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건 우리 안의 ‘차이’
  • 김서경 기자
  • 승인 2021.06.0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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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구조주의·후기구조주의 비평이란

비평(批評). 사물의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해 가치를 논함을 일컫습니다. 정의만 들으면 비평은 학문에 큰 뜻이 있는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일 것 같은데요. 여러분들도 얼마든지 비평가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비평, 후기구조주의에서부터 같이 시작해볼까요? 김유진 기자 kyj8976@cauon.net

‘포스트(post-)’. 포스트는 단어 앞에 접두사로 붙어 ‘~의 뒤’, ‘~의 이후’라는 뜻을 만든다. 대개 포스트를 이용해 설명되는 개념은 이전과 다른 변화의 국면을 맞이한 경우다. 이러한 변천은 일전과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지만 선행되는 흐름에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시간의 축 앞에 놓인 사조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과거와 다른 새로운 물결이 흐른다. 구조주의 이후 밀려온 파도를 소개하겠다. 바로 ‘후기구조주의’다.

  구조주의, 그 이후
  후기구조주의는 20세기 중반을 강타했던 ‘구조주의’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이에 의문을 제기했던 학자들에 의해 탄생했다. 구조주의를 계승한 동시에 구조주의를 극복하고자 했던 흐름인 것이다. 후기구조주의는 ‘탈구조주의’라고도 불린다. 구조주의의 연장선이란 점에서, 구조주의와의 유사성에 집중해 후기구조주의로 일컬어진다. 반면 구조주의와 다른 맥락을 가졌다는 점에 주목해 탈구조주의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후기구조주의는 인문학·사회학·문화연구 등의 영역에 활용되며 다양한 전개 양상을 나타냈는데 대표적인 학자로는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질 들뢰즈’ 등이 있다.

  데리다는 탈구조주의 자로서 언어를 주요한 사유 대상으로 삼았다. 음성언어, 즉 내면의 목소리는 ‘말하려는 진정한 뜻’을 의미한다. 이것이 곧 진리이자 ‘로고스’다. 데리다에 따르면 문자는 로고스에 도달할 수 없는 동시에 로고스 역시 문자를 통해서만 그 가치나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데리다는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로고스 중심주의를 비판했다. 이러한 데리다 사상은 ‘해체주의’의 시초로 작용했다.

  푸코는 권력을 일방적으로 작동하는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 실천에 의해 드러나는 것으로 봤다. 윤일환 교수(한양대 영어영문학과)에 따르면 푸코의 ‘규율 권력’은 주체를 개별화하는 기술이다. 이는 주체의 신체 활동을 통제하면서 지속적인 복종을 강제한다. 푸코의 이론은 권력·국가론을 비판하고 구조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후기구조주의적 성격을 띤다.

  들뢰즈에 따르면 차이는 대상이 만나고 관계함으로써 생성된다. 차이를 긍정한다는 것은 다른 대상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변화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차이를 생성으로 파악하는 셈이다. 차이의 긍정, 혹은 생성으로서의 차이는 ‘반복’과 같아진다. 예를 들어 화가 모네의 <수련> 연작은 매 순간 빛과 수련이 만나 만들어진 차이가 반복돼 그려진다. 빛에 의해 야기되는 수련의 차이를 포착할 때 수련은 다른 수련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또한 들뢰즈는 '탈·재영토화'의 개념을 정립했다. 영토화는 어떤 질서 속에 편입되는 것을 뜻한다. 이때 탈영토화란 주어진 구조나 체계를 벗어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고정된 관계를 자유롭게 해 모든 방면에서 새롭게 조직화함을 뜻한다. 재영토화란 그 벗어남이 새로운 구조나 체계로 다시 나아가는 것을 나타낸다.

  탈영토화와 재영토화는 서로 쌍을 이루는 개념으로, 탈영토화는 재영토화로 이어지게 된다. 고봉준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 따르면 재영토화가 일종의 포획장치이긴 하나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 ‘노마드’, 즉 유목이란 결국 창조와 생성의 방향으로 지속적인 탈영토화를 시도하는 삶을 가리키고, 그때마다 재영토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국 재영토화가 탈영토화 과정의 일부인지 혹은 재영토화를 위함인지를 판단하는 일이 중요한 사실이다.

  차이를 사유하다
  후기구조주의자 대부분은 니체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니체에 따르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 외부와의 차이가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다르게 만들어가는 차이로 인해 동일성은 사라진다. 윤일환 교수는 후기구조주의 이론가가 각자의 관점에서 니체의 사상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데리다는 니체의 은유론을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했어요. 푸코는 니체의 계보학을 받아들여 담론적 실천이 힘과 지식 사이의 관계로 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죠. 들뢰즈는 니체의 ‘같은 것의 영원회기’에서 존재와 다수성의 일자성, 우연의 필연성 등을 이끌어냅니다.”

  관계의 동형성을 강조하는 구조주의와 달리 후기구조주의는 관계 간 차이를 사유하고자 한다. 구조주의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대상은 대체 가능하며 근본적인 질서는 같다. 이와 달리 후기구조주의는 동일하게 보이는 데서 다른 지점을 발견해내는 데 집중했다. 이것이 바로 차이의 출발점이 되는데, 이때 차이는 표면적인 다름을 의미하지 않는다.

  차이는 어떤 대상에게 의미를 지니게 하면서 해당 의미를 변화시키는 결정적 요소다. 더불어 차이는 ‘가치’ 간 차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가령 건빵이 250원이라면 1,000원은 건빵 4봉지와 교환될 수 있다. 또한 1,000원은 100원이나 10,000원이 있어야 비교가 가능하다. 이같이 어느 대상의 가치는 교환이 가능한 동시에 비교 대상이 존재해야 한다. 각 대상은 교환과 비교를 통해 나타나는 차이에 의해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이처럼 후기구조주의는 인간 의식·문화·사회의 다양성을 지향한다. 윤일환 교수에 따르면 후기구조주의는 동일성에서 배제된 타자의 차이를 강조하고 타자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고봉준 교수는 고정적인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던 근대식 사고에서 탈피했다는 점을 통해 후기구조주의의 의미를 설명했다. “근대까지만 해도 아노미와 같은 변화에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구조주의 이후 사유는 이런 사고방식을 지적하고 벗어나려 했죠.”

  후기구조주의의 한계 역시 존재한다. 후기구조주의자는 진리·실재·의미 등에 대한 고전적 개념을 의심하면서 일종의 절대적 진리를 거부하는 현실 의식을 지닌다. 여기서 인간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담론의 포로가 된다. 김낙현 교수(다빈치교양대학)에 따르면 후기구조주의는 절대적 의미가 없다는 불확정성을 주장함으로써, 텍스트에 대한 해석을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이는 모든 결론을 유보해 일상 체계와 상식을 흔든다. 이러한 태도 속에서 진지한 현실 의식을 찾는 데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후기구조주의 비평 레시피
  후기구조주의 비평은 구조주의 기호학에 의해 발달한 개념을 사용한 동시에 그 모태를 무너뜨리는 특징을 지닌다. 구조주의에서 로고스 중심주의가 전제한 언어의 확정성에 회의를 품으며 기성의 작품 해석이나 주장을 전면 부정한다. 후기구조주의 비평은 구조주의가 간과했던 개체의 존엄성과 자유를 인정하고, 문학작품 감상에서 역사적 태도의 중요성을 받아들인다. 더불어 자아와 주체를 중시하고 타자를 포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점에서 후기구조주의 비평은 구조주의 비평에 비해 훨씬 삶의 본질적 진리나 근원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문학적 노력을 기울였던 비평론이다. 김낙현 교수는 후기구조주의 비평법이 고정적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식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후기구조주의 비평은 서구의 지적 경직성에 신선한 사고와 인식을 가져왔어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현대문학 비평의 지평을 확대해 나아간 의미가 있죠.”

  다른 비평과 마찬가지로 후기구조주의 비평 역시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비평하기에 앞서 구조주의 및 후기구조주의 비평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진행 과정과 핵심적인 용어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김낙현 교수는 좋아하는 작품에 후기구조주의 비평을 적용한 사례를 찾아보는 것이 비평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영화 <마음이>를 먼저 감상하고 비평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검토하는 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어요. 해당 작품은 인간 대 동물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적 관계가 어떻게 전복되는가를 후기구조주의 비평 측면에서 잘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차이와 생성, 접속과 배치’의 철학자 들뢰즈는 니체, 베르그송 등 철학사의 비주류적 계보를 탐색하고 이를 재해석해 자신의 철학을 전개한 사상가다.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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