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의 12m 규모 인공폭포 ‘워터폴 가든’ 전경. 사진 양재현 기자
‘더현대 서울’의 12m 규모 인공폭포 ‘워터폴 가든’ 전경. 사진 양재현 기자

구매는 온라인에서
즐거움은 오프라인에서


핫플레이스로 시선을 끌고 
초록빛으로 마음을 사로잡다


장보기마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언택트 시대다. 온라인 쇼핑 기술 발전에 팬데믹까지 겹쳐 단순 구매의 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발걸음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가 사라진 건 아니다. 이제는 온라인과 구별되는 오프라인만의 개성을 발굴해야 할 때다. 급격한 변화 속 상업공간은 난관을 헤쳐가기 위해 어떤 변화의 길을 걷고 있을까.

  판매구역에서 체험존으로
  상업공간의 전통적인 가치는 상품 판매에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소비자는 온라인 쇼핑에 눈을 돌렸다. 구매 목적의 오프라인 상업공간이 외면받는 것이다. 황금주 교수(경영학부)는 오프라인 공간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더 저렴한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현상은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됐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상업 공간이 적응할 시간 없이 급격히 변화했죠. 이에 오프라인 상업공간이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진화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소연 교수(실내환경디자인전공)는 상업공간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로 체험을 언급했다. “상업공간이 유통을 넘어 체험을 통해 소비자의 자아실현을 일으킬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했어요. 상품은 하위 욕구인 실용적 측면을 넘어 고차원적인 삶의 질 향상과 만족감을 주는경험으로 부상했죠.”

사진 양재현 기자
'더현대 서울'은 코로나19 속 소비자의 자연과 휴식을 향한 수요에 맞춰 혁신적인 공간 배치를 시도했다. 사진 양재현 기자

  나에게로 떠나는 쇼핑
  체험을 제공하는 대표 공간으로 ‘더현대 서울’을 꼽을 수 있다. 더현대 서울은 고객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최근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순발력 있게 매장 공간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이일한 교수(경영학부)는 팝업 스토어가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며 SNS를 통한 소비자의 자발적 홍보를 촉진한다고 말했다. “핫플레이스라는 장소 개념을 만들어놓은 거예요. SNS에서 좋아요와 댓글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구매로 연결되기도 하고, 해당 장소에서 이러한 물품을 판다는 홍보도 되죠. 그것이 하나의 이슈가 돼 MZ세대가 선호하는 트렌드를 형성합니다.”

사진제공 프로젝트 렌트
팝업 스토어 대관 공간 '프로젝트 렌트'는 2주에서 3개월 간격으로 같은 공간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인다. 사진제공 프로젝트 렌트

  팝업 스토어를 통한 핫플레이스화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로컬 매장에서도 이뤄진다. ‘프로젝트 렌트’는 서울시 성수동 등지에서 떠오르는팝업 스토어 대관 공간이다. 프로젝트 렌트가 장소를 제공하면 입점 브랜드는 공간을 2주에서 3개월 동안 빌려 팝업 스토어를 연다. 기간에 따라 같은 공간에서 매번 새로운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는 방문객이 체험하며 즐거워야 한다는 프로젝트 렌트의 지향점을 밝혔다. “프로젝트 렌트엔 계속 새로운 콘텐츠가 들어오죠. 소비자에게 다음엔 무엇이 들어올지에 관해 기대감을 주고 싶어요. 내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브랜드나 콘텐츠를 온전하게 체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더 즐거워질 거예요.”

  우리공간 푸르게 푸르게
  넓은 실내 공간, 자연과 휴식을 담은 공간을 향한 체험 욕구도 늘었다고 이기옥 교수(실내환경디자인전공)는 밝혔다. “이러한 수요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외부 활동 제한에 대한 순응인 동시에 소심한 저항이에요. 다수를 위한 사회 전체의 규칙에 순응하면서도 모이고싶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근본적인 욕구를 공간을 통해 드러내는 거죠.”

  더현대 서울은 자연을 닮은 공간을 위해 기성 백화점의 폐쇄적 공간배치라는 틀을 깨뜨렸다. ‘백화점에는 창문과 시계가 없다’라는 말이있다. 하지만 더현대 서울에서는 1층에서도 고개를 들면 천장을 볼 수 있고, 넓은 천창으로 햇빛과 창밖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천장 바로아래엔 실내 정원이자 휴식 공간인 사운즈 포레스트가 펼쳐져 있다.

  이소연 교수는 이러한 더현대만의 공간 가치를 설명했다. “자연을 접하면 안정적이고 창의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팬데믹 속 상품구매는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지만 이런 경험은 직접 나와서 느껴야 합니다. 이 경험을 유쾌하고 고급스럽게 느끼기 위해 높은 천장과 자연적인 요소로 반영한 거죠.”

사진출처 타임빌라스 홈페이지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타임빌라스'의 개성은 바라산과 어우러진 넓은 잔디광장과 유리 건물이다. 공간의 개성은 곧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사진출처 타임빌라스 홈페이지

  더현대 서울이 실내에 인공 자연을 배치했다면, 실외에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상업공간도 있다. 경기도 의왕시 휴양림 인근에 위치한 롯데의 프리미엄 아울렛인 ‘타임빌라스’다. 타임빌라스 내 영업면적은 전체의 약 4분의 1로, 나머지 공간에는 유리 돔 광장과 백운호수를 두른 산책로, 잔디광장 등의 자연적 휴식공간이 조성돼있다. 기존 롯데의 ‘단위면적당 매출 효율 극대화’ 전략에서 파격적으로 벗어나 ‘자연 속 휴식’이라는 주제를 잡은 것이다.

  이소연 교수는 이처럼 상업공간이 개성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일률적인 공간이라면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향하겠죠.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지고 그 개성을 경험하고 싶게 만드는 상업공간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속 뉴노멀은 곧 노멀로 자리 잡고, 다음 세대의 뉴노멀이 자리 잡을 것이다. 소비자가 끊임없이 변하기에 상업공간은 변한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