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심코 걷고 있는 그 거리. 무슨 거리인지 아시나요? 걷다보면 웨딩거리부터 패션거리까지 특색 있는 거리를 골목골목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학기 문화부는 같은 듯 다른 두 거리를 비교 분석합니다. 이번주는 강릉커피거리와 성수동 카페거리를 살펴봤는데요.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커피 시장 속에서 두 거리는 강한 개성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강릉시와 성수동의 커피 문화를 통해 그 곳만의 커피 향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바로 Focus On!

 

강릉커피거리에서는 답답한 빌딩 숲의 도시를 벗어나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사진 보사노바 커피로스터스 제공)

 

“오늘도 종일 견뎌야 하기 때문에 소년이 한 잔 더 권하는 커피를 거절하지 않고 천천히 마셨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며칠 동안 바다낚시에 지친 노인이 쓰디쓴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장면이다. 커피 맛을 결정짓는 요소로 원두도 중요하지만 당시의 감성도 빼놓을 수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바다를 즐기며 마시는 커피의 맛은 어떨까. 강릉커피거리의 역사와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들을 만나봤다.

  믹스 커피에서 에스프레소로

  강릉커피거리가 형성되기 이전 1980년대 강릉 안목해변 앞 거리는 자판기 커피의 명소였다. 해변의 자판기 커피에는 단순한 인스턴트 커피를 넘어 그만의 특색이 담겨 있었다. 매년 가을 강릉커피축제를 주최하는 강릉문화재단의 김지수 인턴은 강릉 자판기 커피에 첨가되는 다양한 재료가 맛을 더했다고 설명한다. “자판기 커피에 프림, 설탕, 원두만 들어가는 건 아니에요. 미숫가루 같은 잡곡 가루가 들어가기도 해 다양한 커피 맛을 느낄 수 있죠.”

  자판기 커피로 유명하던 강릉에 카페거리가 생길 수 있었던 계기에는 박이추 선생이 있다. 지난 2000년대 ‘커피 1세대’로 불리는 박이추 선생을 필두로 바리스타들이 강릉에 자리를 잡았고 이내 커피마니아들의 명소가 됐다. 강릉시 송정동 주민센터 전오집 주무관은 1세대 바리스타들의 정착을 계기로 거리에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커피마니아 사이에서 커피 명소로 알려진 덕에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증가했어요. 안목해변에 다양한 커피전문점이 하나둘 들어서며 강릉커피거리는 커피의 메카로 발돋움했죠.”

  커피거리 개장합니다

  지난해 열린 평창올림픽을 전후로 강릉커피거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강릉커피협회장을 지냈던 ‘산토리니커피’의 김재완 대표는 편리한 교통망이 구축되며 강릉커피거리가 더 크게 발전했다고 말한다. “서울양양고속도로와 KTX 강릉선 개통 후 수도권 방문객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 강릉을 찾을 수 있게 됐어요. 관광객 수요에 맞춰 호텔도 신축되다 보니 커피거리를 찾는 손님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죠.”
강릉커피거리에 위치한 ‘보사노바 커피로스터스’의 정재우 대표는 강릉시의 지원도 거리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강릉시에서 안목해변 정비 사업을 통해 백사장 면적을 늘리고 거리 주변 도로를 정비해 주차 문제를 개선해 줬어요. 또 강릉 시내에서 커피거리로 오는 버스 노선도 증편했죠.”

  강릉커피거리의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관광객들이 모여들었고 거리의 주 고객층이 됐다. 지금도 강릉커피거리에는 다양한 연령대와 방문단위로 이뤄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김재완 대표는 비수기에도 방문객이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관광지라는 특성상 방문객 수가 시기마다 달라요. 비수기 평일은 하루 약 400명, 성수기 주말에는 하루에 2000여 명 정도가 저희 카페에 방문해요.” 바야흐로 강릉커피거리가 강릉의 대표 관광지로 거듭난 셈이다.

  김재완 대표는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강릉커피거리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강릉커피거리는 커피자판기로 시작해 20여 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된 역사 깊은 거리에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카페도 많아 취향에 따라 골라갈 수 있는 재미도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를 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신다는 특징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식지 않아야 할 인기

  그러나 폭발적인 방문객 증가 속도를 강릉시의 지원이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정재우 대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강릉시의 행정력에 아쉬움을 표한다. “도로정비사업으로 예전보다 개선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든 방문객을 수용할 주차장이 부족해요. 강릉시 차원에서 부지를 매입해 주차장을 확보해줬으면 해요.” 이에 덧붙여 안목해변 주변의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카페 주변 식당이나 숙박시설이 부재해 강릉커피거리에 손님이 오래 머물기 힘들어요. 방문객들이 거리에 더 머물 수 있게 먹거리나 볼거리가 생기면 좋겠어요.”

  김재완 대표는 강릉커피거리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선 카페의 다양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프랜차이즈보단 각각의 개성을 가진 매장들이 입점해 다양성을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또 카페도 신메뉴 개발을 지속해야 해요. 커피의 가격도 관광지라는 이유로 올리지 않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형성돼야 방문객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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