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과 사익의 균형 잡기
  • 서아현 기자
  • 승인 2020.04.1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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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권리 함께 지켜져야
사진 박진용·우인제 기자

 

문화재 보호와 재산권 보장

지금의 제도로 가능할까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은 개발과 매장문화재 보존을 조화롭게 이루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문화재 보호라는 공익과 사유재산권 보장이라는 사익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매장문화재법」이 무엇을 다루는지 살펴봤다. 동시에 두 요소를 함께 보장할 방법을 알아봤다.

  무용지물 재산권

  「매장문화재법」 제26조는 매장문화재 보존조치로 인해 개발 사업을 완료하지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는 조항이다. 이 경우 국가 또는 지자체가 해당 토지를 매입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사유재산권 보장을 시도한다. 하지만 토지소유자에게 토지매수를 청구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정부의 재량에 따라 임의로 토지매입을 맡긴다. 이와 같은 현행법은 토지이용에 있어 문화재 보호와 사유재산권 보장이 대척할 우려를 낳는다.

  「발굴된 매장문화재 보존조치 법령 개선방안 연구」(양태건, 2017)에 따르면 현재 토지매입제도의 보장 정도는 토지재산권이 제한되는 정도에 비해 미약하다. 또한 개발사업 전부를 시행 또는 완료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 한정돼 있어 요건상 제약이 심하다. 재정 부족시 현실적 한계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이호준 연구위원은 임의적 토지매입제도는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방적인 제도라고 이야기했다. “국가나 지자체 재량으로 토지 매입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이기에 토지소유자는 토지가 매입될지 예측하기도 어렵죠. 개인이 공익을 위해 피해를 보는 실상입니다.”

  특히 현지원형보존이 이뤄진 토지에서는 임의적 토지매입제도의 토지재산권 침해가 여실히 드러난다. 해당 보존조치가 이뤄진 토지 대다수는 소유자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의 ‘백제 풍납토성’ 복원 사업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견됐다.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삼국시대 백제 주거지와 유물이 발견되자, 정부는 풍납토성 인근 지역을 사적(史蹟)으로 지정하고 복원을 위해 토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토지소유자인 사업체와 보상금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난항을 겪었다.

  상충하지만, 상생의 길 찾아가

  매장문화재 보호와 사유재산권 보장이 함께 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현지원형보존이 이뤄진 경우, 소유자에게 토지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개발을 목적으로 토지를 사들였더라도 사용과 수익이 완전히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임의적 토지매입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토지매수청구권을 법률로 제정하면 소유자가 토지 매수를 요구했을 때, 국가는 반드시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이로써 토지소유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덧붙여 제한된 토지재산권에 비례해 조정적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 토지소유자에게 금전 보상 혹은 토지매수청구권을 선택할 권리를 주는 방식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 이주헌 실장은 토지소유자의 사유재산권 보호를 위해 국가의 시기적절한 조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가가 예산을 확보해서 토지소유자가 원하는 시기에 현 시가대로 토지를 매입해주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토지소유자는 급한데 그 시기가 늦춰지면 마찰이 생기죠.” 또한 매수청구권이 실현되기 이전에 한해 재산세를 면제하는 방법이 있다. 현지원형보존에 따라 토지 사용 수익이 전면적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해 세금감면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더불어 성정용 교수(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는 매장문화재 조사비용 발생으로 돌아가는 개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금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방식보다는 토지 면적에 따른 일정 액수를 건설공사 시행자에게 문화재 기금 명목으로 부과해 조사비용을 충당하고, 보존조치가 결정되면 그 기금을 이용해 토지소유자에게 보상하는 방식을 추천해요. 건설하는 사람들끼리 문화재 기금을 조성하는 일종의 부담금제도죠.”

  역사의 무게를 나눠질 때

  현행 발굴조사에서는 대지면적은 792m² 이하, 연면적은 264m² 이하인 토지만 국가가 비용을 부담한다. 성정용 교수는 그 이상 면적의 토지를 조사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개발사업의 시행자가 모두 감당하는 현재의 법률은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행자 부담 원칙’은 문화재 훼손의 가능성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에 대한 시행자 부담의 원칙은 변화될 필요성이 있다.

  “미국은 매장문화재가 발견되면 우선 토지소유자의 소유가 돼요. 그다음 문화재 신고를 하면 발굴 비용을 국가에서 모두 지원하죠. 그리고 정부 혹은 박물관에서 토지소유자에게 알맞은 보상을 하고 문화재를 구입하는 제도를 실행합니다.” 이호준 연구위원이 제시한 해외사례다. 매장문화재 보호와 사유재산권 보호를 모두 고려한 모습이다.

  실제 해외의 매장문화재 조사비용 부담 사례를 살펴보면 매장문화재 보호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중요시한다. 그렇기에 개발사업의 시행자에게 발굴조사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담시키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 국가 예산을 이용해 조사비용 전부를 국가가 지불한다. 미국, 일본, 프랑스의 경우 일부 경비만을 사업시행자가 감당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는 국가와 개발사업 시행자의 경제적 부담을 나누는 경우가 대다수다.

  미흡한 재산권 보장은 문화재 보호를 어렵게 만든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도 발굴조사에 드는 부담을 나눠 가져야 한다. “문화재가 발견되면 공사를 멈추고 발굴을 해야 하므로 문화재를 숨기거나 훼손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어요. 그렇기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이호준 연구위원도 매장문화재 발굴에 있어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문화재 보호와 재산권 보장이라는 두가지 가치가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문화재를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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