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이 7에 있는데 왜 35분이에요” 아파트 앞 공원에서 손목시계를 뚫어져라 보다 울상을 지었습니다. 옆에 앉은 할머니께서는 다시 말씀하십니다.“긴 바늘과 짧은 바늘은 다른 거야. 긴 바늘이 한칸 움직이면 5씩 커지는 거야”그렇게 짧은 바늘이 두 세칸이나 움직이고‘시계'를 볼 수 있게 됐죠. 15년 전 시계 보는 법을 배웠던 그곳에 할머니와 함께 다시 앉았습니다. 

  당시 없던 노란 ‘노인보호구역’ 안내판이 보이네요.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일까요, 관심이 없어서일까요. 통행하는 대부분의 차량은 제한 속도인 30km를 훌쩍 넘겨 주행하는 듯 보입니다. 지난 2008년부터 「도로교통법」 제12조에 따라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일정 구간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기준 1639개의 노인보호구역이 지정돼 있습니다. 이는 1만6765개인 어린이보호구역 수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입니다. 노인보호구역의 경우 어린이보호구역과 달리 국가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설치 및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죠. 노인보호구역에 관한 국가의 지원과 홍보 그리고 국민의 인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횡단보도 앞에서는 시곗바늘이 더 빠르게 흘러가는 듯합니다. 20m 남짓한 횡단보도는 30초가 되기 전에 빨간불로 바뀝니다. 횡단보도 보행신호 시간은 사람이 1초에 1m정도를 걷는다고 가정한 시간입니다. 일부 도로에 교통약자 보행속도 국제 기준인 1초에 0.8m를 적용해 보행 신호 시간을 늘리고 있지만 설치 기준 등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노인의 보행속도가 국제기준보다 느리다는 연구 발표도 나오고 있는데요. 보행 고령자를 위해 보행속도 조사와 구체적 지침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음식점 안에서 사람이 아닌 기계와 마주한 노인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무인판매기 앞에 서 있는 동안 시간이 몇분 흘렀습니다. 무인판매기에서 원하는 메뉴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이 초과되고 기기는 다시 초기 화면으로 돌아갔죠. 글자와 터치 버튼의 크기, 정보의 출력 시간이나 입력 시간 등 접근성 측면에서 관련 표준이 만들어져 있지만 법제화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노인의 정보 소외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정보화 교육은 주로 PC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막상 노인에게 필요한 모바일 예매나 무인판매기 사용법 등 실질적 교육이 부족한 상황이죠.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합니다. 할머니는 아이가 시간을 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셨지만 정작 우리 사회의 속도는 할머니를 기다려주지 않는 듯합니다. 친절히 시간 보는 법을 알려주던 사람들이 쏜살같은 시간에 다소 힘들어할 때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들 옆을 지켜줄 때가 아닐까요. 

김아현 대학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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