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새로운 대안 될 수 있을까
  • 소지현 기자
  • 승인 2021.09.05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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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

최근 기본소득이 대한민국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기본소득의 정책적 실효성에 관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번 주 중대신문은 기본소득이라는 시사 이슈에 줌인해 기본소득을 둘러싼 여러 쟁점과 시행 방향성을 조명해봤습니다. 더불어 청년들이 생각하는 기본소득의 의견을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우리 함께 기본소득의 세계로 빠져볼까요?

일러스트 윤국화
일러스트 윤국화

재난지원금 명칭이 논의 불 지펴
도입에 관한 명암 차이 극명해

지난해 3월 24일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기점으로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점화됐다. 이후 재난지원금 명칭 논란이 발생했고 이는 결국 기본소득에 관한 논쟁으로 번졌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이 대한민국 복지 정책에 적합한 제도인지 연일 토론을 이어갔다. 기본소득, 대체 무엇이기에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것일까.

   기본소득, 너 누구니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정기적으로 조건 없이 각 개인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현금 지급을 의미한다. 「더 나은 기본소득 논쟁을 할 권리: 사회정책 분야의 논쟁 분석」(백승호, 2020)에 따르면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18세기부터 이어져 왔다. 대한민국에서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후 기본소득 관련 논의가 화두다.

  백승호 교수(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는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복지 체제가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해 새 대안을 의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불평등을 완화해야 할 한국 복지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각지대가 많이 생기게 됐죠. 이런 상황 속에서 새로운 복지 대안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 최근 많아지고 있어요.”

  기본소득의 논의 배경에 관해 곽노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는 공유사회의 실현을 꼽았다. “공유사회는 국가가 모든 걸 가져야 한다는 전통적 사회주의와 부유층이 모든 걸 가져가게 하는 시스템을 향한 거부를 뜻합니다. 모두가 자연적인 권리를 지니고 당연히 그에 따라 평등하게 배분되는 사회를 일컫는 겁니다.”

  도입 논의가 필요한 이유 
  기본소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근거로 국가와 사회 간의 결속력 강화가 제시된다. 백승호 교수는 기본소득을 지급했을 때 국가 및 사회에 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지급했을 때 국가를 향한 사람들의 믿음이 생깁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가 날 위해 재정적으로 지원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만약에 기본소득이 시행된다면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수준이 상당히 높아질 거라고 봅니다.”

  백승호 교수는 기본소득의 부수적 효과를 언급했다. “지난해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당시에 선별적으로 높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보다 보편적으로 적은 금액을 지급했을 때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가 더 크게 일어났어요.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이처럼 내수 시장이 활발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기본소득을 통해 내수 시장을 진작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노동자의 노동 의욕을 증가시킨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었다. 곽노완 이사는 기본소득이 노동 여부와 무관하게 지급되기 때문에 노동 의욕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실업급여는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 지급되지 않습니다. 이는 오히려 노동 의욕을 없애는 역효과를 내죠. 그에 비해 기본소득은 일자리를 얻었다고 못 받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본소득의 노동 유인이 크다고 할 수 있어요.”

  기본소득의 긍정적 측면으로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기도 했다. 백승호 교수는 기본소득이 복지 사각지대와 복지 수혜자들을 향한 낙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복지제도는 복지 혜택 수혜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대상자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나 기본소득은 무조건 지급하므로 해당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공공부조의 경우 소득이 일정 기준 밑으로 내려와야 선발됩니다. 대상 조건 부합 여부를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해요. 해당 과정은 인권 침해를 일으키거나 낙인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기본소득은 조건 없이 지급하기 때문에 사각지대를 제거하고 수혜자를 향한 낙인이나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양날의 검, 기본소득 
  기본소득에 관한 낙관적인 시선만 있는 건 아니다. 박기성 교수(성신여대 경제학과)는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본소득을 충당하려면 결국 증세가 필수예요. 증세가 이뤄지면 모든 공급은 줄어들고 GDP가 떨어지기 때문에 국민 경제가 힘들어지죠. 이는 결국 빈곤층과 사회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양재진 교수(연세대 행정학과) 역시 이에 동의했다. “기본소득을 시행하면 재정이 많이 필요해 결국 증세로 이어질 겁니다. 만약 부채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되면 청년 세대들이 나중에 이를 고스란히 짊어지겠죠.”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노동 의욕 증가를 주장한 것과 달리 오히려 기본소득이 노동 욕구를 저하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양재진 교수는 높은 액수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된다면 이는 노동 욕구 감소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현재 생산인구에 구직활동을 지속하는 조건으로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완전기본소득을 제공한다면 근로 의욕은 줄어들어요. 무조건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의욕이 감퇴될 수밖에 없죠.”

  이어 박기성 교수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제거하고자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면 복지의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복지는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을 위해 작용해야 합니다. 대상자를 명확히 선별하는 과정이 어렵다고 전체에게 지급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양재진 교수는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는 게 더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기존 제도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기본소득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면 다른 사회보장제도가 위축돼요. 차라리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 소득 재원 효과를 크게 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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