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여자농구동아리 ‘미니언츠’(서울·안성캠 동아리)와 산악부 ‘CAUAC’(서울캠 중앙동아리)를 만납니다. 두 동아리 모두 따뜻한 마음과 응원이 꽃피는 곳이었죠. 아리아리한 미니언츠와 CAUAC 현장 속으로 기자와 함께 떠나봅시다!

경기도 안양시 삼성산 자연암벽 등반 활동의 모습. 자연암벽 등반은 권경현 학생(기계공학부 2)이 추천하는 이색 활동이다. 홀드에 구애받지 않고 등반할 수 있고 협동심도 기를 수 있다. 사진제공 CAUAC(산악부)
경기도 안양시 삼성산 자연암벽 등반 활동의 모습. 자연암벽 등반은 권경현 학생(기계공학부 2)이 추천하는 이색 활동이다. 홀드에 구애받지 않고 등반할 수 있고 협동심도 기를 수 있다. 사진제공 CAUAC(산악부)

산은 계절마다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지금은 봄 오는 소리에 황량한 겨울옷을 벗고 꽃단장을 시작했네요. 서울캠 중앙동아리 CAUAC(산악부)는 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모였습니다. 한 동아리원은 매주 산을 오르는 산악부를 두고 자신의 ‘낭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산악부는 단순히 등산만 하는 동아리가 아닙니다. 산행과 야영 캠핑, 자연암벽 등반을 주로 하는데요. 이중 기자가 참여했던 관악산 산행과 인공외벽 등반은 꽤 많은 체력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지칠 때쯤 내밀어준 따뜻한 마음 덕분에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죠. 세심한 배려와 애정이 넘치는 산악부의 여정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여럿이 걸으면 천 리 길도 단숨에
  
3월의 어느 토요일 아침, 기자는 관악산 개강산행에 동행했습니다. 보통 이름에 ‘악’이 들어간 산은 등반이 어렵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들뜬 마음으로 집결지인 관악산 호수공원 입구로 향했죠. 배낭에는 음료와 간식거리를 잔뜩 챙겼습니다.

  모두 도착해 인원파악이 끝나자 4개 조로 나눠 출발했습니다. 기자는 지난 학기 산악부 회장이었던 김낙현 학생(국어국문학과 4)과 신입 부원인 고은주 학생(약학부 3), 박예린 학생(중국어문학전공 2)과 함께했습니다. 초면이었지만 모두가 밝은 모습으로 말을 걸어줬는데요. 고은주 학생과 박예린 학생은 주변에 산을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보니 동행할 사람을 찾아 산악부에 가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사람 모두 등산 경험은 있지만, 등반 경험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죠. 

  길이 가팔라지자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홀로 뒤처지면 괜히 폐가 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각자의 체력에 맞춰 자체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잠깐 멈춰 물을 마시던 기자는 금한서 회장(글로벌금융전공 2)을 만났습니다. 뒤처진 동아리원들과 함께 있었죠. 지친 기색이 전혀 없던 금한서 회장을 보고 감탄한 기자는 동아리 가입 전부터 체력이 좋았던 건지 물었습니다. “저요? 완전 바닥이었죠.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는 운동을 하나도 안 했어요. 최악의 체력을 유지하다가 이렇게 살면 죽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 가장 멋져 보였던 산악부에 들어왔습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들뜬 마음으로 다 같이 한 컷 찰칵! 탁 트인 전경에 숨을 들이켜면 속이 뻥 뚫리는 기분과 함께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사진 오진실 기자
정상이 가까워지자 들뜬 마음으로 다 같이 한 컷 찰칵! 탁 트인 전경에 숨을 들이켜면 속이 뻥 뚫리는 기분과 함께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사진 오진실 기자

  대화를 나누며 발을 맞추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먼저 도착한 다른 동아리원들도 만났는데요. 그들은 기자에게 과일과 간식을 건넸습니다. 기자의 몫까지 챙겨와 준 산악부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했습니다. 정상에서 숨을 돌린 뒤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바짝 긴장한 기자와 달리 여유롭게 산을 훌쩍 내려가는 김낙현 학생은 마치 산신 같았죠. 그래도 그의 발만 보며 따라가니 오를 때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김낙현 학생은 금한서 회장에게 인수인계하며 올해 7월에 있을 히말라야 등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집결지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오를 때는 막막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오랜만에 운동을 하니 다리는 아파도 기분만은 상쾌했습니다. 

  응원을 발판 삼아 완등까지
  
약 2주 뒤 기자는 서울캠 동아리 연합회의 ‘동아리체험단’을 통해 산악부의 인공외벽 등반에 참여했습니다. 본래 자연암벽 등반의 기초를 쌓는 신입생 등반 교육을 받아볼 계획이었으나 기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무산돼 무척 아쉬웠죠. 그러던 찰나 좋은 기회가 찾아와 망설임 없이 신청했습니다. 

  암벽 등반 경험이 전혀 없었던 터라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인공암벽장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거대한 암벽장에 압도됐는데요. 벽에 붙어있는 작은 홀드만으로 이 높이를 오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엄습했죠. 눈을 질끈 감고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안전장비와 암벽화를 착용했습니다.

성큼성큼 인공외벽을 오르는 금한서 회장은 산악부 내 등산과 등반이 모두 가능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 덕분에 이번 학기 회장을 맡아 동아리의 화목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사진 소지현 기자
성큼성큼 인공외벽을 오르는 금한서 회장은 산악부 내 등산과 등반이 모두 가능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 덕분에 이번 학기 회장을 맡아 동아리의 화목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사진 소지현 기자

  암벽 코앞에서 드높은 정상을 바라보니 아찔했습니다. 우선 가장 아래에 있는 홀드에 발을 올렸는데요. 앞만 보며 눈에 보이는 홀드를 붙잡고 발을 옮기다 보니 점점 속도가 붙었습니다. 아래에 있는 동아리원들은 기자가 머뭇거릴 때마다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해줬죠. 이에 용기를 얻어 평면 구간의 끝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나 경사 구간에 이르자 팔에 힘이 빠져 밑에서 기자와 연결된 끈을 붙잡아 보조 역할을 하는 빌레이어에게 하강하겠다고 말했죠. 속상해하는 기자를 위해 금한서 회장은 산악부에 가입하겠다고 약속하면 내려주겠다며 농담을 건넸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볼게요!” 기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약 2시간 동안 인공외벽을 올랐습니다. 비록 자연암벽 등반과 차이가 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볼 수 있던 좋은 기회였죠. 또 밑에서 서로를 북돋아 주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김상우 학생(화학신소재공학부 3) 역시 이런 산악부의 모습이 좋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제 첫 산악부 활동이 클라이밍이었는데 경험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동아리 선배들이 먼저 다가와 친절하게 가르쳐주더군요. 운동할 때 뒤에서 열렬히 응원도 해줬어요. 손에 힘이 다 빠져 포기하고 싶을 때쯤 뒤에서 격려해준 덕분에 완등할 수 있었죠. 그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했습니다.”

  2번 남짓한 활동이었지만 산악부와 함께한 추억은 기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등산과 등반의 재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죠. 몸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하지만 산악부를 경험해보지 않으면 산을 헤쳐 오르고 암벽을 등반한다는 말에 고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같은 기자의 고민에 김광준 학생(간호학과 1)은 이런 답을 남겼는데요.

  “도전을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누가 알아요? 생각보다 재밌을지. 바쁠 때나 왠지 안 가고 싶을 땐 안 가면 됩니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재밌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그의 말처럼 작은 호기심으로 산악부의 문을 두드려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자연 속에서 즐거운 추억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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