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성 광고의 효율에 의지해

무시된 가치를 복원할 때

 

망원렌즈로 인간을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포르노그래피’란 감각적이고 강렬한 자극을 전달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빈곤포르노그래피(빈곤포르노)’는 인간의 비참함을 망원렌즈로 촬영한 듯 두드러지게 묘사한다.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른 가치가 희생됨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 실상에 초점을 맞춰봤다.

  피사체이기 전, 사람

  지난 2014년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이후 피후원자에 대한 가치 평가가 배제된 비빈곤포르노 형태의 모금 광고 수가 증가했다. 김주아 학생(성균관대 일반대학원 아동청소년학과 박사과정)은 비영리단체가 가지고 있던 딜레마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모금 효과 증대와 아동 권리 보호라는 가치 사이에서 실무자들이 느끼던 갈등이 반영됐죠. 가이드라인 발표로 기존 모금 광고의 형식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낙인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담은 모금 광고도 함께 늘었다. 빈곤포르노 형태의 광고 등 낙인을 유발하는 모금 광고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리듬오브호프 이진혁 대표는 소속 단체에서 진행한 후원 캠페인의 경우에도 피후원자의 사연이 포함되거나 그들이 모자이크 없이 노출됐을 때, 평균적인 모금액이 두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월드비전’이 진행한 ‘잘 가요 월드비전’ 광고는 후원 이후 스스로 자립하는 아동과 마을의 모습을 주된 내용으로 구성해 빈곤포르노 형식에서 벗어났다. 좋은 콘텐츠로 평가받았지만 이에 따른 기부는 적었다.

  그들을 프레임에 가둔 모순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존재함에도 빈곤포르노 형태의 광고는 계속 활용돼왔다. 효율적인 모금으로 후원액을 높이려는 의도다. 김주아 학생은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동정심에 호소하거나, 피후원자의 신상을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할 때, 모금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피후원자의 상황을 세부적으로 노출하는 이유다.

  후원자의 기부 동기도 영향을 미친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전현경 전문위원은 주로 감정적인 동기로 시작하는 기부가 빈곤포르노를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처음 기부를 하는 경우와 일시적으로 기부를 하는 경우, 후원단체에 관한 정보보다 감정적인 요소가 동기가 됩니다. 그들에게 기부를 호소하려면 지극히 감성적이고 짧은 메시지를 사용해야 해요.” 후원자는 자신이 목격한 특정 콘텐츠를 계기로 기부를 결정한다. 제작 기회와 예산이 한정적인 비영리단체는 시선을 끌 만한 사례와 소재를 자극적인 콘텐츠로 전달할 수밖에 없다.

  피후원자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겠다던 목표는 결국 빈곤포르노를 만들었다. 김주아 학생은 빈곤포르노를 낳은 모순적 상황을 설명했다. “제조 기업이 제품을 홍보하는 것처럼, 사람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 광고에서는 사람이 상품화됐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극적으로 만들어내서 후원을 유도하죠.” 모금 광고에 등장하는 사람이 상품으로 취급된 실상이다.

  모금 기관의 규모가 커지고 전문성도 더해지면서 모금 광고를 대행하는 영리기업이 등장했다. 광고 시간 대비 모금 성과를 통해 평가를 받는 구조는 모금 효과가 좋은 빈곤포르노를 제작하게 만들었다.

  그간 사용돼온 빈곤포르노 형태의 모금 광고가 굳어져 버린 이유도 있다. 아프리카인사이트 허성용 대표는 기존에 사용하던 빈곤포르노를 관성적으로 유지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건강한 모금 방법을 고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지도 않는 획일적인 모금업무가 원인입니다.”

  맨눈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김주아 학생은 후원자의 모습에 중점을 두는 모금 광고 형태를 제안했다. “절대적으로 효과가 좋은 모금 광고 메시지는 없습니다. 그러니 기존에 사용하던 광고 방식을 이어갈 필요도 없죠. 피후원자가 주인공인 형태에서 벗어나 후원자가 등장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회 비교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는 사람과 유사해지려는 속성을 가진다. 이 또한 후원자를 상향비교의 대상으로 인식해 나타나는 광고 효과다.

  피후원자를 구원받아야 할 대상으로 그리는 형태에서 벗어나 그들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광고가 선 사례로 제시된다. 유니세프의 ‘For Every Child’ 캠페인은 아동의 행복한 모습을 통해 모든 아동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주체임을 제시했다. Dubai Cares의 ‘Bookings 2030’ 모금 캠페인은 아동의 꿈에 투자하라고 말하며, 후원자는 꿈을 이루는 데 함께하는 동반자로 그려진다.

  전현경 전문위원은 짧은 기간에 실적을 올리려는 모금 행태는 모금기관 간 자치규약을 제정함으로써 견제할 수 있다고 전했다. 허성용 대표 또한 관련 규약의 필요성에 동감했다. “현재의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은 법적인 제재나 불이익이 없어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아쉽습니다.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행동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어요.” 피후원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충분히 공유되면 관련 내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움직임도 가능하다.

  빈곤포르노를 근절할 가장 단순한 방법은 후원자들이 빈곤포르노 형태의 모금 광고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빈곤포르노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렌즈에 비친 피후원자의 모습을 여전히 동정의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면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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