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는 여럿이 다 뒤섞여 또렷하게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동아리라는 울타리 아래 모인 각양각색 청춘이 이리저리 뒤섞인 모양을 두고 아리아리하다 할 수 있겠네요. ‘아리아리’ 흘러가는 동아리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 ‘동동’ 떠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포착했습니다. 이번 주는 국궁 동아리 ‘쏜살’(서울캠 중앙동아리)을 만납니다. 호흡을 고르고 시위를 놓는 그 순간까지 집중하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죠. 아리아리한 ‘쏜살’ 현장 속으로 기자와 함께 떠나봅시다! 소지현 기자 jihyeon86@cauon.net 사진 양재현 기자

“코리아 파이팅!” 지난해 여름, 전 국민을 열광하게 한 대한민국 양궁을 기억하시나요? 주몽의 후예이기에 양궁 종목에 강하다고 하지만 양궁은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인 국궁과 엄연히 다릅니다. 비교적 생소할 수 있는 국궁이란 오랜 전통을 학내에서 이어가고자 하는 동아리가 있는데요. 아직 매서운 찬 바람이 부는 어느 1월 말, 기자는 서울캠 국궁동아리 ‘쏜살’의 여정에 함께했습니다. 

  신사: 새로 활을 쏘는 입문자 

  본격적인 체험이 시작되기 전부터 기자는 국궁에 대한 쏜살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방학 중임에도 동아리원 대부분이 교육에 참여했죠. 훈련 공간도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쏜살의 교육은 주로 ‘전통활쏘기클럽(TAC)’에서 진행하는데요. TAC는 2020년 7월부터 코로나19로 활동이 어려워진 서울권 대학 국궁동아리의 교육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타대 국궁동아리 학생들과 공간을 함께 이용하다 보니 교류가 이뤄지죠. 기자가 TAC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모습도 ‘제1회 서울권 대학국궁연합 실내활쏘기 대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소속 대학과 상관없이 서로를 응원하고 기록을 축하해주고 있었죠. 국궁이라는 공통분모로 친해지는 광경은 기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벽 앞에 놓인 엄청난 양의 화살과 활도 눈에 띄었습니다. 호기심이 가득한 기자를 발견한 최정은 쏜살 회장(역사학과 2)이 다가와 화살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깃털이 달린 화살도 있고 아닌 화살도 있죠? 깃털 달린 화살은 전통 화살이고 플라스틱으로 된 화살은 개량 화살이에요.” 화살 옆쪽에 걸어둔 활에 관해서도 물었습니다. “길이에 따라 나뉘는데요. 보통 짧은 것부터 단궁, 중궁, 중장궁, 장궁, 특장궁으로 구분해 개인에 맞춰 사용한답니다.” 

깍지를 착용하는 박지수 학생(공공인재학부 3)과 민승현 학생
깍지를 착용하는 박지수 학생(공공인재학부 3)과 민승현 학생. 사진 양재현 기자

  손쉽게 활시위를 당기는 최정은 회장의 모습에 기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활시위가 꽤 팽팽하지 않나요?” 최정은 회장은 웃으며 답했죠. “활마다 ‘파운드’가 달라요. 파운드는 활시위가 팽팽한 정도를 말하죠. 파운드의 숫자가 높을수록 팽팽해서 당길 때 힘이 많이 들어요. 보통 국궁에서 145m를 쏘려면 35파운드를 사용해야 합니다.” 기자는 놀랐습니다. 양궁이 70m 거리에서 활을 쏘는 것과 비교하면 145m는 매우 긴 거리였기 때문이죠. 양궁과 다른 점은 또 있었습니다. “국궁에서는 엄지손가락에 ‘깍지’를 끼우고 시위를 당겨요. 손가락과 시위 사이에 마찰을 줄여 손이 쓰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거죠.” 양궁에서 활을 당기는 손가락을 보호하는 도구인 ‘핑거탭’에 비해 깍지는 정말 작아 보였습니다. 

  한량: 활 쏘는 사람 

  기본적인 장비 설명이 끝나고 기자는 TAC 접장님, 동아리원들과 함께 간단한 몸풀기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운동 부족이었던 터라 충분한 몸풀기를 위해 열심히 동작을 따라 했죠. 그러나 아쉽게도 동아리원들과 함께하는 활동은 몸풀기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진행할 교육이 활을 직접 쏘면서 배우는 중급교육이었지만 기자는 활 쏘는 자세조차 모르는 초보였기 때문이죠. 아쉬워하는 기자에게 권이정 쏜살 습사부장(간호학과 3)이 다가왔습니다. 

화살 없이 시위를 당겨 자세를 보여주는 권이정 습사부장
화살 없이 시위를 당겨 자세를 보여주는 권이정 습사부장. 사진 양재현 기자

  그는 국궁이 낯선 기자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시작은 궁대를 메는 것이었죠. 궁대란 활을 넣어두는 띠로, 메는 방법이 복잡했지만 친절한 시범 덕분에 금세 방법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활대의 한쪽에 시위를 미리 걸고 시위와 활대 사이로 다리를 넣어 무릎의 힘으로 활대를 부드럽게 꺾어서 남은 한쪽에 시위를 마저 거는 동작이었는데요. 힘이 부족한 나머지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힘겹게 성공하고 나서야 활의 모양을 갖출 수 있었어요. 

  장비를 갖춘 뒤 활을 잡고 시위를 당기는 동작을 배웠습니다. 활을 잡으려면 손바닥 아래에 딱딱한 부분을 활대 중앙인 ‘줌통’에 닿게 해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을 의미하는 ‘하삼지’로 줌통을 감싸야 합니다. 그리고 화살의 깃 3개 중 색이 다른 1개의 깃을 몸의 바깥쪽으로 위치시킨 후 ‘오늬’를 활시위 중앙에 위치한 ‘절피’에 끼웁니다. 오늬란 시위에 걸 수 있는 화살의 끝부분을 말하죠. 이때 줌통을 잡은 손의 엄지손가락 위로 화살이 오게 해야 하는데요. 활시위를 잡는 엄지손가락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지손가락 위로 화살을 놓고 검지와 중지 사이에 화살을 두죠. 주의할 점은 약지와 새끼손가락에 힘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활을 올리는 동작부터 시위를 놓는 동작까지 위쪽으로 둥글게 모양을 그려야 한다.
활을 올리는 동작부터 시위를 놓는 동작까지 위쪽으로 둥글게 모양을 그려야 한다. 사진 양재현 기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권이정 습사부장의 셈에 맞춰 활 쏘는 자세를 익히는 것만 남았죠. 하나, 활을 잡는 손과 같은 방향의 발을 앞으로 내밀고 활시위를 대각선으로 허벅지에 댑니다. 둘, 둥글게 활을 올리면서 활시위를 뒤로 당깁니다. 이때 활을 잡은 팔은 시위를 잡아당기는 방향으로 조금 비틀어서 힘을 줘야 하며,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셋, 활의 줌통과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손이 거의 수평을 이룰 때 시위를 놓습니다. 이때도 손목이 꺾이지 않게 시위를 놓은 손을 뒤쪽으로 자연스럽게 넘겨야 하죠. 

  오늬바람: 활 쏘는 방향으로 부는 바람 

  반복되는 자세 연습에 지쳐갔던 기자는 물었습니다. “보통 이 연습을 얼마나 반복하나요?” 권이정 습사부장은 웃으며 설명했습니다. “원래 5주 차까지 기초교육에서 자세 연습과 화살 쏘는 것을 반복해서 연습해요. 그 이후에 조준법을 배웁니다.” 도중에 지쳐서 동아리를 떠나는 학생은 없는지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죠. “5주 차까지가 고비예요. 그때까지 교육을 묵묵히 따라온다면 재밌을 겁니다.” 지난 기초교육 수료 대회에서 1등을 한 민승현 학생(전자전기공학부 3)도 교육에 빠지지 않고 자세 연습을 반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공감했죠.

연습 끝에 활 쏘기에 성공한 기자의 모습
연습 끝에 활 쏘기에 성공한 기자의 모습. 사진 양재현 기자

  체험을 마무리하며 동아리원들에게 쏜살이 어떤 의미인지 들어봤는데요. 김다빈 학생(기계공학부 2)은 쏜살에 남다른 애정을 표했습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들어온 쏜살에서 즐거운 추억과 생각지 못했던 국궁과의 만남까지 얻을 수 있었어요.” 해동검도 동아리 ‘해동검도’의 훈련부장이기도 한 이래혁 학생(교육학과 2)은 쏜살이 해동검도와 또 다른 특색을 지녔다고 전했습니다. “신속함이 필요한 검도와 달리 국궁은 신중함을 요구해요. 과녁에 화살을 맞추며 스스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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