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의 등장과 ‘네거티브 규제’
  • 중대신문
  • 승인 2020.09.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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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2006년 『부의 미래』에서 인간의 삶은 엄청나게 달라지고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또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데, 정부는 25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 법률은 1마일로 변화하므로 그 편차가 경제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AI, 빅데이터, AR·VR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하여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7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가상·증강현실(VR·AR)처럼 새로운 분야의 규제는 원칙적으로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법률에 나열된 것만 금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취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허락한 것만을 하게 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가 많은데, 이 방식으로는 하지 못하는 게 많아 혁신 기술 중심 기업의 등장을 가로막는다. 2018년 제작된 VR 영화 <화이트 래빗>은 칸 영화제에서 상영됐지만, 컴퓨터에서 구동된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게임물’로 분류되었다. 결국 황당하게도 정착 한국 극장에선 개봉하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많은 국가이다. 한해 국회에 제출되는 법안의 약 70%가 규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년간 규제개혁을 지속해서 시도해 왔지만, 시장은 만족하지 못했다.

  우리는 개별 법령에 규정된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자율주행차나 원격 의료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출시는 애초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한국의 규제 틀은 사전통제를 통해 진입을 어렵게 하지만, 진입 후에는 사후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 네거티브 방식은 기업과 국민의 자율성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보장하고 신기술의 도입에 우호적이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우버·리프트와 같은 서비스를 출시하고 추후 부작용이 생겼을 때 우버 차량 숫자를 제한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2019년 초에 우리나라는 ICT 융합 분야 규제혁신을 위하여 ‘규제센드박스’를 도입하여 신(新)기술·서비스의 출시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센드박스는 빠르게 진화해 가는 시장에 임시처방에 불과하다.

  국민의 건강과 환경 등 민감한 분야를 제외하고 규제의 근본적인 틀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즉 새로운 서비스·제품의 진입 턱을 낮추되 사후관리는 강화하여 규제의 실질을 높임으로써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 사회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손승우 산업보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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