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영화로 더 유명한 ‘미저리’와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을 쓴 미국작가 스티븐 킹의 새 소설이 최근 전자책(e-book)의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뷰어 프로그램인 ‘글래스북 리더’의 파일로 편집된 킹의 단편 ‘총알 타기(Riding The Bullet)’는 지난 3월 14일 출판사와 아마존닷컴 등의 홈페이지에 발표되면서 연일 40만 건이 넘는 기록적인 주문을 보였다. 이 책이 웹 상에 뜨자마자 접속이 폭주하여 한 때 관련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총알 타기’와 같은 양상이었다.

킹의 성공사례를 두고 우리 언론에서도 두루 관심이 이어졌으나, 대체로 “인터넷으로만 판매되는 최초의 인터넷 책”(한겨레 3월 15일자, 경향 3월 15일자)이니 “전자출판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신호”(조선 3월 17일자, 대한매일 3월 18일자)니 하는 식으로 현지의 호들갑과 출판관련자의 과잉수사를 직역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언론의 평가는 킹의 사례가 오프라인 출판의 관행을 뒤엎는 생산 및 유통의 새로운 형태로서 출판의 디지털 시대를 향한 도약이라고 요약된다. 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아직도 핫 이슈가 되고 있는 킹의 사례는 디지털 출판의 진정한 의미와 가능성을 되짚어볼 계기를 제공한다.

디지털과 인터넷이 일으키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전문작가의 지적 생산물을 종이에 인쇄하여 복잡한 유통구조를 통해 전달하는 기존의 구텐베르크적 출판문화가 혁명적으로 변화될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그 변화는 과거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수하면서 보다 편의성을 지닌 매체로 갈아타려는 차원에서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이러한 시각은 새로운 매체를 단순히 이용만 하려는 것으로서, 비유컨대 말에서 자동차로 갈아타 보려는 정도의 사고라고 하겠다. 이 같은 태도로는 철저한 개방성을 바탕으로 지식 독점에 저항하는 사이버 공간의 무수한 무료 컨텐츠와 경쟁할 수 없다.

디지털 출판이 지닌 강점은 단지 생산과 유통비용의 감소, 구입과 보관의 용이성, 정보검색의 편리성만은 아니다. 디지털시대는 출판에서도 근본적으로 발상을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먼저 디지털 네트워크에서는 책이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 웹 상에 자리잡게 됨으로써 이른바 시간과 공간의 온갖 거리를 소멸시킬 것이다. 또한 기존의 인쇄된 활자와 이미지의 평면성에서 벗어나 멀티미디어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디지털 네트워크는 인터랙티브 매체로서 쌍방향성의 개방성을 통해 저자와 독자 사이의 대화적 상호소통을 실현시킬 것이다. 결국 디지털과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해서 본격적인 디지털 출판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진정한 디지털 출판은 디지털과 인터넷의 단순한 매체적 이용을 넘어, 탁월한 개방성을 지니고서 직접 정보를 교환하는 분권적이고 민주적인 시스템인 새로운 매체의 본질적인 특성과 결합된 사고를 통해 구현된다고 하겠다.

김민수 <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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