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은 대학에 무엇을 남기나
  • 김민지 기자
  • 승인 2019.11.11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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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집은 어디에

 

 

흑석재정비촉진지구 2·7구역 인근이다. 먹자골목 주변이 재개발 사업 이후 도로가 정비되며 모습이 변화했다.
흑석재정비촉진지구 2·7구역 인근이다. 먹자골목 주변이 재개발 사업 이후 도로가 정비되며 모습이 변화했다. 
사진 박수정 기자
흑석동은 한강조망권과 역세권, 두마리 토끼를모두 잡은 곳이다.
흑석동은 한강조망권과 역세권, 두마리 토끼를모두 잡은 곳이다.

 

주거와 문화가 살아있고
지역과 청년이 상생하는 
흑석동 재개발 가능할까

“흑석 먹자골목이 사라졌다고?” 아주 오랜만에 흑석동을 찾은 사람이라면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과거 먹자골목이 있던 자리는 현재 흑석아크로리버하임 단지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흑석동은 재정비촉진사업 진행과 함께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재정비가 이뤄진 구역은 낡은 건물 대신에 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깔끔한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이러한 흑석동의 변화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저렴한 원룸촌과 하숙집은 이제 옛말이고, 향수 어린 대학가 문화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재개발 사업이 대학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관련 내용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봤다.

  우리 방을 못 찾겠군요
  새학기가 다가오면 학교 주변은 자취방을 구하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살 곳’을 쟁취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렵사리 방을 구했다 해도 학생들의 주거환경은 녹록지 않다. 흑석동에 제2의 터전을 잡고 6년째 살아온 최민경 학생(의학부 6)은 자취 환경의 불편한 점으로 좁은 공간과 방음 문제를 꼽는다. “월세에 비해 방이 굉장히 좁아요. 특히 건물 사이의 간격이 좁아 앞 건물 주민들의 대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칠 때도 많았어요.” 
  재개발 사업은 노후화된 원룸촌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재개발에 의한 환경정비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흑석동 부동산 협의회 나승성 회장은 재개발이 진척되면 부동산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특정 구역에 학생들이 몰려 수요가 늘어날 거예요. 수요와 공급에 의해 해당 구역의 월세도 오를 수밖에 없겠죠.” 박기현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은 재개발로 인한 월세 변동을 우려한다. “학생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 월세 상승 부담이 따를 것 같아요.”
  또한 재개발 구역 거주자들은 필연적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자취생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채민 학생(산업보안학과 2)은 갑작스런 이주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걱정이라고 말한다. “갑자기 이주해야 한다면 매우 막막할 것 같아요. 많은 자취생이 동시에 방을 찾으면 계약은 더 어려워질 테니까요.”

  갈 곳 잃은 자취생
  재개발로 인해 생활 터전을 잃을 수도 있는 자취생들을 위해 세가지 정도의 대안 제시가 가능하다. 배웅규 교수(도시시스템공학전공)는 ‘청년임대주택’을 제시한다. “재개발 사업과 함께 청년임대주택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해요. 대학생들에게 우선 입주권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흑석동 주민들의 이해관계와 상충해 조율이 필요하다. 지난 2016년 재정비촉진지구 흑석 빗물펌프장 부지에 청년임대주택 사업이 검토된 바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무산됐다. 현재 해당 부지 활용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두 번째 방안은 부분임대다. 흑석 2구역 추진위원회 이진식 위원장은 부분임대가 재개발로 들어서는 아파트를 활용한 방안이라고 설명한다. “부분임대는 아파트 주거 공간 일부를 독립시켜 만든 형태예요. 예를 들어 전체 32평의 7평을 분리해 다양한 유형의 세입자가 입주할 수 있게 한 거죠.” 하지만 부분임대가 대학생을 위한 적절한 해답이라 보기는 어렵다. 동작구청 개발기획팀 박경수 팀장은 부분임대의 한계로 높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지적한다. “금전적인 부담을 무시할 수 없어요. 대학생들이 일반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렵죠.” 
  한편 일부 학생은 재개발 사업에 따른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 측의 기숙사 증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중앙대 기숙사 수용률은 올해 기준 17.5%로 전국 196개 대학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인 22.1%보다 낮은 수치다. 또한 입사 경쟁률은 지난해 기준 2.1대 1로 기숙사 생활을 원하는 학생 중 절반 정도만이 입사할 수 있는 실정이다. 안민기 학생(건축학부 2)은 “월세가 오르거나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숙사에 거주하고 싶어요. 중앙대 기숙사 경쟁률과 수용률을 고려했을 때 기숙사 증축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흑석에서 영화 볼래?
  중앙대 학생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흑석동을 벗어나야 한다. 박지나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2)은 흑석동에서 자취를 하며 가장 불편한 점으로 문화시설의 부재를 꼽는다. “흑석동에는 대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문화시설이 부족해요. 영화를 보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나가야 하죠.”
  역세권에 해당하는 1, 2구역은 흑석재정비촉진사업의 중심부로 잠재성이 크다. 특히 2구역의 경우 해당 조합위원회에서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아파트 단지와 함께 상업시설과 문화시설 구축을 구상 중이다. 이진식 위원장은 2구역 재개발이 완료되면 편리한 문화생활권이 갖춰질 수 있다고 말한다. “위원회는 2구역에 영화관이나 대형마트 유치 등을 구상하고 있어요. 상권을 조성해 학생들의 문화생활 향유와 외부인의 유입도 꾀할 수 있죠.” 
  2구역 추진위원회는 과거 청년임대주택 논란이 있었던 흑석 빗물펌프장 부지에 문화공원 조성 계획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김영식 학생(체육교육과 2)은 “공원이 조성되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유경연 학생(경제학부 2)은 “청년 주거 시설 공급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대학가 문화를 찾아서
  흑석재정비촉진사업은 캠퍼스타운 사업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중앙대가 ‘캠퍼스타운 종합형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지난 2006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흑석재정비촉진사업과 맞물리게 됐다. 두 사업은 협의를 통해 흑석 11구역에 창업지원센터 조성을 검토하는 등 함께 전진하고 있다. 
  배웅규 교수는 흑석동에서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은 대학가 특성을 반영해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흑석 재개발 과정에서 청년 시설을 확보하는 정책이 필요해요. 지역 발전을 원하는 청년들과 주민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지역맞춤형 개발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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