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수필 및 제14회 비평공모 수필 부문 수상작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0.06.1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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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사람들

수필 부문 당선: 문충원 학생(광고홍보학과 2) 「편의점의 사람들」

 

일러스트 윤국화 학생

대학 와서 아르바이트를 간간이 했다. 시작은 학교 근처 당구장이었다. 나는 주로 단골 아저씨들에게 당구를 배우고 가만히 틀어 앉아 티브이를 보았다. 가끔은 에어컨 작동 버튼을 눌렀으며 담뱃재를 털었다. 짤막한 꽁초들 사이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담배 누린내를 참아내는 게 내게 주어진 가장 고된 업무였다. 그때는 그게 복에 겨운 일인 줄도 몰랐다. 스물의 초여름은 연필로 끄적거린 악보처럼 투박하게 흘렀기에 나는 그마저도 허둥지둥하며 밥벌이의 어려움을 철없이 깨우쳐갔다. 벌어먹는 일이란 역시 쉽지 않구나. 그저 구구단을 처음 마주한 초등학생처럼 멍하니 고개만 끄덕였다.

  수개월이 지나고 묵혀있던 패딩 점퍼의 먼지를 털어댈 즈음에는 건대입구역의 한 족발 전문점에서 손님들을 맞게 됐다. 2층은 호프집을 겸했기에 맥주를 따르면서 동시에 족발을 건네 드렸다. 1층과 2층 사이를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심각하게 힘들었다. 나는 주로 화나있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면 혼잣말로 욕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고됨을 견뎌냈다.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일을 마치면 한밤중이었다. 그 시간의 건대 거리는 한낮보다 밝았고 반짝였다. 알바를 함께하던 친구와 나는 일에 대한 고충을 길바닥에 거세게 토해내야지만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우리들의 나약한 절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환호성에 짓눌려 언제나 바닥을 모르고 무너져 내렸다. 어느 날 같이 하던 친구가 그만둔다고 하자 이때다 싶어 나도 허겁지겁 관뒀다. 서울에 사는 친구는 고향을 내려간다며 관뒀고, 동아리를 탈퇴한 나는 동아리 일이 바빠서 계속하기 어렵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때의 우리에게 거짓말은 생존을 향한 마지막 발악이면서 유일한 희망이었다.

  악몽에서 깨고 나니 어느새 나는 한 살 더 먹게 됐다. 그즈음 나는 기숙사를 나와 자취를 시작했다. 월세는 비쌌고 나는 돈이 필요했다. 그렇게 다시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아르바이트는 필연처럼 다가왔고 나는 씁쓸히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쓰디쓴 약을 씹어 삼키는 심정으로 다시금 알바천국을 뒤적거렸다. 잡히는 대로 지원을 하고 며칠이 지나니 나를 부르는 문자가 왔다. 용산구의 한 편의점이었다.

  골목으로 들어서서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이는 곳이다. 숨겨져 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자그마한, 오피스텔 건물 1층에 딸려 있는 편의점이다. 앞에는 꽤나 비싸 보이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그리고는 그 뿐이다. 주변은 한적하고 편의점은 평온하다. 편의점 바로 앞은 덩치 큰 아파트가 서있고, 왼편은 정체 모를 철벽이 막아서며, 오른편으로 나가야 겨우 큰 도로가 보인다. 편의점에서 밖을 내다보면 5층 높이의 소나무 대여섯 그루가 정처 없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나무들 밑에는 형형색색의 철쭉 무리가 풍성하게 만개해있고, 길고양이들은 그 아래서 한데 모여 나른하게 기지개를 편다. 아파트와 철벽과 도로로 둘러싸인 오묘한 공간 속에 소나무와 철쭉과 고양이가 있다. 편의점이 걸어놓은 풍경화 액자마냥 선연하게 있다. 풍경은 아름답고 이를 바라보는 일은 내게 분에 넘치는 여유를 선사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만으로는 못내 아쉽다. 지루한 시간을 때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풍경이 지루해질 즈음 편의점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그때부터 나는 사람구경을 시작한다. 사람은 질리지가 않는다.

  누구든지 이곳에 올 수 있다. 어떤 이는 벤츠를 몰다가 잠깐 들리고 또 어떤 이는 폐박스가 가득 담긴 리어카를 끌다가 찾아온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도 한참을 두리번거려야 눈에 보이는 키 작은 꼬마 아이들도 천원 한 장을 손에 꼭 붙들고 수줍게 편의점에 온다. 무엇이든지 이곳은 될 수 있다. 서울 시내를 누비는 배달기사들의 휴게소가 되고, 밤이면 오피스텔 경비원들의 심야식당이 된다. 어느 연인들에게 근사한 하룻밤을 선사할 와이너리가 되기도 하고, 이미 밤을 지새우고 오후 느지막이 일어난 연인들의 해장국집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카운터에서 삼천육백원입니다가 들려오면 지폐를 몇 장 꺼내야 하는가에 대해 배워가는 외국인들의 한글 교습소가 될 수도 있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은 찾아오는 사람들에 따라 재창조되고 재창조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편의점은 존재한다. 나는 계산대 뒤로 홀로 서서 순간순간 변신하는 편의점의 천연덕스러움에 반하고 손님들의 마법을 하나하나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근무하는 주말 이틀을 흘려보낸다.

  나는 하루에 대략 150번 계산을 한다. 동시에 150번의 어서 오세요안녕히 가세요를 외치며 150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함께 오시는 손님들, 그리고 왔다가 그냥 나가는 사람들까지 더하면 하루에 이백여 명의 사람들이 내게 왔다가 내게서 떠나간다. 이별은 대개 아쉬운 법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당연한 일이며 도리어 설레는 일이다. 떠난 이들은 다시 돌아올 여지가 충분히 있다. 편의점을 떠난 것이지 나를 떠나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작별 인사까지 건네고 눈앞에서 멀어진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현실의 관계에서 극히 드문 특별한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자주 편의점을 검푸른빛 현실의 바다에서 홀로 꿈과 이상을 싣고 넘실대는 나룻배처럼 느끼곤 한다.

  생각해보건대 편의점은 참으로 묘한 공간이다. 손님과 나, 둘만이 한 공간에 남겨지고 몇 마디의 대화가 오고 가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업무복장에 달린 명찰의 이름은 몇 개월째, 어쩌면 몇 년째 바뀌지 않아서 이곳에서 나는 김현영이란 이름으로 살아가지만 그게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역시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에 누구보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과 귀에 들리는 것. 저녁마다 첼로 케이스를 메고 오시는 저 여자분은 음악선생님인가 첼리스트인가? 매일같이 대용량의 맥주를 사가는 장발의 남자분은 누구와 함께 그것을 마시는가? 핸드폰 너머의 누군가에게 '실장님'에 대한 욕설을 퍼붓는 파란 머리의 여자분의 오늘 하루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확실히 아는 것은 언제나 존재하고 나는 모르는 것들을 위한 대답 없는 질문들을 반복한다.

  나는 가장 순수한 눈짓으로 사람들을 관조한다. 보이는 만큼, 들리는 만큼 마음껏 추측하고 망상한다. 내 멋대로 그들 삶의 궤적을 만들어내고 그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걸어보는 몽상으로 따분한 편의점을 가득 메운다. 열심히 보고 들을수록 그들은 서서히 자신을 드러내기에 나는 눈과 귀를 잽싸게 놀려 그들을 읽어내려는 시도를 거듭한다. 바코드 스캐너가 물건을 넘어 사람을 향하는 셈이다. 물건에겐 바코드가 있어 단숨에 읽어낼 수 있지만 사람에겐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개개인의 바코드를 내가 느끼는 대로 그어보는 것일 테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바코드를 한 줄 한 줄 그려나가는 일과 같고, 그 작업을 편의점에서 행한다는 것은 큰 의미는 없지만 그 자체로 즐겁다.

  이곳의 손님들 중 상당수는 단골이다. 자주 볼수록 바코드의 줄을 그을 일이 많아지고 줄그을 일이 많아지면 꽤나 쓸 만해진 바코드들이 생겨난다. 그 속에는 모종의 감정들이 소리 없이 찍힌다. 베레모를 즐겨 쓰시는 할아버님은 매주 담배를 사가신다. 놀라운 점은 담배를 주문하실 때 진짜 '담배'를 달라고 하신다. 인자한 말투로 "담배 하나 주세요"라고 부탁하신다. 수십 가지 종류의 담배를 눈앞에 두고 구체적인 상품명이 아닌 당당히 '담배'를 외쳐댐이란 썩 인자하지 못한 행실처럼 보이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포근한 감정과 인간미를 느낀다. 가끔은 딸처럼 보이는 여성분과 같이 오신다. 이 분은 물건을 구매하신 뒤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따위의 문구들이 적힌 소책자를 건네주시거나, 그것을 놓고 온 날이면 하느님 믿으세요라고 속삭이며 작별 인사를 건네시는 분이다. 무교인 나지만 그리 싫지는 않다. 가끔은 정말 설명할 수 없는 애틋함이 몰려온다. 나에게 색다른 말을 건네는 몇 안 되는 분이라 그런 걸까. 이들에게 슬픔과 먹먹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이를테면 그 여성분이 홀로 와서 담배 두 갑과 전복죽 세 그릇을 사가시던 날 같은 것이다. 죽은 보통 아플 때 먹는 음식이고, 담배는 무조건 할아버님이 직접 사가셨는데, 그러니까, 여기서 나는 더 이상 생각을 잇지 못하였다. 그저 큰 일이 아니기만 바랐다. 그 외에도 나는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과 마주하고 혹여나 말을 걸어주실 때면 부끄럽지만 짧은 사랑의 감정을 느꼈고, 그분이 말 걸어올 때 만족스럽게 답변하지 못한 내 모습과 마주하면 자괴의 감정 속으로 침잠하기도 했다. 무수한 감정들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며 번져나갔고 감정이 스며든 자리에는 대개 자국이 남았다. 그 자국이란 줄여 말하면 여운이었고, 풀어 말하자면 사람들이 사정없이 나의 심장에 찍어댄 추억의 발자국이었다.

  편의점을 벗어나서도 가끔씩 사람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자취방에 틀어 앉아 밥을 먹다가도 햇반을 사가시던 경비 아저씨가 생각나고,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다가도 매일같이 맥주만 사러 오시던 남자분을 떠올린다. 어제는 집에서 전자레인지를 만지작대다가 문득 파마머리의 아저씨가 내 머릿속에 등장했다. 그분은 집에 전자레인지가 없어서 자신이 구매한 음식을 죄다 편의점에서 데워가는 분이시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불쑥 튀어나와 가끔씩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나는 그 당혹스러움이 좋다. 먼지 쌓인 사진첩이나 졸업 앨범을 들추는 기분이기도 하다. 곧 나는 군대를 가야 하기에 그만둘 나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곳을 그만두어도 나는 편의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사진첩을 평생 간직할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편의점 로고가 박힌 보라색 조끼를 흔쾌히 벗어던질 것이다.

  오늘도 소나무들은 바람에 휘날리지만 어제보다 더 푸르러졌다. 고양이 가족은 그새 한 식구가 는 모양이다. 저번 주까지 만개해있던 소나무 밑 철쭉들은 언제 또 소리 없이 져버렸는지. 변하는 것들이 으레 변하는 동안에도 이곳 편의점은 그대로 있다. 높은 오피스텔과 더 높은 아파트를 앞뒤에 두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무릎 꿇은 채로 있다. 높고 낮음의 사이에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각자의 모양대로 살아가고 편의점은 저 밑에서 그들의 삶 한구석을 흐릿하게 비추고 있다. 흐릿한 빛이지만 24시 내내 꺼질 기미조차 없다.

 

심사평 고부응 교수(영어영문학과) : 좋은 글은 깊이 있는 사색과 함께 온다

수필 공모작 34편 중 본심 대상으로 11편의 글을 받았다. 당선작으로 꼽은 한 편을 제외하고는 공모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치열함이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 수필공모전에서 좋은 글이 많지 않은 까닭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많은 사람이 수필(隨筆)은 말뜻 그대로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되는 글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수필의 어원이 된 『용재수필』(홍매 펴냄)에서 나오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기록하여 놓은 글” 또는 피천득의 『수필』에 나오는 “저자가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것이 수필의 행로”라는 말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자기가 쓴 수필을 자신만 읽는다면 말이다. 
  남들이 읽기를 바라는 글, 또는 공모전 응모와 같이 잘 쓴 글로 뽑히기를 바라는 글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붓이 가는 대로 쓴 글이 좋은 글이 될 수는 없다. 남들 다 아는 얘기, 남들 다 하는 얘기를 눈에 보이는 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옮겨 놓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독자를 위해 더 깊이 성찰한 결과를 글로 바꿔야 한다. 독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을 구상한 후 어떤 표현이 적절한지 끊임없이 따져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퇴고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당선작으로 꼽은 「편의점의 사람들」은 대학생들이 주로 맡게 되는 시간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의 풍경과 삶을 재미있게, 그리고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줄여도 될 법한 도입부나 간혹 나타나는 흔한 수식어에는 마음이 거슬린다. 그러나 눈여겨보아야만 나타나는 도시 구석의 평범하고 지루하면서도 풍성하고 사랑스러운 공간, 그리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의 삶을 글쓴이의 상상으로 만들어가며 살려놓는 재미있는 글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과 별 상관 없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돋보인다. 재치있는 문장과 사람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잘 엮인 글이다. 
  공모에 응한 모든 분께 글쓰기를 계속하시라고 말씀드린다.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시라고 권한다. 읽고 생각하며 쓰고 다듬다 보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글을 쓰게 된다. 삶도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좋은 글은 삶에 대한 성찰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당선자 문충원 학생 interview :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들

지겹게 오가던 학교가 그리워질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학기가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우리들의 긴 방학은 계속되는 듯하다. 살랑살랑 봄기운은 온데간데없고 캠퍼스에는 싱그러운 녹음이 찾아왔다. 소매 길이가 짧아지는 동안 각자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테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도 주위를 둘러보면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들이 있다. 여기 ‘편의점’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늘 제자리를 지키는 존재이자 청춘의 애증으로 바라본 이가 있다. 소소한 기억을 소중한 추억으로 탄생시킨 제8회 수필 공모전 당선자 문충원 학생(광고홍보학과2)을 만나봤다.

  - 수상을 축하한다. 당선 연락받았을 때 기분은.
“굉장히 얼떨떨했어요. 마감에 쫓겨 원고를 허겁지겁 제출하고 그간 잊고 살았거든요. 과제와 아르바이트로 바쁜 상황이라 퇴고도 못 한 글이었어요. 내심 수상을 바랐지만 막상 당선되니 기쁘면서도 신기해요.” 

  -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자취를 시작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편의점에서 혼자 일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 손님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흥미로운 점이 많아 소재로 선택했죠. 또한 몇 개월 동안 소중한 주말을 아르바이트로 보냈기 때문에 수필을 통해서라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일종의 보상심리가 한몫했죠.”

  - 청춘에게 아르바이트란.
“통증이죠.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드무니까요. 하지만 돈이 필요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애증의 대상이죠. 예쁘게 포장하자면 성장통이 아닐까 싶네요(웃음).”

  - 편의점에서 만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최근에 방문한 손님 중에는 낡은 작업복 차림의 할아버지 한 분이 떠올라요. 도시락과 담배만 샀는데 만원이나 썼다며 멋쩍게 웃으셨죠. 쓸쓸한 웃음이 그날 할아버지의 첫 웃음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어요.”

  -  평소 사람을 좋아하는 편인가.
“저는 인간관계에 있어 한없이 어린 사람이에요. 사람을 대하는 일이 서툴러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사람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 되돌아보면 언제나 저를 웃고 울게 한 건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찾아와주는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하죠. 저 역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 스무살을 악몽으로 표현한 부분이 마음 아팠다.
“족발 전문점에서 일했던 순간만 악몽이라는 의미였어요. 과장해서 비유한 느낌이 없진 않죠. 다행히 제 스무살의 기억은 행복하게 남아있어요.”

  -  그중 무엇이 가장 행복했나.
“어느 하나를 꼬집어 말하긴 어려워요. ‘스무살’을 회상하면 수많은 장소,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그때의 설레는 감정이 두둥실 떠다니죠. 처음 마주한 중앙대의 벚꽃과 낙엽의 기억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요. 상경과 동시에 처음으로 독립한 해이기에 새내기만의 불완전한 매력이 있죠.”

  -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그 자리에 있어 준 것은.
“저조차도 매일 흔들리고 변하는 사람이에요. 그 와중에 무언가가 영원히 제 곁을 지켜준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조건 없이 저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소중하게 느껴져요. 하루도 빠짐없이 목소리를 들려주는 엄마, 본인보다 아들을 먼저 걱정하는 아빠, 늘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 입대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는 어려울 테고 과거와의 작별인사 정도가 좋을 듯해요. 이를테면 스쳐 간 인연을 다시 만난다거나 다녔던 학교를 돌아보고, 지난 노래를 다시 듣는 일이죠. 추억이 돼준 모든 존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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