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없는 1년이다
  • 심가은 기자
  • 승인 2020.12.06 2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펜데믹으로 대면 수업에 비상이 걸렸다.

  A는 말한다. “나는 유례없는 혼돈 속에서 완벽을 바랐다. 비대면 강의일지라도 이전 같은 강의의 질을 원한다. 나는 안전하게 수업을 듣기 위한 대책을 구한다. 물론 시험의 공정성은 필히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B가 답한다. “너는 혼란 속에서도 나에게 실수 없는 운영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네가 실수를 남발했다. 실시간 비대면 강의를 방해하고 부정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B가 자신 있게 말한다. “나는 원활한 소통을 지향하겠다. 이를 위해서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과 민주성, 충분한 정보전달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A도 답한다. “너는 충분한 이해를 구하지 않고 특별장학금 지급 방식을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도 미리 공개하지 않았다. 너와 내가 의견을 나눌 공청회 자리를 거부하는 태도도 보였다.”

  인간은 자기 모순적이다. A(학생)는 권리를 원하면서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B(대학본부)는 소통을 약속했지만 불통했다.

  누구나 삶의 기준이 있다. 세부적이지 않더라도 나름대로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남을 볼 때와 동일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은 드물다. 아니, 감히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나’만 알기 때문이다. 사람은 주로 나로서 내 삶의 ‘맥락’만을 안다. 자신을 판단할 때는 행동의 원인과 배경 즉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라는 요소가 개입하는 셈이다. 반면 타인을 고려할 때는 행동의 이유를알지 못한 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같은 행동에도 ‘나는 어떤 이유가 전제됐으니 이렇게 행동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너는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계속해서 충돌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상대방의 맥락까지 정성스레 고려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래서 우리는 나와 남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미는 그저 그런 인간일 때가 많다. 그리고 우리는 올해를 그저 그런 상태로 보냈다.

  실로 맥락 없는 1년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전염병에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가 되고. 갑자기 변동한 학사에 어쩔 줄을 몰랐다. 맥락 없는 일이 연속해서 발생했다는 게, 어느 순간 서로의 맥락에 무관심한 태도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1년간 유례없는 전염병에 적응했다. 이제는 핑계도 없다. 상호 간 맥락 없던 시기를 끝내야 할 때가 아닐까.

  A가 설명한다. “나는 비대면 강의를 들을 환경을 갖추지 못해 학업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있다. 나만의 공간이 없어 실시간 강의 시 카메라 켜기를 주저하기도 한다. 나는 안전한 환경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고 싶다”

  B도 설명한다. “나는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를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어 재정도 어려운 상태다.”

  상대방의 맥락에 경청하며 조금은 다른 한 해를 준비하자.

심가은 편집장

<b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