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학생의 의견이 닿지 않는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교권이 추락했다.”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직원 권리는 외면당한다.”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삼각관계 하에서 각자의 입장을 관철하려 할 뿐 여론은 하나로 모이지 못한다. 그사이 중요한 사안은 법인 이사회에서 속히 처리된다.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가 ‘대학평의원회’이다. 지난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대학 운영의 민주성, 투명성, 공공성 제고를 위해 대학평의원회가 도입됐다. 해당 기구는 학생, 교수, 직원, 동문 대표로 구성돼 ▲대학 발전계획 ▲학칙 제정 및 개정 ▲대학헌장 제정 및 개정 ▲대학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심의 및 자문을 진행한다. 또한 대학평의원회는 법인 개방이사 추천권을 갖기 때문에 이사회의 폐쇄적인 결정을 막을 수 있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즉 민주적 의사결정의 보루인 것이다.

  중앙대는 지난 2006년 제1기 대학평의원회를 출범시켰다. 선출과정에서 구성 정원을 놓고 갈등이 빚어졌지만 원안대로 합의가 이뤄졌다. 뒤이어 대학평의원회는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2007년 박범훈 전 총장이 대선 캠프에서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을 맡는 등 정치 활동을 개진하려 하자 동문 및 재학생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에 대학평의원회는 박범훈 전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양캠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교협)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주체별 입장이 맞닿은 순간이다.

  협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2009년 교수평의원회가 의견 대립 및 권한 미비를 이유로 전원사퇴를 한 이래 대학평의원회는 여러 차례 파행됐다. 또한 학문단위 구조조정을 위해 학칙을 개정하던 때에도 대학평의원회 심의보다 이사회 승인이 먼저 이뤄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생, 교수, 직원, 동문이 모두 모여 대학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의 위상이 전락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대학평의원회 시계는 2017년에 머물러 있다. 교수평의원회 선거가 대학본부와의 갈등 및 균열로 무산되면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이에 교수평의원회를 배제한 채로 껍데기나 다름없는 심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학내 구성원 대표들이 모여 대학 운영에 참여한다는 본래 목적은 어느새 상실된 지 오래다.

  올해 다시금 정상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학본부와 교협 간 갈등은 소강상태가 됐고 제8기 대학평의원회 출범은 임박했다.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다. 한번 더 발을 헛디디는 순간 구성원의 신뢰를 잃게 된다.

  무너져 내린 대학평의원회의 위상과 원칙을 회복하라. 이를 위해서는  학생·교수·직원·동문평의원회 간의 유기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대학본부의 존중도 필요하다. 단순히 대표자가 아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더 이상의 껍데기는 원치 않는다. 민주적 의사결정이라는 알맹이만 남아라.

 

박준 대학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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