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부쩍 따뜻해진 날씨 덕에 이제 패딩 점퍼를 입으면 덥다. 그동안 추위를 막아주었던 패딩 점퍼가 할 일을 마치고 옷장에 들어갈 때가 왔다. 열심히 살아온 것을 증명하듯 서너 달을 동고동락한 외투의 소매 끝에 때가 많이 꼈다. 매년 이맘때 겨우내 입었던 겉옷을 세탁소에 맡기면서 봄을 맞이해왔다.

  세탁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단골이었던 세탁소 사장님이다. 세탁소 사장님과의 인연은 이사를 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몇 년 전 겨울에 이사를 갔던 우리 가족은 외투를 어느 세탁소에 맡길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누군가 자석으로 된 세탁소 광고물을 현관문에 붙여 놓고 간 것이다. 광고물에는 수거와 배달이 가능하다고 적혀있었다. 전화를 걸어 집의 위치를 설명하자 사장님은 ‘제가 그쪽에 광고물을 돌렸다’며 반가워하셨다.

  처음 세탁물을 맡기려고 찾아갔을 때 세탁소는 집과 그리 멀지 않지만 아주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있었다. 사장님은 세탁물 수거와 배달을 모두 해주니 전화만 달라고 하셨다. 우리 가족은 우연히 알게 된 세탁소에 아주 만족했다. 사장님이 세탁을 잘해주시는 데다 굉장히 친절하셨기 때문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은데 직접 갖다주시기까지 하니 자연스럽게 단골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보통 때처럼 맡긴 세탁물을 받으려고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그러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언니와 함께 산책 겸 옷을 찾으러 세탁소에 갔다. 항상 사장님이 배달을 해주셨기 때문에 세탁소에 갈 일이 없었던지라 오랜만에 하는 방문이었다. 그런데 세탁소 문을 열자 처음 보는 분이 계셨다. 당황한 우리에게 그분은 세탁소 주인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전 사장님이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쿵’.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오토바이로 곳곳을 다니는 일이 많이 고되었던 걸까. 나이가 그렇게 많은 분이 아닌데 과로가 문제 된 걸까.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알 수 없는 사실에 아픈 상상이 깃들었다. 기자는 세탁소 사장님이 좋은 분이라고 확신했었다. 조금은 먼 곳까지 오시는 사장님을 보며 멋대로 마음을 썼다. 오토바이를 타고 항상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에 주제넘은 공감을 느끼기도 했다. 기자에게 사장님은 힘든 사회 속 먼 곳에 있는 동료 같았다. 동료를 잃은 것처럼 가슴이 아려 왔다.

  이 소식을 들은 후에도 사장님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한동안 사장님과 사장님의 어린 자녀가 함께 찍은 사진이 남아 있었다. 이를 보며 전해 들은 소식이 사실이 아니고 말하지 못할 사정으로 사장님이 모습을 감춘 것이기를 바라기도 했다. 현재 우리 가족은 아직 단골 세탁소를 만들지 못했다. 집 주변에 있는 세탁소 몇 곳을 다닐 뿐이다. 봄이 다가오는 오늘, 겨울 외투를 어디에 맡길지 고민이다.

김서경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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