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여성일 때 온전하다 느끼는 에이나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여성일 때 온전하다 느끼는 에이나르.

 

1920년대 덴마크의 유명 풍경화 화가 에이나르와 초상화 화가 게르다는 서로를 매우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입니다.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죠. 그러던 어느 날, 게르다는 그리기로 한 발레리나 모델이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에이나르에게 뜻밖의 부탁을 건넵니다. “울라의 스타킹이랑 신발 좀 신어줄래?”

  흔쾌히 수락한 에이나르에게 게르다는 치맛단이 펴지는 모양을 봐야 한다며 드레스를 건넵니다. 얼떨결에 걸쳐진 드레스를 만지작거리던 그는 복잡미묘 한 감정을 경험하죠. 스타킹을 신은 자신의 다리와 드레스의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는 그의 모습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하루는 유명한 탓에 무도회 참석을 꺼리던 그에게 게르다가 재미있는 장난을 제안합니다. 가상의 사촌 동생 릴리로 변장해 모임에 참석하자는 거였죠. 에이나르는 완성도 있는 속임수를 위해 부드러운 몸짓을 연습하고 붉게 입술을 칠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 내내 에이나르는 유난히 행복한 표정입니다.

  무도회 날이 되자 릴리로 변장한 에이나르와 게르다는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입니다. 게르다가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에 이나르는 헨릭 샌덜이란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던 에이나르는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결국 헨리와 키스합니다. 에이나르를 찾던 게르다는 그 장면을 목격하고 말죠.

  이 사건 이후 부부는 큰 혼란에 빠집니다. 에이나르는 릴리와 에이나르 중 진짜 자신은 누구인지 고뇌 합니다. 이는 트랜스젠더가 겪는 성별 불쾌감이라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육체적 성과 성 정체성 사이의 부조화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말합니다. 트랜스젠더는 이렇듯 육체적 성과 성 정체성을 다르게 정의하는 사람들을 말하죠. 게르다 역시 남편 삶 속 릴리의 존재감이 커지자 그를 잃을까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에이나르를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그를 이해하려 애쓰죠.

  커지는 혼란 속에 에이나르는 마침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합니다. 자신의 성기를 가리고, 가슴을 모으며 전형적인 여성의 몸을 흉 내내는 에이나르는 자신이 남성의 몸에 갇힌 여성임을 인정합니다. “이건 제 몸이 아니에요. 벗어나게 해 주세요.” 결국 에이나르는 릴리로 완전히 바뀌기 위 해 성전환 수술을 결심합니다. 과연 그는 바라던 삶을 살게 될까요?

  영화 속 에이나르가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은 우리 삶과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 이죠. 그 주제가 누군가에겐 성 정체성일 뿐이기에, 우리에겐 그것을 비난하거나 이해할 권리 같은 건 없습니다. 그저 모두가 그 시간을 거쳐 진실한 ‘나’를 찾을 수 있길, 신체와 사회가 부여한 성이 감옥이라 느낀다면 그것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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