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채식 인구와 이슬람·힌두교 이민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여러 프랜차이즈에서는 비건 메뉴와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국방부는 채식주의자와 무슬림 장병 규모를 파악해 맞춤 식단을 편성한다고 밝혔다. 식사를 위한 기본적인 권리 보장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당연한 권리 보장의 출발점일 뿐이다. 지금까지 비건·할랄식을 먹어온 이들은 계속해서 차별받았다. 식단 메뉴 선택 폭의 제한으로 식이 소수자들은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2019년 광주 H초등학교 학생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단체 급식을 먹을 수 없자 급식을 매일 거르고 있는 상황도 확인됐다. 

  식이 소수자에 관한 혐오와 조롱도 문제다. 2월 6일 호주에서는 비건 지지 시위를 벌이는 참가자 앞에 치킨 상자를 든 두 남성이 나타나 보란 듯이 치킨을 먹으며 시위 참가자를 조롱해 화제가 됐다. 대학별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비건에 관한 혐오 및 조롱 게시글이 난무하다. 

  비건·할랄식을 먹는 이유는 종교, 사회운동 등으로 다양하다. 사람마다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것처럼 식이 소수자의 식사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제라도 그들이 받아온 차별과 혐오를 인식해야 한다. 

  사회는 성별, 국적, 신념, 성격 등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공동체다. 단순한 인식 제고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당연한 ‘식사’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환경도 필요하다. 학교와 회사 등 여러 사람이 모인 공동체에서는 모든 이들이 식사 선택권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고민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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