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저옵서예, 나홀로 일상에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09.09 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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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언어, 혈통 등으로 ‘족(族)’을 구분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여기 개성과 취향으로 하나의 ‘족’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학기 문화부는 저마다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문화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번주는 ‘나홀로족’의 족장들과 함께했습니다. ‘나홀로족'의 모습은 혼밥, 혼술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혼술이 좋아 직업으로까지 생각하는 문규진 학생의 이야기부터 고작 350만원으로 약 140일간 혼여행을 다닌 박기환 동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 주목해주세요. 지금 시작합니다!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
술을 온전히 즐기는 시간
새로운 만남을 이끄는 장

 

“나혼자 밥을 먹고 나혼자 영화를 보고 이렇게 나 울고불고” 그룹 씨스타의 ‘나혼자’라는 곡에서 혼자인 모습을 외롭게 표현한 구절이다. 해당 노래가 발매됐던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혼밥’은 익숙한 개념이 아니었다. 하지만 약 7년이 지난 현재 고독을 즐기는 ‘글루미 제너레이션’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무언가를 혼자 하는 개념은 흔해졌다.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 각기 다른 나홀로 생활을 하는 3명의 족장을 만나봤다.

  나만을 위한 메뉴 선택

  ‘나홀로족‘이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식당에 앉아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다. “혼밥은 사랑입니다!” 혼밥족 조일신씨(40)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한마디다. 조일신씨는 22살 전역한 이후 무려 18년간 줄곧 혼밥의 길을 걸었다. 조일신씨는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온전히 음식을 즐기는 것이 혼밥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주위 시선이 없던 건 아니죠. 하지만 저는 커플이 대상인 행사에 홀로 참여해 즐길 정도로 남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성격이에요. 음식을 먹는 일에만 집중했죠.” 

  조일신씨가 혼밥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만족이다.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잖아요.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조일신씨는 업무에 지치다가도 퇴근 후 혼밥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힘이 난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혼밥족으로서의 길이 마냥 순탄했던 건 아니다. 조일신씨는 1인분을 제공하지 않는 식당에 관한 불편함을 호소한다. “소고기 뷔페에 간 적이 있어요. 2인 이상이 아니면 입장이 어렵다는 말에 혼자 2인분의 요금을 내고 밥을 먹었죠. 아직 지방에는 이런 식당이 많아요.” 여전히 일부 식당에서는 혼밥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부족한 실정이다.

 

 

  취하지 말고 즐기세요

  갓 성인이 됐을 때부터 술을 좋아했다던 문규진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은 현재 아르바이트로 바텐더 일을 하고 있다. 문규진 학생이 혼술을 즐기는 방법은 남다르다. 집에 칵테일 제조기를 마련해 스스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정도다. “어떻게 섞으면 더 좋은 맛과 향이 날지 고민해 칵테일을 직접 제조해 마시죠. 소맥도 훌륭한 칵테일의 한 종류라고 생각해요(웃음).” 

  문규진 학생은 다가오는 교내 가을 축제에서 직접 제조한 칵테일을 판매할 계획이 있었을 정도로 애주가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보고 싶었죠. 얼음 수급 장소와 아이스박스 가격까지 자세히 알아봤지만 주류 판매가 어렵다는 안내를 받고 철회했어요. 무척 아쉬웠죠.”     

  술에 관한 문규진 학생의 애정은 그의 미래와도 연결된다. 문규진 학생은 주류업계에서 일할 목표를 갖고 있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알리는 주류 홍보 앰배서더가 되고 싶어요.” 문규진 학생은 술이 미식의 대상으로 존중받길 원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취하기 위해 마시잖아요. 취하지 않고도 술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절제할 수 있는 수준에서 즐기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해요.” 

 

 

  난 이제 더이상 소년이 아니에요

  박기환 동문(경영학부 10학번)은 총 160여 일 동안 8개국을 여행한 ‘프로’ 혼여행족이다. 스페인부터 인도까지 먼 길을 용감하게 걸어온 박기환 동문 역시 처음부터 프로였던 건 아니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박기환 동문에게 혼자 떠나는 여행은 첫 도전이었다. “인생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어야 해요.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필요해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죠.” 박기환 동문은 『연금술사』라는 책이 혼여행을 결심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황금을 찾기 위해 여정을 다니는 주인공과 꿈을 찾기 위해 애쓰는 제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책 속 주인공이 저에게 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의지와 용기를 줬죠.” 

  터키를 제외한 나머지 7개국을 약 140일동안 여행하며 박기환 동문이 소비한 비용은 고작 350만원가량이다. 저렴한 지출로 여행을 끝마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인복’이 많았다고 답한다. “제가 돈을 아낀 덕도 있죠. 하지만 감사하게도 여행 도중 만난 사람들이 저에게 많이 베풀어줬어요. 상부상조 정신으로 함께 숙소를 이용하며 비용을 대신 내주기도 하고 밥값을 제공해주기도 했죠.” 

  만남으로 가득 찬 여행

  박기환 동문의 여행에는 한국의 정서가 진하게 배어있다. “태극기와 해금을 들고 세계를 여행했어요.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었거든요.” 박기환 동문은 여행을 다니며 종종 해금을 켰다. ‘아리랑’과 같은 전통음악을 주로 연주했다. 지하철 환승역 알림 음악으로 친숙한 ‘얼씨구야’를 외국인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박기환 동문은 여행을 통해 해금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바꿀 수 있었다고 덧붙인다. “해금은 단지 아버지께 제 연주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점차 해금이 저를 표현하는 방법이란 걸 깨달았죠.”

  8개국 여행담 중 박기환 동문이 꼽은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한 인도 소녀와의 만남이다. 인도의 한 사원에서 만난 그 소녀의 환한 웃음이 아직도 떠오른다고 말한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바디랭귀지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도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행복해지더군요.” 당시 소녀는 바닥에 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무슨 그림이었냐고 묻자 박기환 동문은 소녀가 한자 ‘만(卍)’을 그리고 있었다고 답한다. “윤회사상에 나오는 한자예요. 마치 사람의 인연을 표현한 것 같이 느껴졌죠. 여행은 인연이 될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장이 되기도 해요.”    

  인생에서 여행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박기환 동문은 여행을 놀이터로 비유한다. “제게 여행은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는 놀이터예요.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다양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요.” 박기환 동문은 앞으로도 계속 만남이 있는 여행을 다닐 계획이다. 그는 여행의 최종 목표가 남극이라며 웃음 짓는다. “남극에 가서 펭귄을 보며 라면을 먹어보고 싶어요. 히밀라야에서 먹은 라면이 굉장히 맛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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