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를 퇴근할 때마다 집에 가기 위해 바삐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 속에서 넥스트의 <도시인>을 듣게 됐다. 감회가 새로웠다.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도시의 모습을 노래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노래는 1992년 6월, 넥스트 1집 <HOME>의 트랙 3번에 실린 노래다. <도시인>의 후렴구에는 “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때도 도시인들은 저녁 없는 삶을 살았던 모양이다. 30년 전 대한민국의 사회 분위기가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 같아 씁쓸했다. 그때 그 도시인들은 집이라는 곳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문득 집을 향한 그들의 관점이 궁금해졌다. 

  요즘 부동산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다. 사람들은 집값이 너무 올라 살 곳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집값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7·10정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규제지역에 보유한 주택을 판매하는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최고세율을 65%에서 75%로 높여 적용하기 위함이었다. 집값 상승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잔뜩 오른 마당에, 토지와 주택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돈 좀 만져보겠다고 투기를 일삼았다. 나무를 심으며 법을 악용하기도 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다. 

  어쩌다 주거의 목적이 이렇게 퇴색된 것일까. 집이 자산 축적의 목적이라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현재 모습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주거기본법」 제2조 주거권에 따르면 국민은 물리적, 사회적 위험에서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 과연 우리는 쾌적한 주거환경 속에서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고 있을까? 오히려 내 집 마련, 자산 축적이라는 목표를 위해 숨 가쁘게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2021년 신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에게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주택공급 정책만 마련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아나보다. 해결 방법은 정책 수립에만 있는 게 아닌데, 참 답답하다. 참고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25번 바꿨다. 사실 국민들은 오른 집값에 분노한 게 아니다. 주거권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어려움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부의 행태에 분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시인>에서 신해철은 함께 있지만 외로운 도시인들에게, 아무런 말 없이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30년 전 도시인들은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전쟁터 같은 직장을 피해 집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집에서 바빴던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의 아침을 맞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인은 어떤가? 잠잘 수 있는 거처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일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집일 것이다. 편히 잠들지 못하는 도시인은 여전히 외롭다. 

 

장민창 대학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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