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형평성을 전제하고 있나
  • 유서진 기자
  • 승인 2020.04.2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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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라는 저울이 매긴 가치

 

고용 기회 확대인가

선입견이 낳은 차별인가

 

조물주 위에 건물주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갖는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구다. 의식주를 해결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는 돈이 필요하다. 우리는 주로 노동의 대가로 돈을 획득한다. 그러나 노동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이 존재한다. 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최저임금의 역설

  「최저입금법7조에 근거하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경우 최저임금적용 대상에서 제외 된다. 예외를 둔 이유는 무엇일까. 김강식 교수(한국항공대 경영학부)는 해당 조항이 장애인 고용을 안정·확대하는 효과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보장은 고용 취약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으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 사업주는 장애인 채용을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임금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사업주는 부담을 느낀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고용 자체도 축소한다. 이때 장애인과 같이 노동생산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노동자는 우선 대상이다. 이에 최저임금적용 제외조항은 장애인의 취약한 고용 기회를 고려한 지원책으로도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남숙 교수(동명대 사회복지학과) 장애인 노동자를 향한 사회적 인식 측면에서 해당 조항을 설명했다. “비장애인 보다 장애인의 노동생산력이 양과 질적으로 부족하다는 선입견은 노동시장에 팽배해요. 이는 장애인 노동자의 저임금 노동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최저임금적용에서 장애인들이 제외되는 상황의 원인이 됐죠.”

  정책시야, 보다 넓게

  최저임금적용에서 제외된 장애인 노동자는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에 처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강식 교수는 감액적용제도도입을 제안했다. “감액적용제도는 장애인 개인의 작업능력을 평가한 후 능력에 비례해서 최저임금을 감액하는 제도입니다. 장애인 노동자가 가진 작업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실제 작업수행능력을 반영해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하도록 돕죠.” 현행 최저임금적용 제외조항은 최저임금 적용 여부만을 따지기 때문에 사업주가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을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문제가 나타난다. 감액적용제도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또한 김강식 교수는 사회보장제도 확충도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OECD 주요국들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해 높은 장애인연금을 지급해요. 우리나라도 임금만으로 장애인 노동자 생계를 보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사회보장제도 확충으로 이를 메워야 합니다.” 김남숙 교수는 사회복지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고용주에게 모든 일을 맡긴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일부를 최저임금 지원예산으로 편성하면 장애인 고용촉진과 소득보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종화 교수(삼육대 사회복지학과)는 최저임금에서 제외된 이들을 위한 고용법 제정을 제안했다. “보호 고용된 장애인은 노동과 보호를 함께 받습니다. 그러니 비장애인 노동자와 똑같이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고용주는 고용을 거부할 수 있죠. 따라서 별도의 법령을 제정해 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은 최저임금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사람에게 근로보전수당을 제공한다. 근로보전수당이란 장애인 노동자가 최저임금의 기준보다 부족한 노동을 할 경우, 부족분에 해당하는 수당을 국가에서 보전하는 제도다.

  참여 가치 포용해야

  장애인 노동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정종화 교수는 장애인 노동의 의미를 생산에서 참여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리 사회는 노동생산성에 따라 이익을 배분해요. 자본주의 경제 원리에 따라 자본의 축적과 이윤 추구를 사회적 가치로 내세우죠. 그러나 부의 재분배와 노동의 재분배를 모두 추구하는 포용적 사회 가치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생산 능력이 낮다면 생산성보다 노동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가치를 두는 거죠.”

  김남숙 교수는 장애인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비장애인의 관점입니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노동을 생각하고 고유성을 인정해야 하죠. 형평성과 평등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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