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휴일 아침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흑석동 모교를 방문했습니다. 캠퍼스엔 새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다소 낯설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찾은 모교는 고향처럼 푸근했습니다.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중앙헤럴드 사무실이었습니다.  

  지금은 학술정보팀 간판이 걸려있는 이곳에서 제 대학 생활의 7할 이상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여러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특히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던 중대신문과의 에피소드가 새록새록 돋아났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그 문을 드나들면서 임형섭, 금장환, 김정태 등 중대신문 동기들과 나눈 우정도 켜켜이 쌓였을 겁니다. 때로는 동반자로 서로 응원하고, 또 때로는 경쟁심리로 토닥거리기도 했지요. 중대신문 사무실 책상 위에 신문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던 모습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고인이 되신 최진우 주간 교수님의 걸걸한 육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서무업무를 맡았던 ‘미쓰리’ 누나의 잔소리도 그리워지네요. 

  중대신문은 중앙헤럴드와 UBS 등 학내 언론3사 중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인터넷도, SNS도 없던 시절, 대학 커뮤니티 내 구성원들의 대표적인 소통 채널로 학내 민주화의 최선봉에서 올곧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의에 죽고 참에 산다’는 모교의 창학이념은 곧 중대신문 학생기자들의 소명이었을 겁니다. 그 마음가짐으로 캠퍼스를 밝혔던 학생 기자들 중 상당수는 국내 주요 언론사에 진출해 그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1947년 9월 1일 창간돼 대학신문의 효시인 중대신문이 지령 제2000호를 발간합니다. 중앙대언론동문회를 대표해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학생 기자들이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그 과정의 일부를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중대신문 지령 제2000호. 그 길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코 순탄치 않았을 겁니다. 앞서 걸었던 선배님들과 그 뜻을 받들어 뒤를 이어온 후배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제2000호에 이어 제3000호, 제5000호, 제1만호로 그 정신이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중앙대언론동문회도 중대신문을 옆에서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김수찬 중앙대언론동문회장(영어영문학과 8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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