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머리는 또 어떻게 만져야 좋을지, 고민 고민 하지마~♪’ 가수 이효리의 ‘유고걸(U-Go-Girl)’ 가사 일부다. 노래 가사가 말해주듯 개인의 일상 속에는 자신의 모습에 관한 고민의 순간이 가득하다. 더는 고민하지 말자. 우리가 직접 의상을 만들어 줄 테니. 

  중앙대 패션전공 동아리 ‘디비니티’는 연극전공과의 협업을 통해 무대의상을 제작한다. 그동안 〈상아성-달빛 여인들〉, 〈처의 감각〉, 〈Twelft Nights〉, 〈로베르토 쥬코〉 등 다양한 공연에서 의상디자인을 도맡았다.

  제작한 의상을 입고 공연에 오른 배우의 모습에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동아리 ‘디비니티’를 구성했다. 디비니티의 부회장 김도현 학생(패션전공 2)은 동아리의 정체성이 서로 간의 소통을 통해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옷을 만드는 과정 자체도 중요하지만 공연이라는 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팀으로 모여 무대를 완성하는 자리예요. 좋은 공연을 위한 타인과의 소통, 상황변화에 따라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위기 대처능력과 순발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공연장을 향한 발걸음

  공연장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연극전공 학생들과의 논의를 바탕으로 하는 의상 제작 과정은 여러 관문을 거친다. 의상 제작에 앞서 연출팀과 공연 자체에 관한 논의를 지속해 캐릭터를 분석한다.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구상한 후 의상 컨셉을 정한다. 컨셉을 확정한 후에야 본격적인 의상 제작이 진행된다. 

  여러 의견이 충돌할 가능성이 농후한 논의구조는 나아가는 길에 가시를 돋치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김도현 학생은 의견 조율이 동아리 활동 과정에서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지난 1980년대를 살아가는 한 인물의 의상을 떠올렸을 때 연출팀, 배우, 의상팀이 구상한 이미지가 다양해요. 심지어 의상팀 내에서도 한 인물을 두고 해석이 다르곤 하죠. 의견을 맞춰가고 점차 다듬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활동에 투자하는 물리적 시간 역시 커다란 장애물이다. 디비니티 활동은 수업이 아닌 동아리 차원의 협업이기 때문에 별도로 학점을 부여받거나 의상 제작을 위한 시간을 따로 제공받지 않는다. “학기 중에 수업 혹은 과제를 병행하며 회의를 진행해요. 2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의 의상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가 많죠.”

  하지만 디비니티는 공연이 가져다주는 행복감과 뿌듯함을 만끽하기 위해 어려움을 감수하며 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비니티’는 지난 6일 극 〈푸르른 날에〉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당 공연의 기획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은 많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연습시간 및 공간을 확보하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어요. 공연 자체가 취소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죠. 구성원 간 회의를 거쳐 결국 낭독극 형식을 채택하기로 결정했어요.” 

  <푸르른 날에> 공연은 5.18 민주화운동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푸르른 미래를 꿈꾸던 과거에 대한 회상과 현재를 오가는 구성이 독특하다. 의상팀은 이러한 극의 구성을 고민해 의상에 반영했다. 전체적인 톤을 유지하되 실루엣이나 엑세서리에 변화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 

  김도현 학생은 해당 공연이 동아리 구성원으로서 한발짝 더 나아간 경험이라는 점에서 특히 와닿는다는 감상을 전한다. “디비니티에 처음 들어오면 보통 1년 정도 선배들에게 일을 배운 후에 본격적으로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을 해요. 동아리 선배들의 도움 없이 처음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작품인 만큼 더 큰 애정을 갖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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