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시위 잠정 중단 전 마지막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3월 2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시위 잠정 중단 전 마지막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휠체어 탑승자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이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우리가 겪은 출근길 약 1시간의 불편은 누군가에겐 평생의 불편이었습니다. 이번 주 뷰파인더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6차에서 잠시 멈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언제쯤 이 긴 투쟁이 끝날 수 있을까요. 장애인들의 외침을 사진부가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경복궁역~혜화역 현장에서 들여다봤습니다. 김수현 기자 ping_bi@cauon.net

‘장애인 이동권’ 투쟁 21년
이제는 약속과 행동을 보여달라

3월 29일 경복궁역은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와 더불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의 면담을 취재하는 기자들로 붐볐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시위에 앞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인수위에 요구했다. “다음해 예산과 추경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는 멈춰달라고 요청받았고요. 이 문제는 다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의 면담 내용을 발표하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를 김도식 인수위원이 문틈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의 면담 내용을 발표하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를 김도식 인수위원이 문틈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다음날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는 중단됐다. 대신 진행한 삭발식의 첫 주자였던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은 삭발 직전 울먹이며 인수위에 예산 책정에 관한 답변을 촉구했다. “저희의 외침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절규였습니다. 20일까지 삭발 투쟁을 하며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이 없으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겁니다.”

삭발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삭발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삭발식을 바라보던 시민 또한 눈물을 흘렸다. 사진 김수현 기자
삭발식을 바라보던 시민 또한 눈물을 흘렸다. 사진 김수현 기자

  시위대는 지하철을 타는 동안 사다리와 쇠사슬을 함께 들고 이동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동권 투쟁에서 사다리와 쇠사슬이 지닌 의미를 설명했다. “2002년 발산역 장애인 리프트 사망사고 시위 당시 경찰에 의해 해산되지 않기 위해 장애인들이 사다리와 쇠사슬을 맸어요. 차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저항해왔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다리와 쇠사슬을 멘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을 앞두고 연설하고 있다. 삭발 투쟁 결의식 참여자 일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 양재현 기자
사다리와 쇠사슬을 멘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을 앞두고 연설하고 있다. 삭발 투쟁 결의식 참여자 일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 양재현 기자

  시위 도중 만난 일부 시민과 정치권의 부정적 반응은 시위를 이어가는 장애인과 활동가를 힘들게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포기할 수 없었다. 유진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시위를 이어가는 이유를 전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님이 ‘음지에 놓인 장애인들을 한 명씩 만나서 끌어내자, 그래서 같이 함께 살아가자’고 말했어요. 이 말이 와닿았습니다.”

한 시민이 전철 내 일렬로 선 시위대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한 시민이 전철 내 일렬로 선 시위대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20년 이상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참여한 휠체어 탑승자인 최윤정씨(61)는 지하철 이용의 불편 사항을 털어놨다. “지하철 칸마다 휠체어 전용공간이 생겼으면 해요. 지금은 너무 적죠. 자리가 없으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불편하고요.” 현재 휠체어 전용공간은 열차 내 최대 4곳에 불과하다.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 생기는 단차와 틈이 심하면 휠체어 탑승자가 지하철을 이용하기 힘들다. 충무로역에서 환승한 장애인들은 혜화역에 바로 내리지 않고 한성대역을 거쳐 혜화역으로 이동했다. 휠체어의 편한 이동을 고려한 동선이다. 사진 김수현·양재현 기자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 생기는 단차와 틈이 심하면 휠체어 탑승자가 지하철을 이용하기 힘들다. 충무로역에서 환승한 장애인들은 혜화역에 바로 내리지 않고 한성대역을 거쳐 혜화역으로 이동했다. 휠체어의 편한 이동을 고려한 동선이다. 사진 김수현·양재현 기자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시위를 마무리하는 혜화역 선전전에서 장애인 이동권이 결코 장애인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호소했다.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도 편합니다. 교통사고가 나거나 나이가 들면서 장애가 생기기도 하고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혜화역 선전전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비판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김유진 기자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혜화역 선전전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비판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김유진 기자

  이어 일부 정치인과 국민의 비난에도 장애인 차별 철폐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밝혔다.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어 우린 무섭지 않습니다. 시위를 보고 한 시민이 커피를 주면서 ‘힘내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100번의 비난을 듣다가 한 마디 응원을 들으니 힘이 나더라고요. 이 소중한 힘을 갖고 지금까지 버텨왔습니다.”

혜화역 선전전에 참여한 두 시민이 장애인 이동권과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문구를 들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혜화역 선전전에 참여한 두 시민이 장애인 이동권과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문구를 들고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는 잠시 멈췄다. 그러나 차별에 맞선 장애인의 저항은 약 21년째 진행 중이다. 그들은 다시 정치권을 믿고 20일까지 인수위의 답변을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이동권을 보장받고 지역사회에서 평등한 삶을 누릴 그 날까지 투쟁은 계속된다.

이형숙 회장이 두 번째 삭발식 주자인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양재현 기자
이형숙 회장이 두 번째 삭발식 주자인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양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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