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실검 봤어?” 그날의 실시간 검색어(실검)는 뉴스이자 대화 주제가 된다. 나 하나 챙기기도 바쁜 삶, 사람들은 왜 그리도 ‘남들’ 이야기에 주목하는가.

  인터넷을 손에 쥐고 다니는 요즘 사람들은 포털사이트 하나로 세상을 살핀다. 그곳에서 상호작용을 하기도 한다. 특히 실검과 댓글창은 포털사이트에서 필수 코스다. 사회적 쟁점에 대한 다수의 목소리인 여론을 살필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털사이트에서 이 기능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국내 최대 점유율을 지닌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난달 다음에 이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연예, 스포츠 뉴스 댓글창도 폐지했다. 개인 맞춤형 키워드 제공 등이 표면적 이유다. 일각에선 정치적·상업적 실검 조작 의혹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매우 큰 영향력을 지닌 창구를 없앤 극단적인 결정에 의문이 든다.

  우선 여론이다. 여론을 형성하려면 많은 사람이 중요한 문제에 주목하고 토론해야 한다. 실검 기능으로 언제나 쉽게 사회 이슈를 살피고 그 흐름을 볼 수 있었다. 댓글창에 옳고 그름 등 의견을 쓰거나 댓글을 읽음으로써 여론이 형성됐다. 권력자의 비리나 기업의 부조리도 널리 알려 공론화했다. 실검 폐지 소식에 어떤 권력은 슬쩍 미소를 보였을지 모른다. 그만큼 막강한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네이버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고 했다. 좋은 아이디어다. 남들 이야기, 남들 관심사보다 내 관심사가 중요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 부작용을 무시할 순 없다. 비슷한 예로 각기 다른 유튜브 알고리즘을 떠올려보자. 내 유튜브 알고리즘 세상과 부모님 알고리즘 세상은 다르다. 각자의 세상에 서로 다른 정보가 주어진다. 보고 싶은 정보만 보여준다면 다수가 알아야 할 이슈에 주목하지 못한다. 그저 남들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실검, 댓글 기능이 없다고 여론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다른 이의 생각을 알기 위한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만큼 인간은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알고 퍼뜨리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벌써 실검 기능이 있는 네이트나 댓글을 쓸 수 있는 유튜브로 옮겨간 경우도 있다. 결국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가 해당 기능을 폐지한 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포털사이트는 실검과 댓글창 순기능을 간과하고 섣불리 판단했다. 잘못된 말을 했다고 입을 없애버린 꼴이 아닌가. 또 다른 여론조작 문제, 대중의 눈과 귀를 막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실검 기능으로 사회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댓글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그 순기능을 유지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건가.

지선향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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