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삶뿐만 아니라 우리의 시선까지 뒤흔들었습니다. 이젠 우리가 팬데믹을 직시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시선을 끌다, 시야를 끌다-시끌시끌’은 사진을 통해 팬데믹에 시선을 끌어와 독자의 시야를 확장합니다. 팬데믹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화두를 사진기획 6부작으로 전합니다. 시끌시끌 첫 번째 주제, 코로나19와 노인입니다. 코로나19 속 심화하는 노인의 어려움을 시끌시끌하게 이야기해봅시다. 김수현 기자 ping_bi@cauon.net 

사진 김수현 기자
사진 김수현 기자

도시는  
모든 곳을
비추지 않는다. 

도시인의 시선은
모두를 바라보지 않는다. 
 
도시에 수 놓인 밝은 젊음은  
연소하는 노인의 그림자를 지운다. 
 
그 그림자는  
깊고,  

깊다.

사회적 기업 ‘끌림’을 통해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폐지 수거를 하는 A씨(82)를 만났다. A씨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리어카를 끌고 받는 일당은 1만5000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장사가 안되니까 요샌 폐지도 없어.” 빠듯한 일당에 A씨는 추가로 돈을 벌기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신청했지만 떨어졌다. 또한 A씨는 팬데믹 이후 단 한 번도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자식조차 코로나19로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 “저녁에 힘들고 잠 오면 외로운 건지 뭔지 몰라. 혼자 긴 시간 있어야 한단 말이야. 코로나19 걸릴까 봐 누구 집에도 못 가.”

한 노인이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고물상에서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노인 밀집 지역인 제기동에선 흔한 풍경이다. 사진 김수현 기자
한 노인이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고물상에서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노인 밀집 지역인 제기동에선 흔한 풍경이다. 사진 김수현 기자

  강원도 춘천시에 거주하는 B씨(92)는 9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지내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심신이 지쳐간다. “점점 더 늙어요. 밖에서 활동해야 다리도 힘을 쓰는데 꼼짝 못 하고 방에만 갇혀 있으니.” 1년 전부터는 밤에 잠이 안 오고 밤낮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새벽 4시가 돼야 잠들어. 낮잠 자다 일어나면 밤 11시인 줄 알고 깜짝 놀라. 정신이 그렇게 없어요.”

B씨가 안방에 앉아 아들의 졸업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독거노인 B씨는 하루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다. 사진 김수현 기자
B씨가 안방에 앉아 아들의 졸업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독거노인 B씨는 하루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다. 사진 김수현 기자

  방치되는 노인, 숨어드는 우울
  두 노인은 ‘늙으니 아픈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외롭거나 우울하지 않다고 답했다. B씨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울증은 자신에게 달린 거야. 기댈 생각을 하면 사람이 약해져요.”

  팬데믹 속 심화한 사회적 고립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노인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서정석 교수(의학부)는 노인 우울증의 특징으로 우울감을 드러내지 않는 점을 짚었다. “노인은 우울하다는 말 대신 아프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졌다는 표현을 많이 쓰죠. 다른 질병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우울증인 경우가 흔합니다.”

사진 김수현 기자
사진 김수현 기자

  팬데믹은 공평하지 않다
  예전부터 노인들은 ▲경제적 빈곤 ▲노인성 만성질환과 정신질환 ▲사회적 고립 및 소외를 겪어왔다. 한국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1위인 상황 속 코로나19 창궐은 노인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허준수 교수(숭실대 사회복지학부)는 노인 빈곤이 팬데믹으로 심화됐음을 언급했다. “일용직이나 3D 업종에 노인 고용이 많습니다. 코로나19로 노인이 주로 활동하는 대면 일자리가 급감했죠.”

노인들은 전단지 배부 등 일용직 대면 일자리에 주로 고용된다. 사진 양재현 기자
노인들은 전단지 배부 등 일용직 대면 일자리에 주로 고용된다. 사진 양재현 기자

  노인이 겪는 어려움은 경제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김유진 교수(경북대 사회복지학부)는 여가 분야에서도 노인이 빈곤하다고 전했다. “노인복지관을 비롯해 어르신들이 모이는 시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을 닫으니 여가 활동을 하기 힘들죠. 여가 활동을 독려하는 인력이 없다면 여가 생활하기 쉽지 않아요.”

  건강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정석 교수는 팬데믹으로 인한 생활양식 변화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속 노인의 운동량이 감소하면서 신체와 정신적 질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안 하면 뇌세포 재생 등에 영향을 주는 인자가 줄어들죠. 그만큼 뇌의 노화가 빨라지고 치매 위험이 높아집니다.”

한 사람이 잠정 폐쇄된 경로당 입구에 서 있다. 경로당 운영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에 따라 결정된다.  사진 김수현 기자
한 사람이 잠정 폐쇄된 경로당 입구에 서 있다. 경로당 운영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에 따라 결정된다. 사진 김수현 기자

  노인을 위한 나라는
  
노인 복지 제도는 코로나19 전부터 마련돼왔다. 만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일을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과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정보화 교육 등의 복지서비스가 존재한다.

  비대면 시대에 맞춘 ‘인공지능(AI) 돌봄 서비스’도 등장했다. 서울시 종로구는 지난해 일상 관리, 응급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로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2004년부터 시행된 노인 일자리 사업은 환경미화·교통정리 등 대면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주요 일터였던 학교 등에서 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시설이 문을 닫아 갈 곳 없는 노인들은 역 광장, 지하상가 등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한다. 사진 김수현 기자
시설이 문을 닫아 갈 곳 없는 노인들은 역 광장, 지하상가 등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한다. 사진 김수현 기자

  비대면 돌봄이 대면 돌봄의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허준수 교수는 비대면 돌봄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양한 돌봄 환경에 맞는 스마트 기기가 부족해요. 돌봄 제공 인력이 받아야 할 스마트 기기 교육 체계도 부실합니다. 또한 노인의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죠.”

  김유진 교수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돌봄의 한계를 설명했다. “노인 정서 안정을 위한 말하는 AI 로봇이 있지만, 로봇이 사람을 대신할 순 없잖아요. 대면 돌봄의 대안으로서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죠.”

사진 김수현 기자
사진 김수현 기자

  노인과 함께 하는 사회로의 발걸음
  그렇다면 노인과 함께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김유진 교수는 돌봄 제공인력을 위한 지원을 강조했다.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생활지원사가 일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야 해요. 특히 팬데믹에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대체 인력 등이 준비돼야죠.”

  허준수 교수는 노인을 복지 수혜자로만 인식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경제와 비교해 복지 발전이 더딘 건 사회 자본이 부족해서죠. 노인이 복지 서비스만 받는 게 아니라 사회에 공헌하게 해야 합니다. 노인이 가진 기술과 지식을 소외 계층에 나누면 사회 자본이 축적될 겁니다.”

  코로나19로 노인복지는 위기를 맞았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위기 속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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