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여자농구동아리 ‘미니언츠’(서울·안성캠 동아리)와 산악부 ‘CAUAC’(서울캠 중앙동아리)를 만납니다. 두 동아리 모두 따뜻한 마음과 응원이 꽃피는 곳이었죠. 아리아리한 미니언츠와 CAUAC 현장 속으로 기자와 함께 떠나봅시다!

미니언츠는 ‘즐겁고 만족스러운 농구’를 목표로 한다. 훈련시간에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부담 없는 활동을 추구하고 있다. 사진 오진실 기자
미니언츠는 ‘즐겁고 만족스러운 농구’를 목표로 한다. 훈련시간에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부담 없는 활동을 추구하고 있다. 사진 오진실 기자

3월 31일 ‘봄 농구’라고 불리는 한국 여자프로농구(WKBL)의 플레이오프가 시작됐습니다.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는 6개의 팀이 겨루는 정규 리그에서 상위 4개 팀만 진출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공을 주고받으며 경기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가슴이 뛰는데요. 중앙대에도 여성들을 위한 농구 무대가 있습니다. 바로 여자농구동아리 ‘미니언츠’죠. 2019년 창설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추위가 매섭게 돌던 2월, 기자는 코트를 누비며 마음을 나누는 미니언츠를 만났습니다.

  튼튼한 기초는 득점의 비결 
  그들을 처음 마주한 곳은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외부 농구장이었습니다. 장소 안내를 받고 험난한 여정을 예상했지만 서울캠에서 출발했을 때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죠. 농구 초심자였던 기자는 걱정을 안고 쭈뼛쭈뼛 농구장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공을 들고 있는 외국인 코치 Marta Donapetry(ISCTE Business School Hospitality and Tourism Management 석사 2차)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박성혜 학생(전자전기공학부 3)이 취재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자 Marta 코치는 활짝 웃으며 반겨줬습니다.

  원래 농구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신입부원이 들어오면 별도로 기초 훈련을 진행하지만 체험기를 작성해야 하는 기자는 곧바로 정규 활동에 투입됐습니다. 바짝 긴장한 기자의 얼굴을 본 Marta 코치는 누구나 즐겁게 할 수 있다며 안심시켰습니다. 몸풀기로 농구공을 튕기며 테니스공을 발로 차 축구를 하는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얼핏 들었을 때 의아할 수 있지만 실은 농구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드리블 능력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홍수민 회장(산업디자인전공 2)은 이렇게 설명했죠. “농구를 능숙하게 하려면 공을 보지 않고도 드리블을 할 수 있어야 해요. 테니스공을 이용한 축구라는 요소를 더해 드리블할 때 공만 보지 않게 합니다.”

  기자는 농구공을 바닥에 튕기면서 작은 테니스공을 이리저리 찾아 헤맸습니다. 하나만 하기도 쉽지 않은 행위를 동시에 진행하니 정신이 없었습니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죠. 이 밖에도 드리블을 하며 테니스공을 집어 올리는 등 여러 형태의 드리블 훈련이 이어졌습니다. 슬슬 숨이 턱 끝에 차오를 때쯤 Marta 코치는 잠깐 물을 마시고 쉬는 시간을 갖자고 말했습니다. 기자는 기쁜 마음에 얼른 경기장 밖으로 나가려 했는데요. 하지만 물도 쉽게 마실 수 없었습니다. 자유투 1개를 성공한 자만이 달콤한 휴식을 누릴 수 있었죠. 농구 골대를 노려보며 목을 축이겠다는 열망 하나로 공을 던졌더니 곧바로 골인에 성공했습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당당히 벤치로 향했습니다.

  이후 슈팅 연습이 이뤄졌습니다. 차례로 서서 앞사람이 골대가 아닌 백보드 부분으로 슛을 던져 공이 튕겨 나오면 그 뒷사람이 받아 바로 공을 던져야 했죠. 순발력이 중요한 훈련이었습니다. 미숙한 기자가 공을 놓치더라도 민망하지 않게 다른 동아리원들이 격려해주며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코트 위에서 마음이 통한다
  기초 훈련이 끝나고 코트의 절반만 이용한 3:3 농구가 진행됐습니다. 정식 농구 규칙을 적용하지는 않았고 자신을 담당한 상대 선수를 뚫고 골을 넣으면 코트 밖의 선수와 교대할 수 있는 형식이었죠. 공격권이 상대팀에게 넘어가면 공수를 교대해 본인이 맡은 선수를 수비해야 합니다. 기자는 전수민 학생(공간연출전공 4)을 맡았습니다. 전수민 학생은 미니언츠와 함께한 지 5개월이 됐습니다. 완벽한 초보였지만 농구 웹툰을 보다가 호기심이 생겨 가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활동이 어렵지 않았는지 묻자 전수민 학생은 답했습니다. “처음에는 공을 다루기도 어렵고 막막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투지를 갖고 상대를 넘어 점수를 얻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사진 오진실 기자
김지현 학생(유아교육과 3)과 박성혜 학생(전자전기공학부 3)이 골대 앞에서 접전을 벌였다. 과연 공은 골대를 통과했을까? 사진 오진실 기자
김지현 학생(유아교육과 3)과 박성혜 학생(전자전기공학부 3)이 골대 앞에서 접전을 벌였다. 과연 공은 골대를 통과했을까? 사진 오진실 기자

  경기가 시작됐고 부족한 실력에 마음만 앞서다 보니 전수민 학생과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깜짝 놀라며 사과하자 전수민 학생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며 본인이 비명을 지르지 않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죠. 다른 동아리원들 역시 겁먹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비하라고 조언해줬습니다. 덕분에 용기를 얻어 몸을 날리기도 하며 경기를 즐겼습니다. 한바탕 뛰고 나니 추운 날씨였음에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경기장도 미니언츠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죠. 몸을 맞대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협동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동아리에 가입한 지 한 달 정도 된 홍서현 학생(동물생명공학전공 1)은 미니언츠를 ‘보람찬 하루를 만들어 주는 존재’라고 표현했습니다. “훈련은 힘들지만 끝나면 하루가 뿌듯하게 느껴져요. 운동하면서 체력뿐만 아니라 친화력도 기를 수 있죠. 다른 동아리원들이 모두 친절해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재밌습니다.”

  미니언츠 창설과 함께 한 박성혜 학생은 미니언츠 가입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이같이 전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면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는 게 이득이 될 거예요.(웃음) 활동에 참여하다 보면 무조건 즐거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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