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는 장애인 특별전형인 학생부종합 고른기회전형(장애인 등 대상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증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형이죠. 양캠의 일부 모집단위는 해당 전형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중대신문은 중앙대 장애인 특별전형 및 입학한 장애 학생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박소리 기자 sound@cauon.net

지난해부터 추가 합격자 선발해
사범대 장애인 특별전형 도입 검토

중증장애인에게 길 열어주는 제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어

중앙대는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학생부종합 고른기회전형(장애인 등 대상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양캠 일부 단대 및 학과에서는 장애인 특별전형을 운영하지 않는다.

  장애인 특별전형, 문턱 없나

  장애인 특별전형은 정원 외 모집 전형이다. 적격자가 없다면 모집인원보다 적게 선발할 수 있다. 박성혁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 집행부장(정치국제학과 3)은 “정원 외 모집으로 운영하면 대학에서 장애인 특별전형을 채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하지만 모집인원만큼 장애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어진 모집인원만큼 장애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장애인 특별전형 모집인원은 매년 서울캠 6명, 안성캠 2명으로 동일했다. 그러나 서울캠 장애인 특별전형입학자 수는 2019년엔 4명, 2020년엔 2명, 2021년엔 1명으로 집계됐다. 안성캠 장애인 특별전형 입학자는 2019년엔 0명, 2020년과 2021년엔 각 1명에 그쳤다.

  입학처는 장애인 특별전형 최초합격자가 등록하지 않아 모집인원과 등록 인원 간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는 2021학년도까지 장애인 특별전형에서 추가 합격자를 선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2학년도 수시모집부터 이를 개선했다. 정재윤 입학정책팀 주임(입학사정관)은 “지난해부터 추가 합격자를 발표해 미등록 인원에 대해 후순위자를 선발했다”며 “올해 양캠 장애인 특별전형 입학자는 총 8명”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앙대는 장애인 특별전형 지원자격을 중증장애 학생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2020학년도 수시모집부터 장애인 특별전형을 서류 100%로 평가한다. 정재윤 주임은 “중증장애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면접도 진행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중앙대가 장애인 특별전형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장애 학생인 A학생은 “모집인원만큼을 필수로 선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박성혁 집행부장도 “점차 중앙대가 장애 학생 비율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모집인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A학생은“서울캠 모집인원인 6명은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장애인 특별전형을 정원 외 전형으로 운영해 최소 선발인원을 지정하지 않는다”며 “절대적인 모집인원을 늘린 다음 대학이 선발인원을 조정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애 학생의 꿈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2023학년도 수시모집 기준 서울캠 15개, 안성캠 19개 모집단위는 장애인 특별전형을 운영하지 않는다. 기회균형전형은 운영하나 장애인 특별전형을 미운영하는 곳은 사범대와 적십자간호대다.

  일부 모집단위 장애인 특별전형 미운영에 관해 박성혁 집행부장은 “장애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 건 장애 학생이 수업을 따라오기 어렵다는 판단을 선제적으로 내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애 학생인 배상우 학생(사회복지학과 박사 3차)도 “장애인은 의대와 적십자간호대, 예체능계열 등 에서 제대로 수학하지 못한다는 편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증장애인은 인프라 구축이 미비하고 각종 편견과 차별 등으로 비장애인과 동일한 수준의 학습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인 특별전형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배움의 욕구가 있는 중증장애 학생에게 길을 열어주는 제도”라고 언급했다.

  A학생은 “만약 사범대나 의대, 약대에서 장애 학생을 뽑지 않는다면 장애 학생이 취직할 때 해당 분야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교육에서의 차별은 장애인의 직종 분리와 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일부 학과에서 장애인 특별전형을 마련하기 어려운 이유도 언급됐다. 정재윤 주임은 “예술대나 체육대는 장애인 특별전형을 운영하려면 실기 전형 외에 새로 서류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식경영학부도 학과 특성 상 고등학교를 졸업한 재직자들이 입학할 수 있는 전형이기에 장애인 특별전형을 따로 운영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사범대, 장애인 특별전형 실행 X

  지난해 5월 26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장애인 고용촉진 제도의 실효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2020년 장애 공무원 의무고용 미달로 부과된 부담금 중 17개 교육청에서 납부한 금액은 약 384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납부 금액 중 약 79%에 달하는 규모다. 장애 공무원 의무고용 비율은 3.4%지만 교대의 장애 학생 모집 비율은 1.45~3.22%였다. 장애 학생이 교사로 임용되기 위해서는 교대나 사범대를 졸업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교대와 사범대에서는 장애 학생 선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서 서울 내 대학 중 교육 계열 학과를 검색한 결과 장애인 특별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은 10곳뿐이었다.

  중앙대 사범대는 장애인 특별전형을 하지 않는다. 전 사범대학장 김이경 교수(교육학과)는 “그간 장애 학생을 반드시 선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했다”며 “우수 학생을 유치하고 양성하는 데 집중해 사각지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범대는 전체 모집인원 규모가 작아 장애 학생을 위한 전형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며 “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 등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입학처는 이달 중 2024학년도 입학전형 기본계획이 확정된다고 밝혔다. 정재윤 주임은 “현재 장애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 단위까지 장애인 특별전형 운영 확대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김이경 교수는 “사범대도 점차 장애 학생에 관한 인식이 싹트고 있다”며 “앞으로 장애 학생 특별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예비교사 양성기관에 책임을 맡기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특수아동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고 장애인 교사의 임용을 위해선 범국가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제화됐지만 남은 고민

  2월 22일 교육부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다음해 진행되는 2024학년도 대학교 입학(대입)부터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대상인 기회균형전형으로 모집인원의 10% 이상을 선발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 대입 응시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현 사범대학장 김지영 교수(영어교육과)는 “장애 학생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애 학생 증원에 따라 시설 등을 개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중앙대는 2022학년도 수시모집에서 기회균형전형으로 전체 모집인원 중 약 12%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모집했다. 정재윤 주임은 “중앙대는 법제화 비율과 관계없이 10% 이상을 선발해왔다”며 “앞으로도 해당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3학년도는 기회균형전형을 모집 비율을 11.9%로 확정했고 2024학년도는 12.1%로 모집을 예정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애인 특별전형은 전체 모집인원 대비 0.2%로 알려졌다.

  박성혁 집행부장은 “대학의 지역인재 할당 정도에 따라 장애 학생 선발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며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지만 장애 학생이 포함된 기회균형전형 비율이 법적으로 정해져 의미 있다”고 언급했다.

  기회균형전형에 해당하는 대상은 장애인 등 대상자 외에도 국가보훈대상자와 북한이탈주민 등 다양하다. 이에 A학생은 “장애인 등 대상자전형의 구체적인 비율이 규제되지 않았다”며 “장애인 특별전형이 좋은 방향으로 운영되는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혁 집행부장은 “국회 차원에서 특수교육법 개정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도 기존 교육부 성과를 계승해 장애 학생 편의 지원 노력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배리어 프리한 캠퍼스를 향해

  김성천 교수(사회복지학부)는 대학본부의 역할을 언급했다. 김성천 교수는 “대학에 입학하고 학습할 때 장애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학이 준비돼야 한다”며 “충분한 대비책 아래에서 장애 학생 모집인원을 증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대비가 충분하지 않아 장애 학생과 그 가족들이 개인적 차원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장애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학생들은 장애 학생 지원과 장애인 특별전형이 나아갈 방향에 관해 이야기했다. 박성혁 집행부장은 “장애 인식 개선과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한 활동에 장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장애학생지원센터 연구원의 업무 역량을 높이면 장애 학생들도 유의미한 편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A학생은 “장애인 특별전형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장애 학생이 학내에 많으면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알아갈 기회가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애 학생들에게도 “입학 과정에 있어 어려웠던 점을 분명히 이야기해야 앞으로 장애 학생들이 불편함 없이 선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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