돝섬에서 보물찾기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0.04.26 2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도현 작가가 바닥 벽화를 작업 중이다. 귀여운 돼지 캐릭터로 길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사진 김민지 기자

“내 고향 남쪽 바다… 꿈엔들 잊으리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곡 <가고파>의 가사 일부다. 해당 곡을 작사한 이은상 시인이 그리던 ‘남쪽 바다’는 한반도 동남단의 마산 앞바다이다. 마산만의 안쪽 중앙에는 이야기를 품은 섬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돝섬’. 이 섬에는 가야국 공주의 전설이 내려온다. 어느 날 행방불명된 공주가 이곳에서 춤을 추고 있다는 말이 전해졌다.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군사들이 섬을 찾았는데 춤추던 공주가 돌연 금빛 돼지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돝섬의 ‘돝’은 돼지의 옛말로 누운 돼지를 닮은 섬의 형태에서 유래했다. 

  육지에서 10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면 돝섬에 도착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 너머로 무학산이 우뚝 서 있다. 먼 옛날 공주가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발을 붙였을 만하다. 돝섬은 1980년대 전국 최초 해상유원지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폐쇄와 재개장을 반복하고 현재는 돝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진 상태다.

 

자연풍경을 폴리곤 삼각형으로 도식화해 표현한 벽화

  우리가 모인 이유

  벚꽃이 흐드러진 4월, 돝섬의 찬란했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청년예술가 네명이 모였다. ‘청년예술가 창작공간’은 돝섬의 관광 활성화와 문화예술 일자리 창출을 취지로 창원시에서 주관한 사업이다. 윤다운 작가는 시민들이 재미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됐다고 이야기한다. “돝섬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에 초점을 맞췄어요. 돝섬을 상징하는 돼지를 귀여운 캐릭터 조형물과 벽화로 친근감 있게 제작했죠.”

  선착장 초입에서는 홍보관 겸 북카페를 만날 수 있다. 밋밋했던 건물의 벽면은 청년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쳐 형형색색의 벽화로 재탄생했다. 프리랜서 전업미술가로 활동 중인 박도현 작가가 해당 작품의 의미를 설명한다. “자연의 점, 선, 면, 형을 3D 디지털 작업의 최소단위인 폴리곤 삼각형으로 치환해 표현했어요. 즉 자연풍경을 도식화해 그림으로 표현했죠.” 덧붙여 윤다운 작가가 해당 벽화에 애정을 드러낸다. “이전에 벽화 작업에 참여했던 경험이 많아요. 북카페의 벽화는 오랜 시간 함께 공들인 작품이라 더욱 애정이 가요.”

 

이규형 작가가 돼지 조형을 작업하고 있다.
이규형 작가가 돼지 조형을 작업하고 있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업 현장을 둘러보니 다양한 크기의 조형물 제작이 한창이다. 창원미술청년작가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이규형 작가가 제작 중인 돼지 조형물을 소개한다. “돝섬의 상징인 돼지로 대형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애착도 생겼죠. 사람들에게 많이 사랑받는 조형물이 되길 바라요.” 이규형 작가는 작품의 설치와 유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작품이 오랫동안 제 모습을 간직하려면 작가가 만들 때부터 작품의 지속성을 고려해야 해요. 설치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죠. 작품은 오랫동안 남아 있어야 더욱 아름다워지니까요.”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파도를 형상화한 벽화를 만날 수 있다. 곳곳에 그려진 숨은 돼지 캐릭터 찾기도 산책의 묘미다. 김동영 작가는 캐릭터 작업에 있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 제작에 주력했다고 말한다. “돝섬에는 이미 설치된 돼지 조형물이 많아요. 하지만 이번 돼지 캐릭터는 귀여운 이미지로 새롭게 제작해 관광객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가고자 했죠.” 윤다운 작가는 해당 창작물이 많은 사람이 돝섬을 찾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는 말을 전한다. “열심히 작업한 창작물이 돝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해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돝섬이 관광지로 알려져 많이 방문해주길 바라죠.”

 

파도 그림 벽화

  그곳에 남겨둔 이야기 

  한달을 계획했던 ‘청년예술가 창작공간’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예술가들이 지나온 시간을 회상한다. 이규형 작가와 김동영 작가는 매일 똑같았던 식사메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섬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점심을 해결하기가 어려웠어요. 일주일 내내 라면만 먹으며 일했죠.” 윤다운 작가는 작업 시작 당시를 떠올리며 추억을 이야기한다. “벚꽃이 활짝 핀 시기에 작업에 들어갔어요. 바람이 많이 불어 꽃잎이 페인트에 달라붙어 고생을 했죠.” 박도현 작가도 작업 현장 이야기를 덧붙인다. “바람에 굴러다니는 재료를 주우러 다니기도 했어요.”

  정든 공간에 아쉬움을 내려 두고 돝섬 프로젝트를 매듭지을 때다. 김동영 작가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을 말하며 돝섬의 관광 발전을 기대한다. “창원에서 오랜 시간 살아왔지만 이번 기회로 돝섬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됐어요. 돝섬에 버스 노선이 추가되고 섬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해 더욱 발전된 문화도시가 됐으면 해요.” 박도현 작가는 돝섬의 매력이 자연과 여유에 있다고 전한다. “돝섬은 도심지 바로 옆에 있는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에요. 여유롭게 거닐며 바다와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이 있죠. 오는 주말에는 바쁜 도심을 잠시 벗어나 돝섬의 느린 시간을 즐겨보면 어떨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