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Frame). 흔히 창문이나 액자의 틀, 정지된 영상 속 필름의 낱장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하기도 하죠. 우리는 종종 일정한 프레 임 속에 갇혀 틀에 박힌 사고를 합니다. 이번 학기 문화부는 프레임을 벗어나 생각해보고 더 나아가 이를 깨뜨리고자 목소리를 내려 합니다. 이번 주 프레임은 ‘메타버스(metaverse)’입니 다. 메타버스의 현주소를 살펴보며, 대다수가 ‘장밋빛 메타버스’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 열풍이 몰고 올 어두운 그림자를 포착해봤습니다. 이서정 기자 sinceresseoj@cauon.net

현실을 초월해 다른 차원으로 이어준 Meta+verse
그 속에서 우리만의 콘텐츠와 경제를 만들어간다
여러 방면에서 성장할 메타버스를 꿈꾸며

뚜벅뚜벅. 마스크를 쓴 한 학생이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도착한다. 봄의 나른함 때문인지 수업 시간에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수업이 끝난 후 한강공원에서 친구를 만나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다. 평범한 이의 일상처럼 보이지만 사실 메타버스(metaverse) 속 아바타의 생활이다. 비대면이 익숙해진 우리의 일상에 메타버스는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되고 있다. 현실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메타버스, 그 세계로 발을 내디뎌봤다.

  딸깍, 메타버스로 가는 티켓을 끊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세계를 가리키는 ‘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는 보통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실제 환경에 가상의 사물·정보를 합성한 증강현실, 사용자의 경험 정보를 기록·분류·저장하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 실제 세계를 가능한 사실적으로 반영한 거울세계, 현실과 유사한 세계를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한 가상세계가 있다.

  황요한 교수(전주대 영미언어문화학과)는 메타버스 형성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를 설명했다. “메타버스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바타를 통해 느끼는 새로운 정체성, 이를 기반으로 확대되는 세계관이 필요해요. 이러한 추상적 요소를 구체화하기 위한 창작 활동과 이를 공유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경제활동 등이 중요하죠.”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최근 갑작스레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92년 메타버스는 미국 SF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닐 스티븐슨 씀)에서 처음 언급됐다. 우탁 교수(경희대 디지털콘텐츠학과)는 과거부터 존재했던 메타버스의 모습에 관해 이야기했다. “1990년대 초반 닌텐도에서 2D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과 유사한 ‘BS-X’라는 서비스를 한 적이 있어요. 2000년대 초반에는 ‘세컨드 라이프’라는 3D 가상세계 서비스가 등장하며 2010년 초반까지 대중화됐죠.”

  2020년대에 들어서며 메타버스의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남현우 교수(동덕여대 컴퓨터학과)는 메타버스와 정부 주도 정책의 관련성을 논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이 기업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어 2020년부터 국내 메타버스 검색량이 증가했어요. 대표적으로 ‘디지털 뉴딜’이나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이 메타버스와 관련된 정부 정책이죠.”

  윤상혁 교수(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는 MZ세대의 성향이 메타버스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MZ세대는 전화나 대면보다 채팅을 통한 소통을 편하게 느낀다고 해요.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사생활을 중시하죠. MZ세대가 많아지고 그들이 경제적 주체가 되면서 메타버스가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제한되면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대체 가능한 수단을 찾기 시작했고 메타버스 이슈는 더욱 가속화됐다.

  현실에서 못 피운 꿈, 메타버스에서 만개하다
  전국에 벚꽃은 활짝 폈지만 벚꽃 축제는 모든 곳에서 피우지 못한 올해, 실망한 우리의 마음을 알았는지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벚꽃 명소를 모티브로 제작한 ‘벚꽃엔딩’ 랜드를 선보이며 가상 벚꽃 축제를 기획했다. 대면 모임과 활동이 축소된 후 메타버스는 비대면으로 모임과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황요한 교수는 이프랜드에서 경험한 체험형 콘텐츠에 관해 설명했다. “저도 이프랜드를 활용해 여러 수업을 해보고 그 안에서 아바타로 활동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다른 플랫폼에 비해 사용이 쉽고 다수 참가자를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점, 다양한 감정표현과 춤추는 이모티콘 등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현우 교수는 메타버스의 체험형 콘텐츠를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체험형 콘텐츠는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성이 점점 높아질 거예요. 코로나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변화하더라도 원격 교육, 재택근무 등 메타버스를 통한 소통이 이어져 더욱 완성도 높은 체험형 콘텐츠가 제작돼 이용자의 편리성을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다보면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 수 있다. ‘내가 직접 만든 아이템을 다른 사용자에게 팔면 어떨까?’, ‘내가 직접 게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사용자들은 단순히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빠져나와 자신만의 아이템, 자신만의 게임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보다 자유로운 메타버스를 쫓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는 앱 내 디지털화폐를 통해 아바타를 꾸미는 패션 아이템을 거래하기도 한다. 유재현 교수(고려대 디지털경영전공)는 제페토에서의 거래가 새로운 산업 구도를 형성할 거라고 답했다. “제페토에서 거래되는 아이템은 오프라인과 달리 복잡한 과정이 없어도 여러 아이템 생산과 대량 판매가 가능합니다. 상품을 만드는 이용자가 개인만의 브랜드로 성장한다면, 전통 패션 회사와 경쟁하거나 협업해 콘텐츠를 만드는 등 새로운 현상이 나타날 거예요.”

  사용자가 직접 만든 게임을 체험하는 메타버스도 있다. ‘로블록스’는 3D 가상세계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유재현 교수는 로블록스 속 경제 구조를 이야기했다. “로블록스는 게임을 개발한 개인과 그 수익을 나누고 있어요. 로블록스의 화폐 로벅스는 온라인 전자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 등을 통해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죠. 주 사용자인 MZ세대의 긍정적인 사용 경험을 고려할 때 더욱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가 제공될 거예요.”

  메타버스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갈 기회를 주기도 한다. ‘마인크래프트’에서는 개인 또는 다수가 건축, 탐험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양지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마인크래프트로 메타버스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마인크래프트는 코딩을 통해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며 마인 코인으로 경제성을 부여했어요. 참여자가 창의성을 발휘해 재미와 경제성을 만든 자생적 모델로, 메타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죠.” 2020년에는 청와대가 어린이날을 기념해 마인크래프트로 ‘청와대 맵’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개인이 즐기는 플랫폼이던 메타버스가 단체, 사회 더 나아가 국가적 차원으로도 뻗어가고 있다.

사진출처 애플 앱스토어 캡처
사진출처 애플 앱스토어 캡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와 ‘로블록스’. 메타버스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고 사용자만의 콘텐츠를 구축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사진출처 로블록스 공식 페이스북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와 ‘로블록스’. 메타버스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고 사용자만의 콘텐츠를 구축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사진출처 로블록스 공식 페이스북

  앞으로 메타버스가 그려나갈 지도는
  메타버스에 관한 여러 성공 사례와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다양한 분야의 산업이 메타버스라는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황요한 교수는 교육 분야에서의 발전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메타버스는 교수자 중심의 공간을 학습자가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환경으로 바꿔가고 있어요. 학생이 만든 콘텐츠를 3D 공간에 직접 올리는 일도 가능해졌죠. 새로운 형태의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지식의 재분배, 즉 교육의 탈중앙화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양지훈 연구원은 회의 및 협업 공간과 콘텐츠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논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메타버스를 통한 회의나 수업이 가능함 을 체감하고 있죠. 회의 및 협업 공간 기능이 발달할 거예요. 이용자가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로 성장할 것이고 콘텐츠 IP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메타버스 내 관련 산업도 발전할 겁니다.”

  메타버스가 한곳에 머물지 않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 체계화된 구조와 다각화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우탁 교수는 메타버스의 자발적인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비스 제공자들이 눈앞의 이익보다 일반 사용자와 크리에이터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자생, 자발적인 생태계를 확대하고 크리에이터의 수익 창출 구조를 제대로 제공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의 발전이 가능할 거예요.”

  오혜정 교수(부산외대 중국학부)는 메타버스와 현실 경제의 연동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지금도 메타버스의 성장과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정책이 발표되고 여러 활용사례가 증가하고 있죠. 교육, 문화, 부동산 등 여러 분야와 결합된 메타버스에 XR(확장현실) 기술이 적용된다면 가치를 창출하고 현실의 경제와 연동될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가상세계 속에 있는 우리의 또 다른 존재, 아바타. 누군가는 지금 그 세계에서 만난 새로운 존재와 인사를 하며 다양한 공간을 누비고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직접 만든 패션 아이템을 자랑하기도,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 세계에서 색다른 체험을 하기도 한다. 메타버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했던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메타버스의 항해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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