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등장인물 ‘비전’은 자신을 인류나 AI의 편이 아닌 “생명의 편”이라 소개한다. 우리도 우리와 다른 종의 생명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고민해보자.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은 동물 학대 논란으로 이틀 만에 약 17만명의 구독자를 잃었다. 반면 모기 고문이 주된 콘텐츠인 ‘국가대표 쩔템’ 채널은 곤충 가학 영상 역시 동물 학대라는 기사가 보도된 이후에도 18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지켜나가고 있다. 생명 경시라는 같은 장르의 폭력임에도 학대받는 곤충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한 줌에 불과하다. 갑수목장 논란 약 3개월 후 ‘곤충 괴롭히는 유튜브 영상, 동물 학대 아닌가요?’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하지만 해당 기사 내용에 돌아온 답은 비난이다. ‘기레기’, ‘기자조무사’,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졸렬하다’이다. 

  한 사람이 어느 민족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고 해서 이것을 인종차별이라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대한민국이 특정 민족은 보호하고 다른 일부 민족에 대한 학대는 묵인하겠다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어떨까?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살생을 금지해야 하며 지구 위에 인류와 함께하는 생명체가 모두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법이라는 이름 아래 생명의 귀천을 칼로 긋는 것에는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동물보호법」에서 멸종위기종이 아닌 곤충은 흥미만을 위한 살생이나 명백한 가학의 증거가 있어도 법적인 제재가 불가능하다. 말벌과 모기의 고통은 햄스터의 고통보다 가벼운 걸까. 

  고양이의 삶은 비둘기의 것보다 가치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현행법은 같은 도시 야생동물인 비둘기와 길고양이 생명의 무게 역시 저울질하고 있다. 환경부 지정 유해동물인 비둘기를 쫓는 것은 퇴치지만 유해동물이 아닌 길고양이를 쫓는 행위는 동물 학대인 상황이다. 비둘기는 공공재 훼손과 세균 및 질병 전파를 이유로 유해동물로 지정됐다. 하지만 해당 이유는 길고양이라고 해서 자유롭지 않다. 인수공통질병을 보유하며 도시경관을 훼손하기도 하는데 어째서 길고양이만 면죄부를 받은 것일까? 사람으로 치면 같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다른 형량을 받은 것이다. 생명의 무게에 대해 각자 호불호의 저울질은 당연하다. 그러나 법이라는 이름으로 그 저울에 무게추를 가감하는 것은 결코 생명을 아끼는 일이라 할 수 없다. 

  생명 경시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이미 생명의 가치가 매겨지고 있다. 고통을 최소화하는 동물복지 축산은 극찬했지만, 살충제와 제초제 사용에는 무감각했던 나도 ‘종 차별주의자’일지 모른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종 차별에 대해, 생명의 무게를 저울질한다는 것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이주창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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