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회적 산물이다. 사회가 변화하면 언어는 자연스레 생기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이때 사람이 변화를 따라가는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더라도 연령이나 배움의 정도에 따라 언어를 이해하는 데 차이가 있다. 우리가 살펴본 공공언어는 이러한 차이를 이유로 차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세계화 시대에서 다양한 언어 사용은 당연한 변화겠지만 차별은 당연할 수 없기에, 공공언어의 우리말 순화가 왜 중요한지 알아봤다.

  공공언어 - 공공 = 0
  공공기관은 ‘공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이는 공공기관의 언어가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공선을 위해야 함을 뜻한다. 이건범 대표는 공공언어는 공공정보를 전달하기에 올바른 사용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공공언어에서 삶과 밀접한 정보를 얻어요. 이 정보들은 국민의 권리와 생활 방침을 좌우하죠. 국민의 공론은 정확한 공공정보 이해를 바탕으로 형성돼야 하므로 다수가 이해하기 쉬운 공공언어를 사용해야 해요.”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에 따르면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김미형 교수는 공문서를 통해 국민과 정부 간 소통성을 증대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의무임을 강조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는 건 본인의 기본 권리에요. 어려운 공공언어로 인해 공개된 정보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는 국민의 알 권리 침해로 간주해야 하죠.”

  이건범 대표는 공적 영역에서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 이끈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분석적으로 바라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 곁에 당연히 언어 약자나 외국어 약자가 존재할 수 있잖아요. 그들에게 그저 불편한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삶을 살라 하는 건 차별이죠. 이는 정보에 동등하게 접근할 권리와 알 권리를 침해해 실질적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주은우 교수(사회학과)는 외국어로 된 공공언어 문제가 비단 공공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란 입장이다. “영어로 된 단어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건 사기업, 이익집단, 운동단체, 심지어는 개인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공공기관은 공동체 전체의 공공선을 지켜야 하기에 다른 기관에 비해 개선 요구를 더 받는 거죠.”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을 다룰 때, 낯선 언어를 남용하면 상황에 따라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은우 교수는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이 수동적인 정책 수혜자와 정보 수용자를 만든다고 언급했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은 종종 새로울 것이 없는 사업이나 정책을 포장하는 데 사용돼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용어는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주죠.”

  공공의 적이 되지 않도록
  바람직한 공공언어를 위해 보완해나갈 점은 무엇일까. 이건범 대표는 공공언어에 관한 법률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 세무, 법무, 교육, 의료, 보건 분야 같이 국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말은 더욱 명확한 기준으로 법적인 보완을 해야 합니다. 생활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공공언어는 책임감 있게 사용하도록 정해줘야 하죠. 학술적인 성격이 강한 언어는 규정을 조금 완화할 수도 있겠고요.”

  김미형 교수 역시 실질적 제도 도입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정부 부서 평가에 쉬운 공공언어 사용 점수를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국어기본법을 강화하고 국어전문관 제도나 공기업에 쉬운 공공언어 쓰기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의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한겨레말글연구소 김진해 연구위원은 공무원 사회가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을 위해선 공무원 사회 전체가 기본적인 글쓰기 역량을 강화해야 해요.” 의사 소통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공공언어 생산자의 노력만큼 수용자의 비판적인 태도 또한 중요하다. 주은우 교수는 공공언어 사용에 있어 의식적인 수용자의 행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낯선 단어를 접하는 개인은 비판적이고 주체적으로 생각해야 해요. 새로운 언어를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론의 장을 형성해야 하죠.”

  우리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해결책은 무의미해진다. 이건범 대표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역지사지의 자세로 언어생활을 고민해주길 당부했다. “본인의 능력이 아닌 언어 약자의 시선으로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언어의 국어순화가 절실한 지금, 우리는 그 출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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