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의 ‘한복’판에서 만나요
  • 백경환·김서경 기자
  • 승인 2021.03.1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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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속 뿌리깊은 나무

전통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일정한 생활 모습이나 행동을 뜻하는 말입니다. ‘전통’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낯설고 어렴풋한 단어로 느껴지진 않나요. 전통에 대한 막연함을 생활면이 변화 시켜 드립니다. 생활면은 선조가 전해주고 후손이 널리 통하게 한 전통을 소개합니다. 이번주는 한국의 美, 한복을 살펴봤습니다. 한복에 본인만의 현대적 감각을 더한 김리을 디자이너도 만나봤는데요. 우리의 생활 속, 항상 몸 닿아 있던 한복을 보러 지금 떠나봅시다! 서민희 기자 tjalsgml0928@cauon.net

가례 때 착용하던 조선 시대의 여자 예복으로 활옷이라고 부른다. 활옷을 입을때는 빨강 치마에 노랑 저고리를 먼저 착복한다. 활옷 위에는 대대라고 불리는 큰 띠를 두른다.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조상이 심고 우리가 가꿔나가는 한복
세계 무대 위에서 흩날리는 저고리

최근 케이팝 공연 속에 한복이 다채로운 모습을 드러내면서 무대를 꾸미고 있다. 한복을 향한 세계의 열띤 호응과 함께 한복의 기원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한복이 중국의 ‘한푸’에서 비롯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복은 어떤 발자취를 남기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을까. 한복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 봤다. 

  역사라는 계절을 지나온 고목
  
우리나라는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기 전까지 ‘스키타이’계 문화권에 속해 있었다. 스키타이는 기원전 6세기부터 3세기까지 남부 유라시아 초원지대에서 주로 활동했던 기마유목민족을 의미한다. 스키타이 계통의 복식이 갖는 특징 중 대표적인 요소는 상의와 하의가 나눠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저고리는 상의에, 바지는 하의에 해당한다. 특히 바지는 풀을 밟고 말을 타며 생활했던 스키타이에 적합했다. 스키타이 복식에서 저고리는 소매가 좁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여미는 형태를 가진다. 한복의 원류는 스키타이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상례 강사(패션전공)는 한복이 고대부터 이어지는 양식을 바탕으로 환경에 맞춰 변화했다고 말했다. “한복은 스키타이 문화권에서 영향을 받은 저고리와 바지, 치마를 기본형으로 시대마다 세부적인 부분을 달리해 발전했어요.”

  스키타이 복식에서 온 고대 한복은 중국 의복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징을 가졌다. 한복과 달리 중국 복식은 상의와 하의가 붙어있고 저고리 소매가 넓은 형태였기 때문이다. 삼국시대 이후 중국과 교류가 생기면서 관복이나 예복으로 중국식 의복을 입는 일부 귀족층이 생겨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은 고유 복식인 한복을 입었다. 삼국시대에 저고리는 엉덩이를 덮을 정도로 긴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짧아지는 변화를 겪었다. 

  저고리를 여미는 방법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존 형식과 달리 고려 시대부터 저고리를 여미는 방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통일됐다. 더해 옷을 입는 방식에도 차이가 생겼다. 오선희 객원교수(수원대 의류학과)는 고려 시대에서 조선 시대로 넘어가면서 변화된 바지의 역할을 설명했다. “고려 시대까지 여성은 바지를 겉옷으로 입었지만 조선 시대 여성은 바지를 속옷으로만 착용했답니다.” 그 외에도 초기에는 짧았던 고름이 길어지고 겉옷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등 한복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한복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변천을 거치며 그 맥을 이어나갔다. 오늘날 볼 수 있는 한복과 가장 가까운 형태는 위가 얇고 아래는 두꺼운 형식의 조선 중기 이후 한복이다. 

  옛것에서 움튼 한류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근대 문물과 함께 양복 문화가 조선에 들어왔다. 초기 양복은 지배층에 한해서 파급됐다. 그런데 도시화와 산업화가 일어나고 실용성과 간편성이 중요해지면서 양복이 대중화됐다. 이로써 한복은 일상복으로서의 자리를 내줬으며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예복으로 역할이 축소됐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한복은 여러 문화 산업과 어우러지며 한국적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이 되고 있다. 

  한복이 케이팝 무대의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동 중인 케이팝 가수들은 한복을 통해 개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2018년 방탄소년단은 소창의, 두루마기, 사폭 바지를 입고 삼고무 퍼포먼스를 펼쳤다. 지난해 블랙핑크는 미국 TV쇼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한복 무대의상을 입고 신곡 무대를 선보였다. 블랙핑크 멤버 제니는 도포를 잘라 윗부분은 ‘크롭탑’(일명 ‘배꼽티’)으로 변형시켜 저고리처럼 착용했고 밑부분은 치마로 둘렀다. 

  또 다른 멤버 로제의 상의는 조선 시대 속옷인 가슴 가리개에 ‘봉황문인문보’의 문양을 그려 넣었다. 이와 더불어 조선 시대 무관의 공복이었던 철릭을 겉옷으로 걸쳤다. 현대적 손길로 생생히 되살아난 전통적인 한국미에 세계가 매료되고 있다. 김서영 강사(패션전공)는 케이팝의 열광적인 인기를 한복의 새로운 기회로 내다봤다. “케이팝 아이돌의 국제적 지명도 및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이에 한복의 매력이 10~20대에게 통하고 있죠. 이런 경향이 앞으로 한복의 디자인 개발 및 마케팅 전략을 촉진하리라 기대해요.” 

  한복을 주제로 다양한 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한복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샤넬의 ‘2015/16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가 열렸다. 당시 패션쇼에서 모델들은 가체를 머리에 올리고, 저고리와 치마를 원피스 형태로 만든 옷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상례 강사는 한복의 발전을 위해서는 고유한 미적 특성을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한복 패션쇼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한복이 등장하고 있어요. 한복은 무한한 콘텐츠 개발 가능성을 가지고 활성화되고 있죠. 이런 관심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심층적인 연구가 함께 진행돼야 한답니다.” 이상례 강사는 한국 복식을 전공한 인력을 한복 패션쇼 분야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복 패션쇼의 역사가 짧아 관련 지식을 갖춘 실무자가 부족해요. 한복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답니다.” 

  ‘한보’ 전진하는 ‘한복’
  
한복에 해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선희 교수는 한복을 향한 외국인의 뜨거운 관심에 관해 이야기했다. “해외에서 한복 특강을 진행했을 때, 수강생의 열렬한 반응에 놀랐어요. 한복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외국인이 한복을 체험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온 에드워드 학생(한국외대 경제학부 1)은 한복의 전통미가 일상을 벗어난 특별함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한복의 매력은 풍성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사극 속에 들어온 듯 이색적이었어요.” 캐나다에서 온 알렉스 학생(한국외대 한국어교육과 3)은 한복을 직접 입어본 경험을 토대로 한복에 관한 본인의 소망을 전했다. “착용감이 불편했지만 옷 자체는 매우 고풍스러웠답니다. 안쪽에 입는 옷을 간소화해 더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패셔너블한 한복이 활발히 제작되길 바라요.” 

  한복을 일상화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복 교복디자인 프로젝트’를 주최해 한복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한복 교복으로 활동성과 편의성을 높이면서 성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디자인이 채택됐다. 다채로운 일상 한복 브랜드가 생겨나면서 한복이 일상복으로서 주목받는 추세 속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한복은 불편하고, 비싸고, 고루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상례 강사는 대중이 한복에 갖는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넓은 치마폭과 길이를 줄이고 다양한 원단을 사용하는 등 한복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해요.” 그는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을 받아들이면서 한복의 전통적 요소를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한복 디자인을 개발해 한복을 편리하게 입을 수 있도록 해야 해요.전통적 아름다움과 현대의 편리함이 공존하는 디자인이 개발된다면 한복의 대중화와 일상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여성용 저고리와 치마다. 배래가 색동이며 허리 부분에 잔주름이 잡혀있다.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
 ‘봉황문인문보’로 홍색 마직물 한 폭 반으로 구성됐다. 직물 한 겹으로 만든 홑보이며, 보 위에 그림이 그려져 있어 인문보라고 부른다. 사진출처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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