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속마음, 어떻게 알 수 있나요?
  • 이민경 기자
  • 승인 2021.02.2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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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비평법 상담기

예술작품을 볼 때마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막막하신가요? 난해하게 본 작품이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거나 재밌게 본 작품이 저평가받는 황당한 경우를 한 번쯤은 경험했을 텐데요. 예술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시야가 흐릿해지는 분들을 위해 문화부가 작품을 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맞춤 안경을 만들어드립니다. 이번 주는 안경의 도수를 정신분석학으로 맞춰 봤습니다. 함께 안경을 쓰고 작품을 보러 가봅시다!

라캉은 정신분석비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라캉은 정신분석비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사실 기반 작품 분석은 기본
이론 위한 분석은 지양해야

예술작품을 볼 때 보통 작품 속 인물의 표면적 행동과 대사에 집중하곤 한다. 그러나 그 너머 존재하는 인물의 무의식이 작품해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등장인물의 무의식을 추적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다소 막막하기만 하다. 이러한 비평 초보자들을 위해 강우성 교수(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김서영 교수(광운대 인제니움학부), 남정섭 교수(영남대 영어영문학과)에게 직접 자문을 구해봤다.

  ※ 해당 기사는 개별적으로 취재한 인터뷰를 좌담회 형식으로 재구성 했습니다.

  -정신분석비평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김서영 교수: 정신분석비평은 본인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신분석적 작품 접근이 아무리 객관적 작품분석을 의미한다 지만 결국 비평자의 시각이 담길 수밖에 없잖아요. 유독 시선이 향하는 특정 이미지는 비평자의 내면을 더 강화하거나 없다고 생각했던 내면의 모습을 찾아주기도 하거든요.

  남정섭 교수: 작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물의 심리, 즉 무의식을 파악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죠. 『꿈의 해석』(프로이트 씀)을 대표적인 정신 분석비평이라고 볼 수 있어요. 꿈은 대표적인 무의식의 발현이거든요. 이 책은 무의식이 꿈으로 발현하는 과정을 추적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어요. 이처럼 텍스트에 숨겨진 인물의 마음을 파악하는 과정이 정신분석 비평이라고 보시면 돼요.

  강우석 교수: 정신분석비평은 인간의 삶에 왜 예술작품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해요. 예술작품은 심리적 구조의 산물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작품을 만든 작가의 욕망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인간의 보편적 욕망 파악까지 도움을 주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바입니다.

  -분석 대상의 갈래에 따라 비평이 다를 것 같다. 차이점이 있나.

  남정섭 교수: 문자로만 적힌 문학작품보다는 시청각이 모두 활용되는 갈래의 작품이 더욱 다층적으로 해석 가능해요. 뮤지컬은 음악으로 감정 을 전달하고 영화는 미장센, 음향 기술 등의 극적 효과를 동반하죠. 그러다 보니 무의식적인 차원을 문학작품보다 다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서영 교수: 저는 정신분석 방법론적으로는 갈래 간 차이가 없다고 봐요. 작품의 갈래와 상관없이 소통하는 기본 단위가 같거든요. 프로이트는 이 소통의 단위를 표상이라고 부르고, 표상은 작품의 갈래에 상관 없이 모두 같다고 주장했어요.

  -비평할 작품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남정섭 교수: 기존 학문적 연구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새로 운 해석의 여지가 있는 서사의 작품 위주로 선정해요. 그런 대상에서 정신분석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끌림이 느껴지거든요. 그 예로 뮤지컬 < 오페라의 유령>과 영화 <건축학개론>을 들 수 있어요. 해당 영화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요소가 가미된 서사를 지녔는데요. 이와 관련해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제가 직접 비평한 적도 있거든요.

  김서영 교수: 그냥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이면 다 돼요. 어떤 작품이든 정신분석학으로 분석이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본인 시선에 계속 머무른 다는 것은 내 무의식과 관련된 어떤 표상이 작품에 있다는 걸 의미해요. 즉 본인이 끌리는 작품에 대해 비평한다는 것은 비단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만은 아닐 거예요. 내 내면의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셈이죠.

  -비평문 작성 시 보통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하다.

  김서영 교수: 우선 작품을 선정한 후에 감상을 진행합니다. 이때 유독 강렬하게 다가오는 장면에서 주제를 선정해요. 그다음에는 등장인물이나 미장센 등을 주제에 맞게 재구성하죠. 이 단계가 끝나면 작품에서 묘사된 사실을 기반으로 대상 분석을 시작해요. 주인공의 정신 구조를 읽고 방향성을 파악하죠. 인물이 행복한 길을 가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동시에 왜 그 장면이 인상 깊었는지, 그 이유와 의미를 찾아 나가죠.

  남정섭 교수: 먼저 작품을 감상해요. 동시에 극적 요소, 즉 인물과 플롯을 분석하고 그 외 연출적 요소와의 상호작용을 생각해요. 그 후에는 해당 요소를 정리하고 비평문에서 주장하려는 핵심 주장을 명확하게 세웁니다. 녹화가 가능한 작품이라면 다시 중요한 장면을 재확인하고요. 그다음 전하고자 하는 주요 메시지를 담아 글을 씁니다.

  -정신분석적 비평문 작성 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남정섭 교수: 우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 안에 작품을 가두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학문적 관점에서 작품 속 정신분석적 요소들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써야 하죠. 그렇다고 해서 이론을 작품에 일대일로 대입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해요. 용어의 나열이 되지 않도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하려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김서영 교수: 온전히 나의 시선이 담겼는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모방 하지 않았는지를 가장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보이는 것만으로 분석한다는 이 원칙이 정신분석비평에 있어 매우 중요해요. 분석 대상이 어떤 정신 구조를 가졌는지 관찰 가능한 사실로 분석하는 게 정신 분석비평에 있어 핵심이랍니다.

  -정신분석을 공부하거나 비평을 진행할 때 참고할 만한 서적을 추천해 주신다면.

  강우성 교수: 『꿈의 해석』이나 정신분석 강연을 기록한 책부터 시작해 다른 에세이 순으로 읽어나가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해요.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공부할 때에는 이론 개설서를 먼저 읽고 개별 에세이에 도전해 보는 방법을 권장하고 싶네요.

  남정섭 교수: 처음 비평을 해보는 사람들이라면 좋은 비평 혹은 비평문 읽기를 추천하고 싶어요. 그 예로 『꿈의 해석』, 『The threshold of the visible world』(카자 실버맨 씀)가 있어요. 특히 『꿈의 해석』은 꿈속의 무의식을 추적하는 과정을 잘 설명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비평의 예가 될 거예요.

  -정신분석비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남정섭 교수: 본인의 생각과 지식의 틀 안에 갇혀 신랄한 비평을 하기 보다 열린 자세로 작품을 바라보세요. 그러면 작품의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매력이 더욱 잘 느껴질 수 있어요.

  김서영 교수: 결국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작품을 분석하다 보면 내가 지닌 문제점이 작품에서 보이거든요. 그러면 보통 피하려고 해요. 하지만 용기 내 마주 하라고 전하고 싶어요. 그 용기가 복잡한 이론을 비평에 적용하는 것보다 분석에 있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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