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피해, 여전히 ‘구제불능'
  • 장준환 기자
  • 승인 2020.05.1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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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기 빛이 될 법이 있나

종업원 피해가는 구제제도 

인과관계 입증도 여전히 어려워

 
사고란 항상 노크 없이 찾아온다. 불현듯 찾아와 큰 상처를 남긴다. 특히 환경오염피해는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고 배상금액을 산정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금액이 제시된다고 하더라도 천문학적이다.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실효성 있는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신속하고 공정한 환경오염피해자 구제를 목적으로 제정됐다.
  보통의 환경법을 넘어서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총 6장 49개 조문으로 구성된 법률로 환경오염피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과 구제 등을 명시한다. 해당 법률은 크게 ‘환경오염피해 배상’, ‘환경책임보험 가입’, ‘환경오염피해 구제’와 관련한 조항으로 나뉜다. 사업자의 무과실책임뿐만 아니라 인과관계 추정, 정보청구권, 환경책임보험 가입 의무, 구제급여 지급 등의 규정을 둔다. 동시에 배상책임한도의 설정, 인과관계 추정의 번복 등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함께 보호하고 있다.
  김현준 교수(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이 기존의 「환경정책기본법」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라고 밝혔다. “특히 환경오염피해 구제에 관한 조항은 환경오염피해의 원인 제공자를 알 수 없는 경우 등 피해자가 배상을 받지 못할 때, 국가가 구제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과거 「민법」이나 「환경정책기본법」과는 다른 새로운 제도죠.” 하지만 모든 법이 완벽하지 않듯이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역시 빈틈이 존재한다.
   가장 가까운 피해자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시설의 종업원은 구제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2조 제1호에 명시된 ‘환경오염피해’의 정의에는 종업원이 업무상 받은 피해를 제외한다. 김태진 교수(다빈치교양대학)는 해당 법률에 따라 환경오염시설에서 근무하는 종업원은 피해를 구제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기업 및 조직과 함께 환경오염시설 근무 종업원을 구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유주선 교수(강남대 공공인재학과)는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종업원의 피해구제 제외 조항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사업자는 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의한 환경오염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발생한 피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환경오염시설에 머무르는 종업원을 제외한 조항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독일의 「환경책임법」은 피해배상에서 인적 범위를 제외하는 규정은 없다. 오히려 시설에 체류하는 종업원은 동법에 의해 보호받는다. 이에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종업원이 업무상 받은 피해는 제외한다’ 규정을 삭제해서 종업원의 피해구제를 보장할 수 있다.
  상처를 덮는 500만원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3장에 근거하면 환경오염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의 사업자는 환경책임보험에 의무로 가입해야 한다.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 대신 보험사가 비용을 부담한다. 이로써 피해자는 손해배상을 보장받는 방식이다. 환경책임보험은 사고 기업이 피해배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도산을 막는다. 유주선 교수는 이러한 의무가입 조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환경오염에 따른 손해를 직면한 가해자 대신 보험사가 손해를 배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해당 조항은 피해자 보호를 강하게 보장하고 있죠.”
  그러나 환경책임보험의 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률은 현저히 낮다. 지난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33건의 사고가 있었으나 지급 건수는 5건이며 약 0.3%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여기서 손해율이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환경오염피해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적다.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피해 상황과 원인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15조는 정보청구권을 규정해 피해자는 사업자에게 입증을 위한 정보를 제공·열람할 명령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업자가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 명령 거부 시 과태료는 고작 500만원 이하다. 또한 피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거주 이력이나 사업자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하기에 개인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다. 피해자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된 환경책임보험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발표한 「환경오염피해구제제도 개선 및 발전방안 마련」에서는 대법원판결을 참고해 환경책임보험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사업자는 환경부 장관의 정보청구권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인과관계의 입증에 협조하지 않음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시함으로써 피해자의 인과관계 입증 부담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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