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슬픈 감정을 위로받고자 감성 글귀가 담긴 에세이를 찾는다. 또 다른 이는 지혜를 얻기 위해 따끔한 충고가 담긴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괜찮아, 행복은 있어’라고 말하는 책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은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프니까 청춘일까? 
  교보문고가 발표한 3월 9일부터 3월 15일까지의 종합 주간 베스트에는 감성 자극 에세이와 성공을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서가 자리하고 있다. 김은준 교수(대전보건대 교양교육원)는 청년들이 사회가 불안정하다고 느낄 때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중간층이 줄어들고 있어요. 이는 사회 불안정성을 높이고 상대적 박탈감과 심리적 고통을 주죠.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거나 위로받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서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겁니다.”

  그러나 오길영 교수(충남대 영어영문학과)는 사회 문제를 정확히 알려주기보다 가벼운 글에 치중한 에세이와 자기계발서의 행태를 지적했다. “에세이는 다양한 문제에서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표출하는 글인데, 신변잡기나 감각 글쓰기가 에세이의 핵심처럼 보이는 것은 잘못됐어요. 가벼운 수필뿐만 아니라 작가 고유의 견해와 사유를 담은 책도 나옴으로써 균형을 이뤄야 하죠. 또한 청년에게 현실의 문제를 알려주기보다 위로를 주는 데 그치는 자기계발서를 보면 작가의 무책임한 태도가 드러납니다.”

  김은준 교수는 사회적 간극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하는 책의 내용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본인의 경험만을 근거로 청년이 특정 행동을 하도록 요구하곤 했어요. 엘리트 중심의 시각에서 청년 스스로가 최선을 다하면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나아질 거라는 잘못된 전제가 깔려 있죠.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사회 구조의 격차를 충분히 고려한 자기계발서가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에세이와 자기계발서가 지닌 문제점을 알아채기도 전에 소비자는 감성 문구와 흥미를 끄는 제목에 이끌려 의심 없이 도서를 소비한다. 바로 ‘바이럴 마케팅’ 때문이다.

  ‘좋아요’가 지배한 출판 시장 
  바이럴 마케팅은 소비자가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도록 제작한 마케팅 기법이다. 이는 연관검색어, 블로그뿐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 찾아볼 수 있다. SNS에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를 검색하면 다양한 홍보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오래 사귄 연인의 행동을 서술하거나 성장하는 이들의 유형을 설명하는 등 여러 방식의 콘텐츠로 도서를 홍보하고 구매를 유도한다.

  채인영 교수(성균관대 경영대학)는 SNS 바이럴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관해 논했다. “책과 같은 정보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없어요. 다른 사람의 선호도, 판단 등 이전 사람의 경험에 많이 의존하는 제품 중 하나죠. 예를 들어 사람들은 SNS에서 많은 ‘좋아요’를 받은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좋아요의 개수로 책의 선호도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한편 김현경 교수(한양사이버대 마케팅학과)는 바이럴 마케팅이 책에 관한 개인 스스로의 해석을 방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이 블로그나 유튜브에 남긴 해석대로 읽고 넘긴다면 책의 내용이 왜곡돼서 전달될 수 있어요. 독자 스스로 생각할 시간과 지혜를 얻기 전에 선입견을 가질 수 있고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어려워지죠.”

  채인영 교수는 바이럴 마케팅의 과장 광고가 소비자의 반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셜 미디어로 책의 자극적인 부분을 부각해 광고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때 광고에서 보여준 콘텐츠 이상의 내용이 책에 없거나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실망감, 자기 박탈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김은준 교수는 바이럴 마케팅이 개인을 하나의 틀에 가둘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은 다양한 특성을 지닌 주체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형성해 가는 존재예요. 이때 바이럴 마케팅은 특정 범주의 소비자를 유도하기 위해 특정 유형, 증상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죠. 이를 본 독자는 스스로가 어떤 증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해석하게 됩니다.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길이 가로막히게 되는 거죠.”

  사탕발림 위로는 이제 그만 
  진정한 위로와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책이 우리의 손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오길영 교수는 출판사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람들의 생각과 사유가 담긴 책은 상업성을 넘어 독자의 마음에 영향을 미칩니다. 많은 출판사가 즉각적인 만족과 효용보다 자기의 견해를 되돌아보게 하는 에세이와 자기계발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자연스레 그 책을 읽는 독자도 생기게 될 거예요.”

  김현경 교수는 책 속 지혜를 개인의 상황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는 필자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야 해요. 책에 언급된 사례로 생각의 폭을 넓히고 스스로의 삶에 맞게 응용한다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죠.”

  지금도 누군가는 유명하다고 알려진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를 꺼내 들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뻔하고 달기만 한 문구는 독자에게 아무런 깨달음도 남기지 못한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다. 스스로를 위해 쓰지만 진한 깨달음을 남기는 책 한 권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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