯤 지나쳐 갔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평생을 만나보지 못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일이죠. 비슷한 맥락으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은 유일하게 챙겨봤던 프로그램입니다. 유퀴즈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무작위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데 초점을 맞췄죠. 퀴즈를 맞추면 상금 100만원을 주는 재밌는 코너도 있습니다.

  이런 취지로 마니아층이 돈독한 유퀴즈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출연으로 다양한 의혹 및 논란과 함께 갑론을박이 일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예능에 출연하면 안 될까요? 그런 법은 없죠. 저도 <SNL 코리아 시즌2>에서 정치인을 인터뷰한 콘텐츠 재미있게 봤거든요. 그런데 유퀴즈는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걸까요?

  정치라는 이해관계가 방송에 개입하는 순간 방송의 내용과 주제의식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그 속에 내재된 의미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닌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유퀴즈는요. 여러 가지 의혹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매체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는 촬영 당일까지 당선인 출연 사실을 알지 못했고 제작진은 녹화 전 사전 준비 단계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여러 협조를 요청했지만 대부분 묵살당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의혹들을 차치하고서 더 나아가 우려되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문화예술계를 향한 외압인데요. 문화예술계를 향한 외압과 검열은 우리 사회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닙니다. 불과 몇 년 전 대한민국을 뒤집었던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죠. 방송을 포함한 모든 문화예술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그의 본질과 태초의 목적을 잃는 일은 없어야만 합니다. 문화예술은 개인과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가장 이용당하기 쉽지만 동시에 가장 자유로워야만 하는 분야니까요.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의 압박으로 시작해 검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팔길이 원칙’을 상기해볼까요. ‘팔길이 원칙’은 정부 또는 고위공무원이 공공지원 정책 분야 등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원은 하되 그 운영에는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자율권을 보장하는 원칙입니다. 문화 산업 육성 정책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죠. 떨어져야 합니다. 팔을 뻗고, 팔을 뻗은 길이만큼 멀리 말입니다. 방송과 공연, 영화를 포함한 모든 문화예술은 우리가 현실에서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외치고 이룰 수 없었던 것들을 꿈꾸게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네 삶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있기도 하죠. 문화예술의 자율성은 곧 개인과 사회의 자유, 완전하게 자유로운 세상을 바랍니다.

김지현 대학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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