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서. 이현정 교수(서울대 인류학과)는 사회적 참사에 대한 기억이 단순히 참사 자체를 기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어떤 문제점으로 인해 참사가 발생했는지 정확한 이해와 성찰이 필요합니다.” 결국 ‘왜’ 참사가 벌어졌는지 알아야 올바른 ‘기억’이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우리는 ‘왜?’라는 질문에 얼마나 답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사건의 진상규명은 어느 정도 이뤄졌을까. 세월호 참사 피해자인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예은 아빠)은 피해자들에게 진상규명은 다른 사람들이 정의하는 진상규명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에 관한 사람들의 전반적 인식이 지엽적이에요. 누구를 처벌 하고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 그 이상이라는 거죠.”

  그는 진정한 진상규명은 유가족이 처벌 및 기소 여부와 관계없는 질문을 하더라도 사회가 답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참사 당시를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처벌할 것이 있다면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처벌은 진상규명의 결과지, 처벌 목적으로 진상규명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어떤 이들은 몇몇 책임자들이 처벌받은 상황을 보고 ‘지겹다’는 등의 말로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준다. 하지만 예은 아빠는 피해자들이 정확히 그리고 자세히 참사 진상을 아는 것은 사회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사한 참사 재발을 막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겪었기 때문에 참사에 관한 다른 시각과 기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전에 피해자인 우리가 참사 원인을 제대로 알고 현실을 인정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합니다.”

  오빛나라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변호사 역시 피해자들이 외치는 목소리가 단순히 자신들을 도와달라는 의미가 아니라며 그 목소리 속 대의를 강조했다. “현재 진행형인 고통 속에서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부당한 현실을 개선해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막으려는 큰 뜻이 있습니다.” 이병훈 교수(사회학과)도 진상규명이 피해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진상규명에 실패하는 건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참사를 막기 위한 엄중한 학습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거예요.”

  ‘세월호 참사의 무엇을 기억해야 하나?’라는 질문은 아직 진상규명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꼭 집어 대답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떻게 기억해야 하나?’라는 질문에는 꽤 자세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예은 아빠는 세월호 참사가 하나의 사건이 아닌 304개 각각의 사건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304명 희생자 중 대부분이 17살 학생들이였어요. 17살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혼란스러운 시기잖아요. 어떤 날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자책하면서도 ‘내일은 잘해봐야지’하며 무궁무진한 꿈을 꾸던 아이들이에요. 그 꿈을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노란 리본을 다는 것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예은 아빠는 노란 리본이 여전히 유가족들에게 커다란 의미라고 말했다. “리본을 보면 ‘아직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구나, 나와 같은 사람이 있구나’ 라는 생각에 정말 반가워요.”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도 예은 아빠가 전한 노란 리본의 상징성에 동의했다. “한 사건의 피해자를 기억 해주는 건 고결한 인류애죠. 사소한 관심이 언젠간 깊은 관심으로 번질거예요.”

  마지막으로 예은 아빠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과정에서 참사가 역사적 사건이 아닌 ‘내가 직접 목격한 사건’으로 살아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가족이 싸우는 과정에서 내가 작게나마 목격했고 참여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빛나라 변호사 역시 사회적 참사가 우리 삶에 스며들어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적 참사를 기억함으로써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회를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봤으면 해요.”

  사회적 참사 피해자의 고통에 가슴 아파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세월호 참사의 명확한 진상규명을 하지 않는 것은 결국 그다음에는 나와 내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더 이상 지겨운 ‘그들’만의 이야기로 남아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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