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K-호캉스’
  • 김준환 기자
  • 승인 2020.11.2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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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K-뉴딜…. 요즘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에 ‘K-’를 붙이는 게 유행이다. K-는 한국만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주로 사용되지만, 무언가를 풍자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불행히도 ‘K-호캉스’는 후자에 해당한다. 

  최근 전세난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전세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볼리비아 정도에서만 운영하는 특이한 부동산 제도다. 1970년대 경제 및 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자리를 잡았다. 당시 아파트 여러 채로 시세 차익을 남기려는 집주인과 대출이 어렵고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아파트에 살기를 원했던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덕이다. 월세와 달리 보증금 이외의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는 장점도 한몫했다. 

  그랬던 전세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상당수의 전문가와 시민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임대차 3법)이 전세난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그중 7월부터 시행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계약갱신요구권으로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기존 2년에서 2년 갱신을 통해 4년을 보장하고, 전월세상한제로 계약 갱신 시 최대 5% 한도 내에서만 임대료 인상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취지는 좋다.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해 주거 안정의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임대인은 바보가 아니다. 임차인의 권리 확장은 곧 임대인의 권리 축소다. 임대 매물을 거두는 이유다. 

  물론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매물 증가는 지속하는 저금리 현상에 따른 시대 흐름이다. 하지만 임대차 3법은 전세 소멸을 가속했다. 정책 수혜 대상이 될 사람이 오히려 피해 대상으로 전락했다. 서민은 살 곳을 잃었다. 

  물량 부족을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물량 공급이다. 정부는 전세 수요 쏠림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정책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 선 부작용 후 공급.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 단기 공급정책은 다소 황당하다. 공공임대 주택 중 공실을 활용하고 때에 따라서는 상가와 호텔을 매입해 전세 매물로 공급하겠단다. 

  경제성이 우수하기로 소문난 공공임대 주택 속 하필 발생한 빈집에 들어가서 살면 좋지 않을까. 거리 변에 있는 상가에 살면 교통이 더 편리하지 않을까. 창문이 없고 한 가구가 살기에 비좁더라도 호텔에 살면 삶이 더 고급스러워지지 않을까. 바야흐로 호캉스의 계절이다. 월세와 월세만큼의 관리비만 있으면 호텔에서의 삶을 누릴 수 있다. 

  사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호텔이 아닌 공공전세 주택과 신축 매입약정이다. 그럼에도 전체 공급 물량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호텔이 계속 언급된다. 여태껏 공급된 주거 질이 호텔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사람들이 아파트를 원하는 이유는 주거 형태와 입지가 삶의 질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기 때문이다. 서민도 주거의 질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실제 수요에 적합한,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준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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